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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4년09월23일(금) 23시14분25초 KDT
제 목(Title): 사건 뒤에 여자가 있다??


추석 연휴에 온국민을 경악과 공포속으로 몰아넣은(음..완전히 뉴스 말투라 

좀 맘에는 안 들지만..) '지존파' 사건..

어젯밤 뉴스에도 계속해서 '지존파'들의 행적이 소개되는 한편, 그 조직원

들의 신상이 소개되었는데...

포승에 묶여있는 범인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클로즈업해서

화면 절반에는 이름과 나이외에 간단한 약력이 소개되는 형식.

초저녁 뉴스때 보고 9시 뉴스에서 똑같은걸 또 보면서도 워낙에 관심이 

쏠려있는 사건인데다가 알기쉽고 눈에 쏙 들어오는 편집에만 정신이 빠져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넘겼었다..

근데...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다가(!?) 갑자기 뭔가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때리는 것이다..

도대체 그 방송에서 어떤 것이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는지..곰곰 생각을 해 

보니..

다른 범인들의 소개에 이어서 여자로는 유일한 조직원(?)이었던 이 XX를 소개할

때의 기자의 말이었던 거다..

"사건 뒤에는 여자가 있다! 이 XX 나이 ??세..어쩌구..저쩌구.."

음..바로 '사건 뒤에는 여자가 있다.'라는 말이...자꾸만 걸려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지실 것 같다..

'아니, 그 말이 뭐가 어떻다고 그러는 거지? 맞는 말이자나..'

그렇다..나도 뉴스를 첨 볼때는 그렇게 생각했다..아니, 솔직이 말하자면

'아무 생각없이' 그냥 보고 들으면서 받아 들였었다..오히려 참 '신선한' 

그리고 '적절한' 표현이라고 내심 동감했었던 것 같다..

근데 이 말이 왜 하룻밤 지나고 나서 '아니다..'가 된 건지??

음..생각을 좀 해 보자..(이거 책을 읽고 났더니 sky님 말투를 닮아 가는듯..:)

우리가 보통 생각할때, '사건 뒤에는 여자가 있다.'라는 말은 어떤 경우에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을까..

내 생각으로는 이 말은 '여자가 그 사건의 원인이다. 즉, 그 여자로 인해서

그런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말이다.

가끔 변심한 애인때문에 부대에서 총을 훔쳐가지고 나와서 난동을 부리는

탈영병 사건때면 쓰는 말이 바로 이 '사건 뒤에는 여자가 있다.'인 것이다.

따라서 기자가 방송에서 한 말이 맞는 말이라면 '이 XX'라는 여자가 바로 

이 사건의 원인이 되며, 그 여자때문에 '지존파' 일당은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가 된다..

근데..정말 그런가???

최소한도 보도에 의하면 '이 XX'라는 여자는 다방(술집?) 여종업원으로 있다가

지존파 일당에 의해서 구출(??)되어 조직의 일원이 된 여자로 그 중의 한 명과

애인 사이였다고 한다..

즉, '이 XX'는 이 사건의 '원인'은 아니다. 왜냐하면 결코 지존파 일당이

그 여자때문에 그런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그래서 결국은 기자가 한 말은 사실이 아니며 진실을 오도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럼, 왜 진실만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가 그런 말을 했을까를 생각해 보자..

쇼 프로그램 등의 MC 와는 달리 기자들의 보도에는 미리 다른 사람이 써주는

원고가 없다는 가정하에 얘기를 해나가자면..(사실이 어떠한지는 나도 모른다)

먼저, 방송도 일종의 상품이므로 잘 팔리게 하려면 눈에 띄게 해야 한다.

눈에 잘 들어오고 산뜻해 보이는 화면 구성도 그런 목적을 위한 것이고..

'사건 뒤에는 여자가 있다!'라는 멘트 역시 시청자의 눈 뿐만 아니라 귀까지도(!)

솔깃(?)하게 만들기 위한 것인 것이다..

그 말의 내용이 참이냐 거짓이냐를 떠나서 일단은 시선을 집중시킬수 있는 것이다.

'사건'이라던가 '여자'라는 말은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단어

들인데다가 '여자가 사건의 원인이다.'라는 인과관계까지 설정이 된다면

더 말할 것이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어느 정도는 나 자신까지도 포함해서 우리 사회 전체에 아직도

만연해 있는 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기자로 하여금 그런 말을 하게

만들지 않았을까..하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게 된 것은 범인들에게 잡혀 있다가 탈출해서 

경찰에 제보를 한 또 다른 이 모양 덕분이다.

(이 모양이 유부남과 만나다가 그런 일을 당하게 됐다는 건 지금 하는 얘기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그만 두기로 하고..)

그런데 이 또 다른 이 모양의 공로(?)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한 마디 하고 

넘어가면서..(물론 이 XX에 대해서 특별히 긴 시간 소개한 것은 아니지만..)

유독 '사건 뒤에는 여자가 있다'라고 이 XX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유가

뭔지...

보도를 한 기자가 특별히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조선시대 유생같은 사람일 것

같지도 않고...

암튼 좀 찜찜했다..나도 여자이기 때문에....그리고 나 역시 '여자는 어쩔수

없다'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또한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말 한 마디에 대해서는 길게 비판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생각은

쉽게 깨뜨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 결코 여성해방론자는 아닌..그렇지만 여자를 비하시키는건 싫은...그렇기 

   때문에 남자한테 의존하기도 싫은...그래도 가끔은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남자가 그리운...줄라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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