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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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4년09월29일(목) 22시01분04초 KDT
제 목(Title):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2


지난 일요일 오후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 있는 사람이 간간이 있을 정도로 한산한 차 안에 갑자기 웬 어린아이가

하나 나타나서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사람들의 무릎위에 껌 한 통 씩을

올려놓으며 지나갔다..

한 때는 3호선을 타면 "아~ 쟤애?" 하고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자주 껌을 팔러 다니던 여자아이가 있었다..나이는 기껏해야 한 열 살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이미 어린아이다운 모습은 전혀 없이 세상물정에

닳고 닳은 듯한 얼굴표정을 하고 다니던..

너무 자주보는 풍경이라서 처음의 안 되었다는 감정은 이미 메말라 버린 

데다가..이런 아이들은 대개가 집을 나와서 저희들끼리 돌아다니며 사는(?)

애들이 아니면, 나쁜 어른들한테 잡혀서 할 수 없이 껌팔이 등을 하는 아이들

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아예 모르는 척 하는 일이 예사였다...

껌 한 통을 사줘봤자 그 아이를 돕는 일이 아니라 엉뚱한 사람 돈벌어주는

일이거나, 아니면 아이들을 더 나쁘게 만드는 일이라고 자위하면서.....

그런데 이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였다..한 일곱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

눈이 크고..옷차림도 그다지 지저분하지 않은..CF 모델을 해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맑고 예쁘게 생긴....

이런 일은 처음 하는지 사람들의 무릎위에 껌을 올려놓고 다시 걷어가는 손놀림

이 무척 어색한..심지어는 잊어버리고(?) 껌을 그냥 두고 가기까지 하는..

나는 바로 그 전주에 서울에 왔던 우리 석준이 모습이랑 비교가 돼서 그 아이의

모습이 더 안타까왔다..

그래서 내 앞에 온 그 아이에게 천원짜리 한 장을 주고는 거슬러주는 오백원을

도로 내주면서 "너..엄마는 안 계시니?"하고 말을 걸었다...

그 때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나를 쳐다보던 아이의 눈동자...............

내가 해 줄수 있는 일이란 기껏해야 내리기 전에 아까 샀던 껌 한 통을 다시 

아이에게 주면서 "이것두 마저 팔어.."하고 말해주는 것이었을뿐..........

어차피 아무 일도 해 줄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그냥...무능력한 내가 싫고

슬펐다....

세상은...왜 이렇게 살기 힘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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