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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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yellow (* shiori *)
날 짜 (Date): 1999년 3월  9일 화요일 오전 09시 55분 46초
제 목(Title): 지하철에서 생긴 웃지 못할일 하나.


  그저께 3호선을 타기위해 충무로로 가야했던 나는 4호선을 탔다. 

  난 서서 있었고, 내 앞과 옆에는 단체로 등산을 가시는지 

  아줌마 아저씨들 10여명이 등산복 차림을 하고 

  긴 지하철 의자에 주루룩 앉아계시고 서 계시고 그랬다.

  근데 삼선교 였나?  커트의 뻗은 머리를 한 백발의 조그마한 

  할머니 한분이 지하철을 타셨다.

  손에는 지팡이 하나가 쥐어있었고, 작은 가방 몇개를 몸에 걸치고 계셨다.

  아주 남루한 옷차림으로 말이다. 

  의자의 중간 쯤에 앉아 계시던 등산복 무리중의 한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했다. 아저씨 아줌마들은 어서빨리

  할머니를 앉게 하시기 위해서 한칸씩 한칸씩 밀어 앉으시면서

  할머니를 거의 반 강제적으로 앉히셨다. 근데 그 할머니 표정이

  장난이 아니시다..  *씹은 표정..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런

  표정이었다.  자리 양보를 받아서 미안한 고마운 그런 표정도 아닌

  음.....

  왜 그러시나... 하고 봤더니. 뜨아~ 

  이 할머니는 지팡이 집고 껌을 팔러 들어온 할머니가 아닌가.... 

  할머니로선 최대한 불쌍하게 보여서 사람들한테 껌을 팔아야 하는데... 

  맘씨좋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돌아다니지도 못하게 기냥 앉혀 버린거다. 

  거의 강제적으로 앉혀 버렸으니, 할머니가 당하실 수가 없었지..

  
  앉아서 꼼지락 꼼지락 뭘 꺼내시는데... 껌을 한주막 쥐어 내시더니

  물끄러미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시는거다...

  웃어야 하는건지 어째야 하는건지.. 근데 상황이 우스워서 

  계속 고개를 돌려 있어야 했다..


  웃은게 좀 죄송했던지.. 껌이 갑자기 씹고 싶어지는 바람에

  껌한통을 샀다.. ^^



  껌파는 할머니...  아마도 다음부턴 껌을 꼭 손에 쥔 채로

  지하철을 타셔야 겠다는 교훈을 얻으셨지 싶다.

  그럼 난? 

  나는.. 자리양보가 무조건 좋은건 아니다(?) 라는 교훈을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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