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eternity (비가 와) 날 짜 (Date): 1999년 9월 19일 일요일 오후 06시 08분 12초 제 목(Title): 조용히 두드리며 이 보드에 글을 써보는게 얼마만인가 모르겠다. 낯설어져 글쓰기를 그만뒀는데 막상 허접한 주절거림을 적을 곳을 찾아보니 이 곳이 제일 익숙하다. 하루 종일 오락가락한 빗줄기가 이젠 제법 그쳐가는 모양이다. 영어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다. 비가 오는 날에 더더욱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고 싶은 것도 있고 이대로 깨지않고 잠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작 힘들 때는 죽음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지금처럼 편할 때 그런 사치스런 생각을 하게 된다. 금의 미량원소 합금화 라는 채 열장도 안되는 논문을 벌써 일주일째 번역하고 있다. 고등학교때조차 화학이라곤 이학년때 잠깐 배운 게 다인데 이런 걸 번역하려고 밤낮 들여다보고 있으니 죽을 맛이다. 번역의 기본 요건은 외국어 능력 이전에 그 학문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대명사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면서 '그것' 이라고 막연히 해석해 놓거나 긴 복문의 주어와 서술어를 제대로 못찾아 엉터리로 얼버무려 놓지 않으려면. 사람이 변한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상대가 바라는대로는 죽어도 변해주지 않으려 하면서 어느 샌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그래서 처음 그 사람의 모습을 기억해 낼때마다 지금의 그 사람이 너무 낯설다. 바라는 게 뭐냐고 묻지만 막상 바라는 게 뭔지도 이젠 모르겠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게 싫다는 것 빼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비가 오면 서늘해지겠지. 그리고 서늘한 바람은 사람 마음을 더 싱숭생숭하게 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여대보드엔 왜 항상 토론은 없고 자질구레한 신변잡기 뿐이냐고 투덜댈지도. 뭐 그러면서 살아가는 거 아니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