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greenie ( 푸르니��) 날 짜 (Date): 1995년09월13일(수) 18시12분18초 KDT 제 목(Title): 문제의 시작은 어디?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배운 수많은 지식 가운데 내내 머리에 남는 것들이 몇 있있습니다. 칸트의 실천이성명령이라는 것과 중용에 관한 것, 그리고 데카르트의 회의론. 제 기억으로는 데카르트의 회의는 '나의 존재'에 관한 근본 의문으로 귀착되어 '생각하는 나'의 존재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그 회의들을 반대방향으로 풀어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학교란 곳에 들어 와서도 확인할 만한 책이나 대화가 없어서 자신할 수는 없지만... 작년 늦가을에 받은 님의 편지에는, '...마치 창 밖에 떠 있는 물방울 같아서... 잡히지 않는... 어디 있는 거니...'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한 해가 지나, 여름의 해후에 이은 작별. 가을의 미국에서 이번에는 제가 그러한 무기력함에 빠져들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마주치기만 해도 얼굴 가득 미소를 채워 주던 네모 속의 님의 미소에 이젠 굳어져 버린 제 얼굴이 엷게 비치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공부할 양이 가장 많은 학기. 처음 출발부터 마음을 다잡지 못 하고 혼란에 빠진 저의 모습. 공연히 화가 나곤 합니다. 아마도 그건 저를 향한 듯 해요. '작은 나'의 모습을 발견해서일까요. 왜 제가 흔들리고 있는가--하나씩 질문을 하며 안개같은 껍질을 벗겨 가다 보면 그 핵심이 되는 문제와 마주하겠지요. 그 문제에 대해해 회의를 하고--답을 낼 수 있다면 거꾸로 나머지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편지를 쓰려고 하지만... 무슨 내용을 담아 보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냥 잘 지낸다고 적고 스스로를 다잡을 것인지, 솔직히 얘기하고 함께 고민할 것인지... 큰 주저없이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겠지만, 제게 흔들리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 님의 모습에 언제부터인가 익숙해졌나 봅니다; 이제 제가 그래야 한다는 바보같은 '책임감'에 사로잡히는 걸 보니... -- 가라앉는, 푸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