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vitamin7 ( 쥐~*) 날 짜 (Date): 2001년 6월 14일 목요일 오후 06시 48분 41초 제 목(Title): 동거. 휴학을 했던 친구가 잠시 우리집에서 지냈다. 집이 지방이라 서울에는 집을 구해야 하는데 집 구하기 전까지 있을 곳이 필요하다고 해서 기꺼이 우리집에서 지내라고 했다. 있고 싶을 때까지. 대학에 와서 만난 친구들 중에 가장 친하기도 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였기에 함께 지낸 시간들이 참 즐거웠다. 사실 그 친구 전에 한달 가량 우리집에서 지냈던 친구가 또 한 명 있는데, 그애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아니 좋아하지 않는 친구였다. 있는 동안에는 잘 지냈지만 나가고 나서도 별 느낌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시원했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 때에 깨달았으니 말이다. 아주 사소하게 다른 생활습관들 때문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내가 왜 우리집에서 지내라고 했나 후회도 되고 그랬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그 전 친구가 있을 땐 나를 너무 신경쓰이게 하던 습관들, 행동들이 그 다음 친구는 똑같이 해도 하나도 안 미운 것이다. (아, 헷갈려. 먼저 있던 친구는 S, 나중에 있던 친구는 Y라 해야겠다.) 오히려 S는 내가 불편해 할까봐 신경도 많이 쓰고, 물어도 보고 그런 편이었고, Y는 그냥 편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곤 했는데 말이다. S에게 불만이었던 점이 Y에겐 용납이 되는 것이다. 좋아하고 아니고의 차이가 참 큰 것 같다. 이성친구가 아니라 동성끼리도... Y랑 이야기하다가 날밤 꼬박 새버린 적도 몇 번 있고, 같이 쇼핑을 가거나 밥을 먹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몰랐던 점도 참 많이 알았다. 그러다, 어제 Y가 나갔다. 사실 다음 주말쯤 나가겠다고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밖에서 놀다 전화를 받았더니 짐싸서 나와서 다른 친구네 집에 있다는 것이다. 아, 원래 중학교 동창이 자꾸 자기네 집에 오라구 졸라서 집 구하기 전에 며칠 거기 있을 거라고 하긴 했었다. 그런데 그게 다음 주말이라고 했던 것이다. '나 숙제 & 시험으로 고생하는 거 실컷 옆에서 놀려먹고, 이제 나 방학해서 노니까 재미없어서 간거지? 칫~' ` 장난치면서 대꾸했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막 눈물이 나는거다. 전날 밤에 잘자~ 그러구 담날 아침에 보니까 이미 나가서 얼굴도 못 봤는데 내가 나가있는 동안 짐싸서 나갔다니. 왜 그렇게 서운한지. 나도 모르게 서운한 티가 많이 났는지 Y가 당황한 것 같았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내가 그렇게 나오니 그랬겠지. 인사도 안하고 가서 솔직히 서운하다고 그랬더니 막 미안해 한다. 사실 그날 아침에 인사하려고 나 깨우러 내 방에 들어왔단다. 그런데, 그게...... 사실 난 잘 때 그다지 잘 챙겨입는 편이 아니다. 문 열었다가 '화들짝' 놀란 Y는 그냥 나왔다는 거다. 그러니 내 책임도 약간은 있다는 거지. 암튼, 열쇠로 문을 열고, 어두운 집의 불을 켜고, 냉장고에서 물 꺼내 마시고, 내 방에 들어왔는데... 너무 허전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지금도 집에 혼자 하루종일 있으려니 외로워서 괜히 코골고 잠꼬대까지 하며 잘 자는 강아지를 꼬옥 끌어 안았다. 발버둥치고, 털 날리고 난리도 아니군. 털갈이 하는 걸 깜빡했네. -_-; -------------------------------------------------------------------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 하나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