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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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greenie (푸르니��)
날 짜 (Date): 1995년05월19일(금) 19시40분41초 KDT
제 목(Title): 짐을 싸는 새벽에...


고향(故鄕) <명> 1. 나서 자라난 고장. 고구(故丘)
                2. 조상이 오래 살던 곳.


    짐을 싸고 있다.  이 밤이 지나고, 또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김포의 논을

내려다 보고, 서울의 공기를 마시겠지.  그것이 탁하고도 습하게 나의 목을

자극할 지라도 맘껏 즐기어 기뻐할 것이다.

    부탁받은 짐들로 인해 나의 짐을 줄여야 할 형편이지만 전에 낑낑대며

들고 간 큼직한 선물에 기뻐하던 얼굴들을 떠올리니 그 또한 즐거움이다.

그리운 사람으로부터의 선물에 비할 기쁨도 많지는 않으리라.

    며칠 전부터 짐을 싸며 '돌아 간다'는 기쁨보단 여기서 정리해야 할

일들에 눌려 기말고사 기간보다도 피곤하게 한 주를 보냈다.  이른 아침

전화에서도 서로 '만나서두 실감이 안 나면 어쩌지?' 하고 웃었는데...  이제

밤이 깊어 가고, 어지러운 짐더미 사이에서 (푸르닌 이삿짐도 싸 놓고 가야

함) 스탠드의 뽀얀 불빛을 받은 그리운 얼굴을 마주하니까...  조금씩

설레이기 시작한다.  손과 발, 그리고 가슴이 점차 짜릿해져 아무 힘도 줄 수

없는 떨림.  네모 속의 님이 아닌, 내 앞에서 살아 숨쉬는 님을 볼 거라는.


    접속을 잠깐씩, 그것도 띄엄띄엄 하다 보니 위의 글도 채 다 읽지 못했다.

푸르니가 안 읽고 넘기는 글도 있다니...  읽을 글들을 통해 보면 전에 등장했던

주제들이 빙글빙글 돌아 또 오르는 경향이 있음을 느낀다.  영국에 계신 분의

글이 지금까지 보여진 의견의 틀에서 일탈--진보적인--했다는 생각을 하며...

깊은 사고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편견없는 사회는 최소한 도시화된 사회 가운데서 찾아질 수 없으리라 믿는다.

이곳 미국도 한 은퇴한 미식축구선수가 전처와 그녀의 남자친구의 살인 혐의를 

받고 재판중에 있다.  살인의 증거(와 동기)가 충분한가의 여부에 따라 1심을 

판결하면 될 일인데, 인종문제와 halo effect가 얽혀 기묘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마치 한국 검찰의 12.12 수사를 대하는 듯한 기분.  '눈 가리고 아웅'

이란 옛말도 생각나고.


    변화의 방향은 궁극적으로 전진이어야 한다.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변화하는 주체는 그곳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나, 모교(이화 등), 대학, 사회

라는 네 주체가 공유하는 '앞'은 어디일까?

    고국에 돌아가서 진정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는 위의 네 마리 토끼를

함꼐 쫓아 뛰는 것이다.  그 '앞'을 찾아 뛰다 보면 언젠가 그 넷이 하나임을

발견할 거라는 기대를 품고.


    2400bps 모뎀을 얻어 간다.  서울의 방에 앉아 키즈 화면을 대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화면에서 대한 분들을 직접 마주하는 감흥은 어떤 것일까.

다음 주부터 알게 되겠지.  모두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음 좋겠다.






    금요일 아침 세 시 반, Pullman, 워싱턴에서

                                        그리움에 젖은, 푸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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