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wha ] in KIDS 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4년09월21일(수) 00시59분09초 KDT 제 목(Title): 눈나! 싸랑해애~~~~ 석준이는 일곱살. 막내삼촌의 큰아들이며 내년이면 학교에 가는 이쁜 사내아이다. 석준이네 집은 부산이기 때문에 일년에 서너번, 명절때만 볼 수가 있다. 올해도 추석아침에 석준이네가 도착을 했다. "눈나~~(석준이는 누나라는 말을 이렇게 한다)"하면서 달려와서 안기는 모습이 지난 설에 봤을 때보다도 부쩍 더 자란 듯하다. 나도 "석준아~~"하면서 같이 끌어안고(?) 한참을 반가와 하다가 보니 반년 전만 해도 엉금엉금 기어다니던 석준이 동생 영준이 녀석이 어느새 걸어서 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애들은 정말 빨리도 큰다는 것을 느끼며..더불어서 나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을 절감하며..:)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석준이는 내 손을 잡아끌고 방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그렇지만 누나 컴퓨터에는 게임이 한 개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실망해서 곧 밖에 나가서 놀자고 조르기 시작.. 난 결국 석준이 손에 이끌려서 골목에 나가 팔자에도 없는(?) 공차기를 하고.. 그 와중에 영준이까지도 저희 형을 따라서 내 손을 잡아쥐고는 따라나서니.. 난 아들(?)이 하나에서 둘로 늘은 셈이다..쩝~ 석준이는 나보다 열아홉살이 어린 동생이다..'아들같은 동생'이라는 표현이 꼭 맞는..그래서 더 정이 가고 예쁜.. 집이 멀기 때문에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명절때면 음식준비에 바쁜 작은 엄마 대신에 내가 보아주다 보니 되게 정이 들어 버렸다.. 그게 석준이가 몇 살 때던가?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할 무렵일거다.. 한 번은 역시 석준이를 데리고 방에서 놀고 있는데 얘가 나를 막 껴안고(?) 침대에 쓰러뜨리면서(???) 그러는 것이다.. "눈나! 싸랑해~~~" 윽...요즘 애들 무서비~ 내가 어렸을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음.이 말은 아마 기성세대 누구나 하는 구태의연한 표현인데..그럼 나두 기성세대? :) 고 무렵부터 TV에서 영화같은걸 할때 웬만한 러브신은 안 자르고 다 보여주고 또 취학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애들은 상대로 사랑해요 어쩌구 하는 말들을 가르쳤는지..기껏해야 서너살 먹은 이 맹랑한 어린 것이 엄마같은 나이의 누나한테 사랑고백을 하다니... 음..그래도 기분은 좋더라~ :P 오늘도 나를 보자마자 막 덤벼들어서(???) 뽀뽀를 하려는 석준이한테 육촌오빠가 그랬다.. "석준이 너, 어서 그런거 배웠어? 너 여자친구 있어?" 그랬더니 요녀석 대답. "있지~" "음..그래? 여자친구 많어? 열명두 넘어?" "넘지~" 윽..이것이...잘 생긴 남자는 얼굴값(?)을 한다더니...인제 유치원에 다니는 애가 여자친구가 열 명이 넘는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 "나 국민학교 다니는 애하고도 사겼는데~" 윽..이건 꼭 고등학생이 대학생이란 사귄다는 말 같이 들려서 영 기분이 묘~하다..:) 암튼..그래서 내가 물어봤다. "석준아~ 너 지금두 누나 사랑하니? 니가 전에 그랬었자나." 음냐..그랬더니 이 녀석이 그런 말 한 기억 안 난대나?? 으...아무리 남자가 하는 말은 믿을수 없다지만....:P 그러면서도 내 눈치를 사악~ 살피면서 하는 말.. "눈나~ 난 눈나가 좋다!" 하하..어느새 사랑하는 사이(?)에서 좋아하는 사이로 격하가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오전 내내 어부바를 해달라는 석준이를 업어주고, 안아주고.. 또 거실 커텐에 홀딱 반한(?) 영준이 때문에 이 나이에(?) 영준이 데리고 커텐 속에 들어가서 숨바꼭질 놀이 해주고..(뻔히 어딨는지 알면서 모르는 척 우리 영준이 어디있나? 안 보이네?? 하다가 영준이가 커텐 사이로 싹~ 고개를 내밀면 아이~ 여쓿네~! 하는 지극히 유아틱한 놀이..) 또 집에 있는 거 놔두고 모가 먹고 싶다는 애들 데리고 가게에도 다녀오고.. 그렇게 애들이랑 놀아주다 보니 어느새 점심때가 넘었고 나는 기진맥진.. 차례를 지내고 나서 어른들이 할아버지댁에 가신 후에 세시간 반 동안이나 낮잠을 자고야 말았다..쩝.. 음..그래도 조금 후에 달이 나오면 하고 싶은 말.. "눈나도 석준이 사랑한다." (그보다 먼저 달님에게 해야 할 말.. "석준이 같은 이쁜 아들 낳게(?) 이쁜 신랑 하나 점지해 주세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