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eternity (새 벽 별) 날 짜 (Date): 1999년 11월 22일 월요일 오후 02시 50분 00초 제 목(Title): 병원에 다녀오는 길 햇살 좋은 월요일 아침 병원. 정문까지 쉬엄쉬엄 걸어가다 택시를 탔다. "조금만 기다리지 그랬어요? 많이 걸어 왔네요." "네.. 그래도 길이 좋아서요." "네. 근데 낙엽도 다 지고 휑하네요. 이젠 추워지는 날 밖에 없죠 뭐." 내게도 그럴까? 아직 햇살이 따뜻한데.. '그래.. 내게도 이제 추워지는 일밖에 없는 건가 ' 복잡한 병원. 월요일 병원은 더더욱 붐빈다. 접수. 위 내시경을 해야한다고 어제 저녁부터 굶었는데 그다지 배가 고픈 줄 모르겠다. 목구멍을 마취시킨다는 약을 물고 물먹은 병아리 마냥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는 괴로운 표정을 짓는 사람들, 그 틈새에 끼어있는 똑같은 모습의 나. 간호사의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약간 짜증스러워 하는 듯한 표정. '할머니가 뭘 물어보셔서 부르는 소릴 듣지 못했어요' 라고 말하려 해보지만 짜증스러운 것 일뿐 내게 그런 시시콜콜한 이유를 듣고 싶지 않은 듯, 아니 관심 없는 듯 열심히 준비한다. 옆으로 누워 두 눈을 뜨고 목 속으로 전선같이 생긴 긴 케이블이 들어가는 걸 눈으로 보고 있자니 목구멍이 꽉 차고 구역질이 나는 것 보다 저 줄이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가야 끝날까" 하는 생각과 서른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만 가득할 뿐이다. 양치를 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그렇게 여느 병원을 찾는 사람들처럼 피곤하고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나. "위염이에요. 커피 먹지 말고 식사 제때 잘 해요." 그러고 보니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어본 게 언젠가 모르겠다.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어졌다. 밥 혼자서 못 먹는 사람, 그게 난데... 분비는 버거킹 안에서 혼자 앉아 꾸역꾸역 와퍼를 먹으면서 난 다시 내 서른을 생각한다. "혼자서 밥 못 먹는 사람은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라는 말도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 서른에 대해 계획은 구체적이어 가나 막막함은 여전한 지금. 내 앞 환자 진료 차트에 적힌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가 낯설지 않은 오늘. 내겐 이제 뭐가 남아있을까? * Estrella del Amanec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