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calcium ( Melany) 날 짜 (Date): 1997년04월29일(화) 02시17분54초 KST 제 목(Title): 생각나서 생각이 난다. 바로 엊그제 일같이... 일학년이었던것이 바로 어제 일 같은데... 벌써 삼학년이다. 그때도 그랬다. 입학한지 며칠 지난거 같지 않은데 벌써 한학기가 지나있었고 나는 일학년 이학기때 컴퓨터를 교양과목으로 들었었다. 난 내 친구들과 시간표가 맞지 않아 컴퓨터를 혼자 들었다. 영숙이도 그랬다. 목요일 3,4교시로 기억된다. 그냥 혼자 들었었는데... 몇시간이 지나고 나서 우연히 내 옆옆자리에 앉아있는 영숙이랑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때 우리가 앉은 자리가 뒷쪽이었는데, 영숙이가 수업 듣다가 교수님 말씀을 잘못들어서 나한테 물어봤었다. 선생님이 뭐라고 그러냐고. 그시간이 끝나고 영숙이 이름을 알게됐고 그 이후로 만나면 반갑게 인사했었다. 일찍 오면 컴퓨터 자리를 맡아주기도 했는데 우리 전산실 컴이 맛이 간게 많아서 자리를 맡아두었어도 옆에 같이 앉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난 그무렵 키즈를 알았고, 전산실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랜으로 키즈 접속하기에 바빴다. 수업이 끝나고 다른 강의실로 이동해야 하는데도 그 시간에도 키즈에 접속했었다. 수업시간에도 제대로 안듣고... 근데.. 영숙이는 달랐다. 수업시간에 굉장히 열심히 듣고.. 난 질문하기 귀찮아 하는데 영숙이는 모르는거는 꼭 질문하고 남들이 물어보면 잘 가르쳐줬다. 친절하게.. 그랬다. 영숙이는. 독문과에서도 계속 수석만 했다고 들었다. 이번학기에도.. 가끔 내가 키즈에 미쳐서 전산실에 있을때 영숙이를 봤었다. 숙제 해야하는데 자리가 없다고... 그럼 조금 아쉬움이 남는 얼굴로 자리를 양보했었는데.. 내가 나빴다. 내 표정으로 영숙이는 나한테 미안해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은 내가 훨씬 더 미안한데.. 그 이후로 교양도 같이 듣는 과목이 없었고 과도 달라서 자주 만나진 못했다. 전산실에서 그렇게 몇번 봤던거랑 매점앞에서 영숙이를 마지막으로 본거랑. 2학년 기말고사 하기 전에 매점앞에서 영숙이를 만났다. 혼자서 서서 빵을 먹고 있었다. 우유도 없이. 그래서 내가 왜 서서 빵 먹냐고 했더니 그날 수업이 스트레이트로 쫙 있어서 밥 먹을 시간이 없었고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기다리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빵을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영숙이는 곧 갔다. 친구가 와서. 그때 영숙이가 학관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고 아주 잠깐 생각했었다. 아주 잠깐.. 정말 잠깐 생각한건데.. 이렇게 오래까지 남아서 마음아플줄 몰랐다. 영숙이처럼 착하고 성실하고.. 영숙이 너무 괜찮은데... 만약에 나랑 같은 과 였으면 단짝이 되었을텐데... 하고.. 그렇게 잠깐 생각했었다. 3학년되서 개강을 하고 독문과 부전공을 하는 정주가 나한테 이랬다. 영숙이 입원했다고. 정말 그소리 듣고는 깜짝 놀랐었다. 바로 엊그제 얼굴봤는데.. 생생한데. 멀쩡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다. 그러고는 나중에 병원 알면 병문안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곧 까먹었다. 기도도 안했다. 그러고 이틀이 지난 후 정주가 말했다. 독문과 애들이 영숙이 수술비 돕는다고 학관에서 수익사업을 한다고.. 그말 듣고 나는 잠깐 우체국 들를 일이 있어서 혼자 우체국에 갔었다. 그때는 지갑 들여다 보면서 얼마를 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나와서 정주를 봤다. 정주한테 물어봤다. 야, 벌써 끝났어? 왜 안해? 하고 물어봤는데.. 정주가 아주 넋이 나간 얼굴로는 영숙이 죽었다고 했다. 안믿겨졌다. 정말로... 그래서 내가 계속 정주한테 너 거짓말 하는거지?하고 그랬다. 계속.. 정주도 울고 있었는데.. 난 나만 생각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정말로 믿기지 않았다. 우리 써클에서 나를 굉장히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다. 내가 무슨 말 하면 굉장히 주의깊게 들어주고 같이 기도하고 밤 9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우리교회로 달려와서 같이 찬양하고 얘기하고 기도하고 그러는 지현이가 다음날 나한테 그랬다. 영숙이 죽었다고. 난.. 어차피 영숙이 자주 못만났으니까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살거라고 했는데 지현이는 계속 영숙이 죽은걸 인정해야한다고 했다. 그때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는 지현이가 미웠는데... 그런데 난 지금도 안믿겨진다. 가끔 학교에서 영숙이 뒷모습과 비슷한 사람을 보면 간이 쿵 떨어지는게 느껴진다. 한달이 훨씬 넘었는데도.. 영숙이 장례식에 가고 싶었는데 영숙이네 할아버지가 애 죽은걸 삼일장을 치르냐고 하면서 금방 장례를 치뤘다고 했다. 정주가 장례식에 관한거 독문과에서 듣고와서 얘기 해 준다고 했는데.. 난 가지 못했다. 영숙이.. 내가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내가 알던 애 중에서 제일로 착하고 성실하고 친절했던 아인데... 아빠가 그랬다. 내가 친구 죽었다고 집에 와서는 방밖으로 안나오고 삼일동안 울었다고.. 내가 살면서 죽음을 처음으로 알게된거라고.... 이런게 사는거고 이런게 어른이 되는거면 난 별로 어른이 되고싶지 않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짜증이 나는 일이 있고 힘든 일이 있을때 영숙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잘 해나갔을텐데...하고.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것.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하고.. 영숙이 소식을 처음 들은날 난 고등학교 친구한테 전화 했었다. 임파선 암이 뭐냐고.. 그렇게 힘든거냐고.. 했더니 친구가 그랬다. 임파선 암은 어렵다고.. 내가 우니까 친구가 냉정하게 그랬다. 그럼 너 친구 죽었다고 맨날 그렇게 울거냐고.. 내가 영숙이를 잊지않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영숙이 좋은 모습 닮으며 사는게 영숙이를 위한 일이라고.. 근데 아직도 잘 안믿겨진다. 그리고 너무 안타깝다. 정말 좋은 아이였는데... 내가 잘해주지 못했는데.. 영숙이한테 키즈 하는법 가르쳐 준다고 했었는데... 그렇게 좋은 애가.. 건강했던 애가. 몇달사이에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됐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너무 안타깝다. 잘해주지 못한게. 영숙이가 보고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