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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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tweny (*마드모젤*걯)
날 짜 (Date): 1997년05월20일(화) 16시15분30초 KDT
제 목(Title): 흐린 날씨



  요새는 talk이 자주 들어온다.
  전과 같으면 꼬박꼬박 받아주었을지도 모르지만서도, 일도 많고 바쁘다 보니
 멀거니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이름일 뿐인 나는 talk을 할 시간이 그다지 많
 지가 않다. kids의 유명인도 아니고 단지 오래 있다보니 받는 talk이지만서도
 내심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은 내가 자주 떠들어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누구세요 어디에요 학교는요 나이는요..."
  그 끊임없는 질문에 지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 이 곳에서는 끊임없이 화제시되어야 할 요소
 처럼,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나란 사람이 누군인지 감출 것도 없고, 예전의 
 어떤 BBS에서는 80%의 user를 알만큼 오래도 있어봤고, 한 때는 모르던 사람
 이 삐삐를 칠만큼 감춘 것 없이 노출되기도 했던지라, 실은 비밀을 소유한 쾌
 감을 위하여 그 질문을 기피하거나 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식상ㅗ求�.
 테잎을 틀어놓은양 "안녕하세요 저는 누구입니다 어디 살고 몇살이며 전공은
 무엇입니다."라고 떠들어 대는 것이 싫을 뿐이다. 게다가 난 질문을 하거나 
 이야기를 꺼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날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말 재수
 없는 사람은 미친개에게 물린 마냥 무안을 받거나, 때로 어떤 이들은 나의 귀
 찮아 하는 성격에 두번째 질문이 필요없을 만큼 많은 소개를 받게 된다. 아주
 의식적이고도 기계화 되어 있는.

  나는 때때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러함을 모르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을 만나고 싶다. 개인에 대한 정보는 결국 몇가지 편견을 가져다 주는 것에
 지나지 않아 공통의 화제를 찾고자하는 본래의 목적에서 어긋나 버리고 마는
 지라 별로 유용하지는 않다고 본다.
  내가 특이한 케이스인지는 몰라도, 컴퓨터를 전공하며 이기적인 단면을 지
 녔지만 반면에, 비가 오는 날 클래식에 한편의 시 커피를 즐기고픈, 그리고
 어줍짢은 시인행세를 하는 문학도이다. 컴퓨터를 잘하세요 보다는 오늘처럼
 우울한 날씨에서 풍겨오는 바람내음을 이야기하고픈게 나인데, 어디 그러한
 가. 때로는 교과과정까지 질문을 받고마니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나의 피해의식 중에도 이러한 질문을 꺼리는 이유가 있다.
  어렷을 적에 배워서 좀 가지고 놀다가-그때는 개털이였더랬다- 대학와서 다
 시 발들인 이 놈의 통신에서 정말 들을 소리 못들을 소리 다 들어봤던지라
 한 때는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케텔에서 통신하다가 자살한 소녀의 심정을
 백배이해할만큼의 모욕적인 일들도 많았으니, 그다지 말을 꺼내고 싶지 않
 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별달리 원인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talk을 받고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료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조급함과
 꼬여가고 있는 일들, 불안함, 짜증나는 심리상태에서 내가 너무 냉냉했던 듯
 싶다. "천리안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키즈에도 이런 사람이 있군요"라는 말,
 "이런 사람 처음이네요"라는 말, 훗 나도 실은 처음 들어본다. 상대가 어떠
 하던 매너 있게 끝을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헷갈리
 는 소설가가 말했듯이 참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인 것을. 

  하지만, 계속 나는 퍼붓는 질문에 대하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나의 유난함.

  훗, 오늘 나는 타인에게 아주 재수없는 사람으로 찍혀버린 것 같다. 그래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삶이겠지만.




@Is it true, tw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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