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wha ] in KIDS 글 쓴 이(By): scarlet (scarlet) 날 짜 (Date): 1997년10월09일(목) 17시14분17초 ROK 제 목(Title): 실수.. 컵들과 포크, 스푼을 수건과 폼과 수세미와 같이 들고 방을 나설 때부터 뭔가 불안했다. 불안하면서도 그 감정 그대로 무시해버리고 바리바리 들고 세면장으로 내려갔다. 뜨건 물을 두 컵에 가득 붓고 수세미에 퐁퐁을 묻히고 컵 하나를 드는 순간 멈칫 ..그리고는 쨍~ 분명히 난 컵을 들고 있었는데 내 손엔 컵이 없었다. 잠시 '컵 들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난 컵을 놓친 것이다. 그 순간 세면장에 누군가가 있어 나의 모습을 지켜봤더라면 아마도 몇 초간인지를 망연히 서 있는 내 모습을 보았겠지. 신기한 것은 보통때는 오래 쓰던 물건을 잃게 되면 속이 아프다 못해 쓰렸었는데 이번에 깨진 컵은 그저.. 저 컵 이뻤었는데.. 저 컵 내 동생이 탐하던 거였는데.. 라는 생각 이외에는 마음속 깊이 뭔가 도려내는 아픔은 없었다는 점. 나에겐 컵이 두 개인데 지금 남은 건 아주 오래 전에 산 꽃 무늬 컵. 이번에 잃은 컵은 더 나중에 딸기무늬가 이뻐서 샀던 컵이고 많이많이 좋아했던 컵인데.. 지금 남아있는 컵을 깼으면 혹시 마음이 아팠을까? 그나저나 어제 컵깬 것 이후로 벼라별 실수들을 씨리즈로 해대고 있다. 마치 내 뇌세포중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떼로 사망한 듯한 느낌. 나 스스로에게 많이 찜찜해하며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본관앞에서 휠체어에 앉은 어떤 아가씨를 보았다. 흘낏 살펴보았는데 발목 두께가 내 손목두께보다 얇은 것이었다. 내 뇌세포가 설사 떼거지로 죽었다 치더래도 그정도는 정말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