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dryad (나무요정) 날 짜 (Date): 1995년05월05일(금) 21시16분31초 KST 제 목(Title): 이화의 자부심 이화에서는 특별하게 대단한 누구가 인물로 떠오르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학생 수가 많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릴때부터 기획하고 지휘하는 역할에 익숙해왔던 이화인들은 집단의 중심인물이나 서열적 위계구조에 (그것이 불합리성이나 상요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순순히 편입해 '지도자'에게 지지를 보내기보다는 삼삼오오의 중심없는 소그룹들을 이루게 된다는 조심스런 진단과 함께. 메이퀸의 폐지는 그러게 보면 단지 여성 상품화에 대한 반발로서의 의미 뿐만 아니라 이화인의 강한 자의식의 발로, 개개인에게 뚜렷한 자부심이 한 사람의 퀸이라는 오점 많고 불합리한 상징적 권위를 함꺼번에 거부해버린 사건이라는 분석이 가능 하겠다. 한세기 가깝게 내려온 학교의 전통을 폐지시켜버릴 수 있었던 이화2세대의 강한 자의식(혹은 개인적 자부심)과 반권위성, 자발성은 지금의 이화에서도 언뜻언뜻 확인되는 것 같다. 그러나 잠깐씩이다. 우리는 고압적인 학교직원들에게, 불친절한 우체국과 매점에서, 학교 앞 상가에서 종종 당하는 모욕 앞에서 빳빳한 항의를 하거나 분노섞인 대자보를 쓰기도 하지만 - 1세대 이화가 가졌던 자부심과 활발함이 '나는 이화인'이라는 공동체적 성격의 것이었다고 한다면, 2세대의 그것은 '나도 이화인'이었고, 3세대는 '이대생인 내가'식의 자존심이라고 얘기한다면 우스울까. 지금 이화인의 자부심은 주로 개인적인 곳에서만 드러난다. 위에서 예를 들었듯이 개인적 자존심이 , 상처입는 상황에서나 두드러지게 보이고(사실 그런 상황은 개인적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상황을 대하는 태도와 해결방식이 개인적 이라는 점. '감히 나한테...'이런식으로.) - 평소에는? 지금 우리가 가진 자부심은 이화 안에 들어와, 이화에서 살고 교육받으면서 형성된 것이라기보다 '가지고 들어왔던 것'(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것'(과거의 이화가 쌓아 놓은 명예)의 기묘한 혼합물 내지 그림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세대가 우리세대에서 교육받고 함께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자부심은 어떤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