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Renoir (르놔르~)
날 짜 (Date): 1994년11월08일(화) 17시37분40초 KST
제 목(Title): [단편]귀향(Valse Sentimentale)...르놔르~



시작하지도 못하고 꺼져간 사랑들을 간직한 분들께... 

(방금 막 갈겨쓴 초고입니다.  다소 거칠더라도 잘 보시고 고쳐주세요...)


르놔르

=-=-=-=-=-=-=-=-=-=-=-=-=-=-=-=-=-=-=-=-=-=-=-=-=-=-=-=-=-=-=-=-=-=-=-=-=-=-=-=



귀향(Valse Sentimentale)

                                                      지은이: 르놔르~

"오빠, 나 돌아가기 싫어..."

그녀가 나를 술에 취한 듯한 시선으로 보면서 얘기를 꺼냈다.  긴 침묵 끝에...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녀의 어깨를 몇번 툭툭치고, 그녀의 술잔에
또 다른 한숨을 부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 공원 벤치는 그녀의 손길이 가는 대로
흔들렸다.

"돌아가면,
 돌아가면 많이 바뀔거야... 진이야... 지금 너의 생각 느낌... 모두... "

"오빠아~
 나, 오빠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강하지 않아.  아무것두 모르고... 순 바보야... 
 오빤 그거 몰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다가, 손에 들고있던 술잔을 숨구멍으로 가져다 
들이부었다.  내쉬는 한숨의 무게만큼, 그녀는 술로 그 자리를 메꾸어가고 있는듯
했다.  달이 지고 있었다.  어느새, 부슬비가 그녀의 머리를 적시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없는듯, 그 비를 느낄 수 가 없었다.  느껴지는 건 지고 있는 
달의 무게만큼 무거워져가는 그녀의 한숨뿐이었다. 

"오빠,
 나 돌아가도...  나 계속 보고싶어해 줄거야?
 나 혼자는 너무 힘들어...  돌아가는 거...  정말 무섭도록 싫어... "

나는 아무말도 않고 한참 있다가 가만히 고개 끄덕였다.

"진이야,
 나도 너 돕구싶어...  곁에서 있어주고싶고... 진심이야...
 그치만...  진이... 돌아가고 난 후에는 생각이 틀려질거야...
 그때는 ... 진이야... 너에게도 나에게도 서로 그리워 한다는게 상처만 될뿐이야"

그녀는 어느새 흐느끼고 있었다.  

"그러지마, 오빠... 
 그런다고 해서 오빠가 차가운 사람처럼 느껴질것 같아?  그렇지 않아...
 그냥 나 싫으면 싫다구 하지... 흑~ "

갑자기 당황스러워진 나는 그녀에게 내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진이야...  울지마...  
 나도 진이를 좋아하는 걸...  참 착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나같은 여잘 누가 좋아한다구...
 오빤 몰라요...
 ...
 난 정말 외로운데...
 ...
 돌아가면 난 혼자 살아요... 
 집에 돌아가 불을 켜는 일 조차, 얼마나 두려운지 몰라요...
 난 이 생활이 좋아... 같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이 생활이...
 그냥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어..."

나는 그녀의 슬픈 눈에 입맞춤 하고 싶었다.  하얀 달이 젖은 그녀의 머리 위로 
빛나고 있었지만...  부슬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해가 비출때 내리는 비가 
여우비라면, 달이 빛날때 내리는 비는 뭘까... 역시 여우빈가... 

"진이야, 우리 이제 고만하자...
 너무 늦었구...  너무 많이 마셨어...
 내가 데려다 줄께, 일어나자..." 

비틀거리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본 서울의 새벽달은 무척이나 기울어 있었다.  
내가 휘청거릴때 마다 서울도 같이 곤두박질 치는 듯 했다.  그녀의 머리를 내 
어깨에 묻은채로 우리는 한참을 걸었다.  비는 사정없이 우리 둘을 적셨다.  

"이 옷 젖으면 안되는데, 어쩌지... 
 이거 다 젖어서 쭈글쭈글 해지네..."

나는 내가 하나 여분으로 입고 있던 긴팔 남방을 그녀의 어깨 위에 둘러주었다.  

"오빠 미안해... 
 정말로... 
 너무 취했나봐... 
 이런 약해빠진 모습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 만큼은 오빠에게 정말 잘 해주고 싶었는데..."

그녀는 처절하리만치 그녀의 현실에 반항하고 있었다.  우리 둘의 힘 없는 어깨위에
가만히 턱괴고 있는 하늘은 벌써 완연한 가을이었다.  한참을 걸어가야 했던 그
거리는 온통 물기로 번득이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번개 같은 것이 우리들 
몸을 때리고 지나가며 바르르 떨게 만들었다.  파리해진 그녀의 입술도 계속 
흔들렸다.  

새벽이, 이미 기울고 있었다.  난 내 긴팔 남방을 입고서도 계속 떨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고 계속 길을 재촉 했다.  오늘 따라 그녀가 묵고 있는 그녀 친구의
아파트까지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그녀의 따스안 체온이 내 팔을 타고 
심장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녀가 조금은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고 나를 불러 물었다.

"지금 우리 어디에 있는 거예요?"

"자, 저 골목만 돌아가면 돼...
 조금만 더 힘을 내..."

"오늘... 너무 고마왔어요... 다음에 런던으로 오게 되면, 꼭 연락해요... 
 나 음식도 잘하거든요...  내 그림들도...  오빠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요...
 연락... 꼭 해요...  안하면 ... 미워할꺼야... "
 
"그래, 진이야...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겠지... 인연이 없으면...  어쩔수 없이 우린 서로 
 잊혀지겠지만...  그 인연... 억지로 만들려고 노력하지는 말자... 우리에게 
 언젠가 그 놈이 찾아온다면... 그 때 자연스럽게 우리 다시 찾아온 인연을 
 감사드리자..."

그녀는 한동안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걸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
그리고는 그녀는 다시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가랑비가 그녀의 눈사이로 
기울여 흘러내렸다. 

천천히 우리 곁을 지나가던 택시의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왔다가, 다시 작아지며 
우리곁을 스쳐지나갔다.  차이코프스키...

그녀가 한 동안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차이코프스키의 Valse sentimentale 를 듣게 되면,
 나를 생각해줘... "

뒤돌아 서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벌써 비행기를 탄 듯 멀고 높게
느껴졌다. 

그녀를 보내고 난 내일의 서울 하늘은 달라보이겠지...

나도 내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날 때가 된것일까...  그녀의 마지막 손 흔들림을 보고,
나도 작렬하는 가로등 밑 사이로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담배 한가치를 배어 물고 한숨을 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난 또 새로운 일들과, 그 동안 미뤄왔던 일들이 다시 내 앞에 뿌려지는 것을 
느끼고 다시 무거워지는 어깨를 추스려 뛰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을 즈음엔, 나도 진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가 없는 회색빛 세상으로...
고향으로...






감사합니다.

-졸필.르놔르~
오늘 우리가 진리로 분명 알 수 있는 것은,    |  ......인터넷 공식 수도승......
태어났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              |              르놔르~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될것이라는 것 뿐이다.  |       hpkim@Athana.MIT.EDU
그 삶은 우리에겐 일회적인 것이란것과 함께.  |          (617)225-9304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