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yujeni (유제니)
날 짜 (Date): 1995년06월04일(일) 15시47분28초 KDT
제 목(Title): 교생실습이야기 5 - 교감선생님 논문 쓰기



출근 이틀째 되던 날 교감선생님께서 날 부르셨다.

'이거 한 번 읽어보게.'

논문이였다.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참고하라는 교감선생님의 고마우신 

배려인줄 알았다.그러나 왠걸.

'읽어보고 오늘 날 현실에 맞게,우리 학교 실정에 맞게 고쳐오게.'

다음날 눈이 빨개지도록 열심히 읽어 빨간 색 펜으로 고쳐갔다.

'통계부분은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전자계산기가 없거든요.(이건 거짓말 이였음.혹시나 피할 수 있을까 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시던 교감선생님께서는 서랍을 여시더니만,

뭘 꺼내 놓으셨다.전자계산기였다.

'분량을 줄이든 늘이든,내용까지 모든 걸 자네 마음대로 해보게.'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다음 날  '자네 워드 칠줄 아나 ?'

이렇게 해서 난 84장이나 되는 논문을 수정해가며 작성하게 되었다.

쫄병인 관계로 7시 30분까지 출근했던 난 9시까지 논문을 작성했다.

' 잘 돼가나 ?'

'선생님,배가 고파서 ....'

'이리 와보게'

서랍에서 꺼내놓으신건 빵과 우유였다.

점심을 한 끼 사주시겠다고 먹고 싶은 거 말해보라셨다.

워낙 낚지비빔밥을 좋아했던 탓에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옆에 계시는 선생님들께서 독천에서 제일 비싼건 갈낙탕 (낚지 + 갈비)

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점심의 메뉴는 갈낙탕으로 결정이 되었다.

그 다음날 난 도시락을 챙기지 않았다.

교감선생님을 믿고.

그러나 실수였다.

중학교 체육대회하는 데 맥주 한 박스를 가지고 체육선생님과 가셔서는 

점심을 드시고 오신 거였다.

날 보더니 계속 웃기만 하시는 거다.

'선생님,너무해요,저는 쫄쫄 굶었는 데...'

그 다음날 점심 시간이였다.

'김선생,짜장면 시켜주고 싶은 데.'

내 대답은 듣지도 않으시고 짜장면을 시키시는 거다.

갈낙탕 대신 짜장면으로 때우실 의도이신 듯 했다.

그러나 그렇게 넘어갈 내가 아니지 !!!

나도 나였지만,주위에서 더 성화들이였다.

'김선생님은 어떻게 갈낙탕을 귀로만 먹고 계세요 ???'

가끔 교감선생님께서는 협박(?)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자네 언제 가지 ? '

'어~, 하하하 '내가 웃고 나면 그러신다.

'이거 못끝내면 자네 못올라갈줄 알게.'  

오기 하루 전날 교감선생님께서 날 부르셨다.

2만원을 주시면서 '이걸로 갈낙탕 먹고 가게.'

난 극구 사양했다.

'사주신다면 몰라도 제가 어떻게 이 돈을 받겠습니까 ?

 먹은 걸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두 번이나 사양을 했다.

교감선생님께서 저 돈을 정말 주머니로 넣으시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히히~~~

민망할 정도로 계속 받으라고 권유하시는 바람에 난 못이기는 척 

그 2만원을 받아왔다.

'차비하게.'

나도 참 웃기는 사람이다.

교감선생님께서는 원래 체육선생님 이셨단다.

배구할때 보면 정말 젊은이 저리 가라다.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논문을  꼭 제출해야 하는 데,

대부분의 교감선생님들께서는 아주 옛날 논문을 다시 수정해서 내신단다.

것도 남의 논문을.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한거다.

학교현장의 비합리적인 면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여러분은 어디까지나 교생입니다.장학관의 눈으로 보지 마십시요.'

하던 교수님 말씀을 깊이 새기면서 보낸 한 달이였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