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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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wha ] in KIDS
글 쓴 이(By): july ()
날 짜 (Date): 1994년09월06일(화) 22시31분11초 KDT
제 목(Title):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먼저..즉석에서 쓰는 글이라서 묵직(?)한 제목과는 달리 별 내용이 없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조금 전에 GeneralInfo를 봤더니 새끼 고양이를 준다는 분의 포스팅이 있었다..

음..

난 '이쁜 새끼 고양이..'라는 그 글의 제목만 보고선 벌써 작은 솜뭉치같은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 되고..

얼른 커서를 그 글로 옮겨서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읽었다..

아~ 당장에라도 "그 고양이 저한테 주세요~"라고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자칭 고양이를 이뻐한다는 내가 학교에 가고 없을땐 누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변을 치워주고 보살펴 줄 것인가...

울엄마는 어렸을때 개한테 물리신 적이 있어서 동물을 싫어하시니..

게다가 집에 애완동물을 기를 경우에 힘들고 귀찮은 일을 엄마 차지가 될 것이

뻔하니..내가 어떻게 고양이를 키우자는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나는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

한 번도 직접 키워본 적은 없지만....

근데 키워보지도 않고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느냐고??

흠...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줄라이의 집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시 강남구'

이지만 아주 시골동네이다..

그래서 이 동네엔 소위 말하는 '떠돌이개'나 '도둑고양이'도 많이 돌아다닌다..

집수리를 하기 전까지는 마루 유리문 아래쪽으로 마당에서 이어지는 작은 공간(?)

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우리 식구들은 그 곳에 한 도둑고양이 식구(?)들이 진을 치고 살고

있는걸 발견하게 됐다...

물론 수코양이는 없고 어미와 새끼 고양이 몇 마리들....

의외로 '도둑고양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그 고양이들은

아주 말끔하게 생기고 이뻤다...

겨울에 추워지면 살짝 열려있는 지하실 문을 통해 따뜻한 지하실 보일러 위에

보금자리를 꾸몄던 고양이들...

매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아마 우리 식구들 앞에 나타났던

고양이들은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를 이은 혈통이었나 보다...:)

동물을 어지간히 싫어하시는 엄마도 어느 봄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안방 앞의

감나무 줄기에 매달려서 재롱떠는 모습을 보신 이후로는 먹다남은 생선이며

고기 부스러기들을 주시기도 하고....

고양이들도 우리 식구가 마당에 나갔을때는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고..

어떤 때는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면 현관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서 집을 

지키고(?) 있던 늠름한 어미 고양이의 모습을 발견한 적도 있다...

재작년 봄에 집수리를 하고, 그 고양이들의 보금자리였던 마루밑 구멍(?)이

없어진 후에도 고양이들은 고향이나 친정(?)을 찾아오듯이 또 자기 새끼들을

데리고 와선 우리 마당 잔디위에서 놀곤 했었다...

그렇지만 역시 겨울이 되면서 추워져서인지..그 후로는 거의 오지를 않는다...

92년도 봄에 한꺼번에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던 그 어미고양이는 어디 있을지..

살아나 있을지...

또 그 때 새끼 네 마리 중에서 유난히도 작고 약하고 또 꼬리모양이 약간 기형(?)

이던 가엾은 새끼는 지금까지 살아 있을지....



요즘도 가끔가다가 마당쪽에서 야옹~하는 소리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곤 달려가서

살펴보곤 한다...

잘 살펴보면 잔디나 나무그림자 사이에 까맣고 하얀 얼룩 무늬가 고운 예쁜

고양이 한 마리가 꼭 있기 때문이다...아주 우아하고 예쁘게 걷는...:)


아마도..내 평생동안 직접 고양이를 기르는 일은 있을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난 언제나 야옹~하는 소리를 기다리며..가끔 오는 고양이들을 위해서

마당 한 구석에 고양이 먹을 것을 가져다 놓을 거다...

지금은 다른 자리로 옮겨심은, 이제는 아주 커져버린 감나무에 기어오르려던

그 주먹보다도 더 작았던 귀여운 새끼 고양이들을 기억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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