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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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4년11월18일(금) 13시34분01초 KST
제 목(Title):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


월요일 오전,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못 보고 있던 포레스트 검프를

보러가기로 했다.

당연히(?) 11시 반 정도까지만 극장에 가면은 조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신사동 그랑프리 극장앞에 도착한 것이 11시 40분.

그런데....으..이 영화는 1회가 10시 30분에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음회는 12시 55분에 시작하는 것이고..집에 도로 가자니 언제 또 시간을

내서 보러 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1시간 이상을 기다릴 곳도 마땅치 

않고..

웬만하면은 극장 바로 옆에 있는 메종 드 프랑스에 가서 빵이라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겠지만, 그날따라 아침을 잘 먹고 나갔기 때문에 뭘 더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비는 내리고..황당하고...2회 표를 산 다음에 그냥 발길가는대로 일단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몇 군데 커피전문점이 있기는 했지만 하나같이 문앞에 웬 날건달(?)들이

서 있는게 영 찜찜해서 들어가고 싶지가 않고..그러다 보니 어느새 중국성

앞에 다 왔다..음..여기까지 온 김에 그럼 IL에나 가 볼까?

골목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걸어들어가서 일에 도착. 여기도 주인과 친구인듯한

애덜(?)이 모여서 포카나 치고 있는 분위기다..근데 이 시간에도 벌써 2층에는

웬 남녀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천천히 초콜렛 마카다미아를 마시고 나오면서 원두 가격을 물어봤다..

우리 교수님이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올 크리스마스에 사드리면 좋을 듯

해서...근데...다른 커피는 그냥 그런가 보다..하는 정도의 가격인데 비해서

마카다미아와 초콜렛 마카다미아는 8OZ. 정도 들어갈 듯한 봉투 하나에 자그만치

4만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팔 물건도 없다고..

황당해서 피식 웃으며 '차라리 하와이에 가서 사오는게 낫겠네요'라는 내

반응에 주인총각(?)도 그러시라면서 같이 웃는다..음..근데 전에는 몰랐는데

주인이 참 잘 생겼더구만...집에서 서둘러 나오느라고 화장도 바로 안 하고

옷차림도 신경을 못 썼는데...좀 이쁘게 하구 나올껄..:P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다시 신사동으로..영화는 광고도 거의 없이 바로 시작

했다. 그리고 난 1회를 그렇게 새벽같이(?) 시작한 이유를 극장에 들어가서야

알 수 있었다. 평일이고 낮시간이고 비가 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좌석의

절반 이상을 빽빽하게 메운 사람들, 늦게 들어오는 사람이나 중간에 잡담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이미 영화를 본 사람이 많을 것이므로 줄거리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냥, 영화를 보고 나서의 내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웃기는 얘기'라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포레스트 검프라는 지능지수가 75인 주인공의 주위에서 미국 현대사의 거의

모든 중요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 일단 '웃기는 일'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건 말도 안 돼..정말 너무 작위적이야..라고 생각하면서도

관객은 너무나도 그럴듯한 짜임새에 또 다시 영화속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관객에서 미국 역사뿐만이 아니라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미국 사회의 특징(직접 살아보지는 못 했지만 외국인으로서 그렇게 느끼고 있는)

을 보여주고 있다..

결손가정(적당한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부모중의 한 쪽만 있는 가정)..

부모의 자녀학대(근친상간)..미식축구에 열광하는(좀더 리얼하게 표현하자면

환장하는) 미국 사람들..반전을 외치는 젊은이들..히피족..마약...그리고 

뉴스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아마도 마지막에 제니가 죽은 원인이 된 듯한

에이즈(어떤 바이러스라고만 표현했지만 생각컨대)...

일생을 통해서 포레스트에게는 단 네 명의 친구만이 있을 뿐이다..

그의 엄마..포레스트의 아버지와 사별을 한 것인지 아니면 버림받은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아들은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심지어는 일반 학교에서

교육을 받기에는 지능이 떨어지는 아들은 학교에 넣기 위해서 교장선생을

유혹하기까지 한다..나로서는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제니..처음 학교에 가던 날 스쿨버스에서 앉은 자리가 없어서 당황해 하던

포레스트에게 처음 말을 걸면서 친구가 되어준다..엄마없이 아버지랑 같이

살면서 친아버지에게 강간당하고...아마도 그 때의 영향으로 일생을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면서 방탕한 생활을 하지만 결국은 포레스트의 아들은 낳고

그의 옆에서 죽는다..

바버..흑인에다가 가난하고, 새우잡이를 해서 부자가 될 꿈을 꾸다가 결국은

베트남의 어느 강가에서 죽는다..그렇지만 포레스트는 바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새우잡이를 시작하고 그의 가족을 돕는다..

댄 중위..전장에서 죽지 못하고 포레스트에게 구조되어서 불구가 된 것을

저주하다가, 어느순간 바보라고 놀림받는 포레스트의 심정을 이해하고 친구가

된다..

지능이 낮아서 남들에게 놀림을 받던 포레스트와 친구가 된 사람들은 어떤

면으로건 결국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다..동병상련이라던가...

이 영화가...황당하고 작위적인 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도 있겠다..

라는 공감을 일으키는 것은 그 배경이 미국이기 때문일 것이다...만약 우리

나라에서라면은 지능지수 75인 남자애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뭐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감동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현실성이 있건 없건

지능이 낮아서 오히려 때묻지 않은 영혼을 지닌, 꾀를 부릴줄 몰라서 오히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덕분에 사회적,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멍청한 듯 하면서도 순수한 그 모습을 기가 막히게

연기해내는 톰 행크스를 보면서...감탄하고 동감하고...저렇게 살아야 한다..

라고 보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생각하게 된다면...그것으로 이미 영화는 

제 기능을 다 한 것이 아닐까....




본지 이미 며칠이 지난데다가 내 글재주가 모자란 탓에 횡설수설하는 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늦기 전에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차가와지는 날씨에 잠시라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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