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vitamin7 ( 쥐~*) 날 짜 (Date): 2000년 2월 22일 화요일 오전 04시 58분 33초 제 목(Title): 흔치 않은 구인광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전봇대 하나. 바로 옆이 수퍼마킷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탓에 그 전봇대에는 항상 광고지들이 붙어있다. 대개 대학생들이 과외를 구하는 광고와 어디서 바겐세일을 한다는 광고들이 붙어있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광고가 붙어 있어서 평소와는 달리 유심히 읽어보았다. 세상에.........구인광고였다. 구하는 대상은 '남편'!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찬찬히 읽어보았더니, 그리 우습거나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심각하다면 심각한 내용이었다. 맨 위에는 이름(한자라서 안 읽었다. 못 읽은 게 아니다.^^;)과 생년월일, 취미와 특기, 성격, 종교 등등 자신에 관한 내용이 주욱 적혀 있었고, 아래에는 이런 광고를 내게 된 이유와 원하는 남성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목조목 이쁘게...... ...가 아니라 엉망인 맞춤법과 문장력으로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쓰여 있었다. 어두워서 맨 윗 부분의 이름과 생년월일은 그리 자세히 보지 못했고, 취미는 등산, 책읽기 정도였던 것 같고, 성격은 착하고 개성있다고 쓰여 있었다. 아..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글로 끄적이게 될 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자세히 읽어볼 걸...-_-; 내일 그 옆을 지나게 되면 다시 읽어봐야겠다. 암튼, 대충 기억나는 건 중국에서 유학을 왔는데 여기서 시집가길 원한다는 것. 그래서 남편감을 찾고 있는데, 조건은 단 하나였다. '양띠'만 아니면 되었다.^^a 이유는 안 써있어서 모르겠지만, 그게 매우 중요한 요건이었나보다. 그리고 시댁에 관한 조건은 집안형편(경제적으로)이 좀 괜찮았으면 하는 것과, 불교나 무교였으면 한다는 것. 자신이 불교라서 그런 듯 싶다. 서툰 한국어라 맞춤법도 엉망이었고, 문장도 이해하기 어렵게 쓰여있었지만, 그녀의 급한 사정은 그대로 드러나는 글이었다. 마지막 한 문장이 특히 그러했다. "저에겐 중요하고 급한 일이니 제발 장난이나 재미로 전화하지는 말아주세요." 아래에 오징어 다리처럼 뗄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세로로 여러 개 써두었다. 2~3개 정도는 이미 떼어져 있는 것을 보니 누군가 전화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 전화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결국 떼어오지는 못했다. 전화해서 사정을 듣고 뭔가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런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또 후회가 된다. 내가 보기엔 그녀의 문제는 그렇게 구인광고로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 같았는데....... 뭐, 내가 사정을 확실히 아는 것도 아니고, 만약 안다해도 도와줄 만한 힘도 없지만, 왠지...도와주고 싶다. 분명한 건 그녀는 지금 곤경에 빠져있다는 것. 내 생각엔 한국 체류 문제인 듯 싶은데, 과연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우선 내일 당장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봐야겠다. 쥐. 덧. 혹시 키즈에는 그녀와 결혼해 줄 사람이 있을런지...-_-a The heart has its reasons which reason knows not of. - Pascal.Blais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