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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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greenie ( 푸르니��)
날 짜 (Date): 1995년09월22일(금) 19시01분15초 KDT
제 목(Title): 두 개의 만남...


    며칠 전...  아마 지난 월요일이었나 보다.

    약간 늦은 저녁 시간에 슬라이드를 보려고 Fine Art 건물로 들어서고 있었다.

 북적대는 사람들--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과 잘 차려진 다과...  가만 보니

 사람들은 모두 정장차림이었고, 다과는 초청된 요리사가 직접 만들어 내놓는

 것이었다.  '학교 리셉션이 있나...' 라고 생각하며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현관 옆의 스피커에서 문자 그대로 '감전된 듯' 멈춰섰다.


    '이렇게 귀에 익은 첼로가...  그래,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바하의...!'


    멈춰서서 얼마간 음악에 홀려 있으려니, 어느 분이 친절하게도,

 - '건물 안에 들어가도 괜찮아요.'

 = '그게 아니라...  이 첼로곡이 너무 좋아서요.'

 - '그럼 들어가서 직접 듣지 그래요?'

 = '네???'


    홀 중앙의 계단 위에서 연주에 열중해 있는, 흰 정장을 한 레몬빛 머리의

 젊은 여성.  난 씩씩하게 계단을 올라갔고--반바지에 티를 입고서 :)--그 

 연주자와 눈빛으로 웃음을 주고 받은 뒤

 = '좋은 연주예요.'

 - '고마와요 :)'

 = '옆에서 듣는 거 괜찮죠?'

 - '물론이죠, 그러세요.'

 그녀의 숨소리가 들리는 (정말 들렸음) 옆 계단에 앉았다.


    곡들은 바하의 Sechs Suiten Fu"r Violincello였다.  낡은 악보, 아름다운

 선율, 연주에 몰두하는 젊은 예술가의 모습, 조금 가빠하는 숨소리.  아,

 첼로를 연주하는 건 정말 '힘든' 거구나...


    한 시간이 더 지났을까?  연주가 끝나고 나눈 얘기들.  이름은 Heather,

 피바디 대학교에서 학부를, 뉴욕에서 석사과정을 하다 마지막 학기를 여기 

 교수님 수업을 들으려고 왔다고 했다.  남자친구는 시애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고 했다.  'Long distance romance...'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 푸르니였기 때문에... 우린 금방 친해졌다.

 나중에 또 만나면 연습하는 거 구경하기로 하고 작별...


    멋진 한 쌍이 될 것 같다.  겨울만 손꼽아 기다리겠지... :)


    님 덕분에 좋아하게 된 그 곡들...  서울은 지금 22일이니까, 내가 떠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그간 있었던 몇 번의 통화...  내가 먼저 

 걸었고, 님이 먼저 끊었다.  편지는 아직...  하긴, 나도 편지는 아직 못

 보냈으니까...  그치만 자꾸 그러면...  바보, 힘든 거 있으면 그런 티라도

 내지...  님을 힘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을 텐데...  차라리 '내가 싫어진

 건가'라고 고민할만큼 어리기나 했으면 좋겠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서도 

 다시 느껴야만 하는 부질없는 소외감...

    삼 년이나 그 너머 있을 '그 날'까지...  내 마음에 멍들지 않은 부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  제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어 보여 주셔요...


    어쩌다가 글이 이렇게 흘렀는지...  지난 월요일 즐거운 만남이 있었고,

 오늘 피아님과의 만남이, 짧았지만 반가운 만남이었다고 쓰려고 했는데...

 그냥...  지울까...


    미안해요, 피아님.  그치만 반가운 건 반가운 거죠? :)



                                         -- 조금 지친...  푸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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