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wha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Life) <211.117.16.215> 날 짜 (Date): 2001년 7월 25일 수요일 오후 07시 40분 24초 제 목(Title): 암 ? 몇 달 전이던가..대학원 졸업한 선배 언니의 사망 소식을 갑자기 들었었다. 암이었는데, 마지막까지 가족들조차 전혀 암에 걸린 것을 알지 못했고 혼자 투병했다던. 나이도 서른 후반 정도였을텐데.. 자세한 얘긴 알 수 없었어도 가슴 아프고 놀라왔지만 어쨌든 남의 일이었다..며칠 전까진. 우연히 정기 검진을 하다가 내게서 혹이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니고 여럿. 물론, 운이 좋으면 정밀 결과에서 양성으로 판정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만가지 잡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 평소 냉정한 편인데,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내가 지닌 혹에 대한 단서, 생명에 대한 단서를 찾느라 좀처럼 일에 집중을 못한다. 이즈음에 그 선배 언니가 다시 생각나는 것은, 어떻게 그토록 가족에게조차 숨기고 혼자 투병할 수 있었냐는 거다. 나는 벌써 불안한 진단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를 혼자 가지고 있기 힘들어 남편이나 가족에게 털어놓고 싶어지는데. 한편으론 가족들에게 미리부터 짐을 지우고 걱정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다짐을 하지만, 자꾸 약해진다.. 죽음은 아직 떠올리지도 않고, 그것 자체가 두렵지는 않은데 투병과정이 매우 귀찮고 힘들 것 같다. 그것도 안하면 그만인데,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너무 착하고 헌신적인 우리 남편이다.. 결혼 전에 내가 하도 속을 썩이고 고생을 시켜서 결혼 후엔 항상 웃게 해주려고 했는데, 남편이 너무 불쌍하다.. 나도 그 언니처럼 남편에게 끝까지 알리지 않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