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biblio (모야?) 날 짜 (Date): 1998년02월01일(일) 10시01분34초 ROK 제 목(Title): [애도] 시계가 멈추다 나는 시계 인간이다. 손목에서 시계가 떨어져본 적이 거의 없었다. 세수를 할 때나 잠을 잘 때나, 심지어 목욕을 할 때조차 시계를 풀 어놓지 않는다. 행여나 시계와 나와 떨어져 있었다면 왼손에 팔찌 껴보았을 때와 시계줄을 갈기 위해 점포에서 잠시 풀러봤었던 적.. 흠 .. 아마 그 잠시 뿐이였을 것이다. 시계를 차고 있으면 손목 에서 찌르르 하면서 세세한 전파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 시계를 차고 있으면 나는 시계 초침처럼 살 수 있다. 새벽에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시계를 차고 잠들면 학교가야할 시간이 되어 그냥 번쩍번쩍 깨버리는 걸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 행여 내가 늦잠이라도 자는 날이라면 대개 잠결에 시계가 풀려버린 경우였다. 어떻게 시계 를 풀고 다시 잠들었는지 알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늦잠을 자고 싶 은 무의식이 작용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내 시계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시계를 꿈꾼다. 오늘 아침에 시계를 산 이후 처음으로 시계가 멈췄다. 시계는 정확히 2월 1일 새벽 여섯시 48분 40초를 가리키고 있다. 아직도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아 40초 대의 가파른 상승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그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했다. 나 역시 나이를 먹어서 - 아주 오래 먹어서 - 살다보면 어느날 갑자기 새벽녁에 숨이 멈춰버릴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저 시계처럼 열심히 숨고르기를 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이 아침 느지막하게 발견될지도 모르겠군.. 기억하기에 96년 이 맘 때였던 거 같다. 복학을 계획하면서 어머니에게 시계 얘기를 했더니 어느날 장에 가서 시계를 하나 사주셨다. 아마 그 때도 내가 이랬던가..? 그 때 너무 즐거워서 어디다가 포스팅을 했었던 것 같은데, 벌써 이 녀석이 2년 씩이나 나의 벗이었단 말이지, 누구보 다도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녀석같은이라구. 왜 그런지 심장 한쪽에 찌릿함을 느낀다. 시계가 보내던 세세한 전파가 나오지 않아서 그런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