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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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무시칸) <apserv1.hcf.jhu> 
날 짜 (Date): 1998년 10월 24일 토요일 오전 01시 17분 06초
제 목(Title): jackson님께 


jackson님, 안녕하십니까?

그 동안 올리신 글들, 그리고 더불어 님의 글로 인해 올려진 여러 분들의 

글들을 진지하게 읽어 보았고, 그래서 이 문제를 제기하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이대생도 아니니까 감사할 입장은 아니지만)

참 많은 분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보면서 저는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

했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일 행위가 옳지 못하고 그래서 김활란 상의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그 점에 대해선 사실상 모두가 동의를 한 것으로 

압니다.

한 손님은 당시 전체 지식인들의 나약함을 지적하면서 김활란의 경우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음을 강변하셨고, 저로서는 이 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 되더군요.

왜냐하면 최소한 저의 경우, 제가 일제 시대에 태어나서 과연 항일 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고 제가 지식인이란 뜻은 

아닙니다.)

변론을 맡으신 마담님의 글도 좋았읍니다. 제가 이해하기엔 이 분은, 진정 

김활란이란 분이 친일한 죄가 없음을 말하고자 하신게 아니라, 그 시대의 

지식인이면서 여성인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고뇌에 대한 변론이었읍니다. 

(스스로 화살을 맞은 각오를 하면서도 변론을 맡으셨던 마담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모든 죄인은 변론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믿는 저로썬, 마담님의 글에

어떠한 잘못도 발견하진 못했읍니다. 그리고 강요와 위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옳지 않은 일에 명백히 반대하지 못함을 비난할 수 있는가 라고 하는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셨지요.

마지막으로 푸른산님이 뼈 아픈 진실 (한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는 그 사람이 보여준 "행동"뿐이라는)을 분명히 하시면서 이 토론은 대체로 

정리가 된 것 같더군요.

이렇듯 한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그렇지만 크게는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지요.

이런, 쓸데없이 제 얘기가 길어졌군요.

이제 님의 글에 대한 주제넘은 제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해볼까 합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문제를 제기하신 님께 감사하고, 결코 님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음을 분명히 합니다.

다만 표현에 있어서 이대분들이 오해를 하실 수 있는 면이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

됩니다.

말꼬리를 잡는 것은 아니고 (기분 나쁘시다면 죄송합니다.), 님께서 쓰신 글들의

아주 일부 (대의와는 무관한)를 인용한다면 (시간순서대로), 


> 사소한, ( 그네들로서는 사소하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난
>
> 위안부 문제보다는 훨씬 사소하다고 생각한다.. ) 남녀불평등문제,
>
> 에는 그리도, 들고일어나 외쳐대던 이대가 아니던가..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남녀평등의 문제가, 지금의 문제보다 "훨씬" 사소하다고 단정하신 것은, 큰 오류였

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에게 있어서 남녀 평등문제는 지금 그들이 싸워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남녀 평등의 문제가 지금 이 문제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할 권리는 우리 남성들 중에 아무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남녀평등 문제만큼 중요하다"는 표현만 쓰셨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습니다. 그리고 "들고 일어나 외쳐대던" 이란 표현도 좀 과격하지 않나 싶군요.  


> 최소한.. 이대생도 이 빌어먹을 상 제정에 욕지기가 난다고
>
> 구역질이 난다고... 말을 한다면..
>
> ' 이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분노를 느끼고, 역시 같은 민족으로
>
> 같은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이구나..'
>
> 라며.. 감정적인 동지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  그것 하나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para님이나 bbmania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극단적인 반대표명을 않는다고,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정중하고 낮은 목소리가 

격한 감정에서 나오는 욕지기보다 더한 힘을 가질 수 있음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 ' 이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분노를 느끼고, 역시 같은 민족으로
>
> 같은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이구나..'

이 대목에서, 님께서는 이미 처음부터 이대분들을 "같은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제를 하신 것으로 보일 수 있겠네요.

님께서 느끼시는 분노를 이대분들이 물론 느끼실 것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굳이 이렇게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 없었다고 이대분들이 생각할 수 있겠지요.



> 그리고, 님은 한겨레 21 에 나온 사진을 아직 보지 않은 것 같군요..
>
> 보았는데도.. 아직도 ' 자기 학교 이미지 훼손' 에 더 머리가 돌아가며
>
> 이런 글을 썼을 것 같진 않거든요..

para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제가 알기로도 정신대문제를 사회에 처음 끌어낸 것은

이대 학생들을 비롯한 여성계였읍니다. 그전에는 한국에서는 정신대는 치부였고 

드러내 말하기 어려운 문제였읍니다. 마담님이 지적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들을 "환향녀"라 칭하며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남성들이 이 문제를 공론화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읍니다. 정신대의 문제에서도 우리는 남녀평등의 문제를 같이 

생각할 수 밖에 없음을 일깨우는 점입니다. 

'자기 학교 이미지 훼손' 에 관계된 그 어떤 글도 저는 보지 못했고, 님의 

글에서만 보았다면, 이것은 님의 지나친 비약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  다만, 이상하게도, ' 스스로의 수준을 좀 높게 보고 사는 다소 환상에 사로잡힌
>
>  재밌는 집단' 이란 생각은 합니다..

이대에 대한 님의 이런 생각을 밝히신 것은 명백한 오류였고, 님의 글들의 의도를 

결정적으로 약화시켰읍니다. 저도 이 글을 읽고는 님의 의도를 다시 생각해 볼 

정도였으니까요. 님께서는 처음부터 이대분들을 님과는 다른 부류라는 생각을 

기본 전제로 글을 쓰셨다면, 그것이 처음부터 이대분들의 저항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었음을 아셨어야 했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님의 이러한 전제가 사실이라면 (혹은 대다수 이대분들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아무리 님의 대의가 옳은 것이라 해도, 이대분들의 

반응이 님이 원하는 수준으로 적극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친일한 행동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읍니다. 

이대분들도 그렇다고 했읍니다.


다만, 우리가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김활란이란 분을 "일제시대의 친일인물" 

로만 볼 수 있는 우리와는 달리, 이대분들은 그 분을 그 시대의 

"고뇌하는 지식인 여성"으로도 볼 수있음을 우리는 알았어야 했읍니다. 
                 ^^^^
(그렇다고 이대분들 중에 그 아무도 그 고뇌가 친일행위를 정당화 한다고 말한 

적은 없으니 더 이상 이 논쟁을 하지는 말도록 합시다. 최소한 당분간은.  ^^; )


이제 님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이 게시판에서 그 의미가 전달되었고, 

그러기에 이제는 우리 모두 이 버거운 논쟁을 잠시 접어 둘 때도 된 것 같네요.

님의 문제제기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리고,

날씨가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십시요.


더불어 이곳에 좋은 글들을 올리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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