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duras (민 호 섭) 날 짜 (Date): 1994년11월28일(월) 06시51분49초 KST 제 목(Title): - 이대생들과의 미팅 - 정말 몇년만인가? 대학 졸업후 처음이니 아마 2년은 된것같다. 하여튼 어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이대생들과 미팅을 했다. 장소는 이대 후문 근처에 있는 '카프카.' 평소 용모와 품행이 그렇게도 점잖았던 조동환씨도 어제만큼은 압구정동 오렌지족 저리가라 할 정도로 빼고 나왔으니 우리 교학과 사람들의 긴장된 모습을 상상할수 있으리라. 물론 나야 매일 입는 수수한 조지오 알마니 정장을 입고 나갔지만. 아니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이냐?????? 하필이면 까페에 교수님이 와 앉아 계시는게 아닌가! 교수: 어허, 이거 교학과의 민호섭군 아닌가? 여긴 어쩐 일로... 허허, 조동환군도 있군 그래. 조시훈군, 자네도 학술회의에 참가하는가? 조시훈: 네? 학술.. 회.. 의...라뇨? 민호섭: 잠시 업무 관계상 연대 교학과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교수님. 조동환: 야, 야, 조오기 쟤네들 아니냐?! 맞다 맞어, 쟤네들이야!! 민호섭: (짜식은 꼭 이럴때 꼴깝을 떤단 말이야)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 나겠습니다, 교수님. 아직 준비해야 할 잔업들이 남아 있어서요. 혹시라도 교수님이 눈치 챌까봐 조바심이 났는데, 역시 눈치라는 단어는 자기 사전에 없다고 까불어 대던 동환이가 또 뽀록 나도록 만들었다... 민호섭: (귀신은 뭐하누~ 저자식 안잡아 가구...) 내가 교수님 앞에서 쭈빗 쭈빗 하고 있는 동안 어느새 동환이와 조시훈씨는 상대방을 찾아 자리를 잡고 나를 보고 손짓을 하며 어서오라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마지못해 가는 것처럼 어색한 발덜음을 옮겨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상대방이 눈치 못채도록 잽싸게 물을 살폈다. 으으으윽~!! 이 미팅 주선한 놈 잡히기만 하면 내 손에 뼈도 못추리리라... '황'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생동감있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다만 나의 사회적지위와 체면 때문에 차마 내색하지 못하고 머리속에서 나오지도 않고 목구멍에서 바로 반사적으로 생성되는 의미없는 단어만을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이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생들이라 하였다. 그중에 한 아가씨는 성까지 '황'씨라 완전히 구색을 갖추어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황족이었다. 오렌지족보다 대중화 되어 있고 수많은 세력을 가지고 있는 황족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하도록 하자... 하여간 난 그자리에 똥씹은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 앞쪽으로는 시선조차 주기 싫었다. 주위만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딴청을 피우고 있던 찰나... 아니 저럴 수가... 아까 우연히 만났던 교수님이 단비와 다정히 앉아 담소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것도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옆에 앉아서... 그것을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아 올랐다. 나의 상상속의 마법에 갇힌 공주... 단비를... 승교수 네 놈이... 네 놈이..!!! 그날 저녁 나는 방에 돌아와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며 날밤을 세웠다. 나의 인생에 있어 마지막 연인일지도 모르는 단비의 미소를 떠올리며. - 교학과, 민호섭 "보이즈 비 앰비셔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