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 sujin (이수진) Date : Sat Nov 21 21:52:23 1992 Subject: 마음 따스한 이야기 한토막. 어떤 아버지가 퇴근길에 대학생인 아들과 순 한 잔을 약속했다. 아버지는 그 아들이 항상 아버지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아무 말 없이 잔을 주고 받았다. 조금도 기울지 않에 똑같이 마셨다. 취기가 돌기 시작하면서 아들은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게 대해,가정에 대해, 사회에 대해, 국가에 대해, 사회정의에 대해, 모순에 대해, 빈부에 대해..... 끝없이 터져나오는 아들의 소리를 아버지는 술로 씻어 목으로 넘길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몇시간, 자정이 넘도록 아버지와 아들은 완전히 술에 젖어버렸다. 아들은 술을 더 못 이기고 쓰러져버렸다. 아버지는 말없이 아들을 들쳐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직장일에 지친 아버지가 어찌 캠퍼스에서 하루를 보낸 아들만큼 피곤하지 않았을 것인가. 아들을 업고 왔던 아버지도 곯아떨어져 버렸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아들의 눈에는 이미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들의 책상 위에는 편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얘야 괜찮겠지? 아버지는 걱정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거든 냉수를 넉넉히 마셔두거라. 어제 술자리는 퍽 유익했다. 아버지는 너의 말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겠다. 아버지가 부끄러운 점이 많다는 것도 느꼈다. 그러나 아버지의 상황도 이해하려고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다. 어젯밤 너를 등에 업었을때 아버지는 커다란 행복감을 느꼈다. 아버지의 등에 너의 체온이 따뜻하게 전해지는 멋진 순간 이었다. 얼마만에 업어본 너였는지...... 가끔 술에 취해 들어오는 너를 보았지만 술이 좀 약하구나. 어제는 좀 과음을 했나보다. 남은 이야기는 저녁에 만나서 하기로 하자.출근길이 바빠서 몇자만 적었다. 너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