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6년03월20일(수) 05시27분13초 KST 제 목(Title): 아라니님의 연주회... 누구나 특별히 애착을 갖고서 좋아하는 악기가 한두 가지씩은 있듯이 누구라도 싫어하는 악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staire의 경우라면 피아노와 기타를 싫어하죠. 기타... 소리는 이쁘지만 워낙 빈약한 음량으로 인해 무대에서 듣기엔 피곤한 악기라는 느낌이었거든요. 모처럼의 기타 연주회... 그냥 반가운 이들을 만나러 간 걸음이었다는 것, 숨기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빗속에서도 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연구소에서 6시에 일을 마치고 저녁식사도 건너뛴 채 부지런히 달려 연주회장에 도착한 것은 6시 40분, 이미 연주회는 3분지 1이나 지나갔고 아라니님의 중주는 놓치고 말았지요. 그런데... 그 빈약한 기타소리에 조금씩 빨려들고 있었나 봅니다. 마지막 합주... 의대 오케스트라에서 오보에와 오케스트라로 연주해 본 곡인 치마로사의 협주곡. 저는 바이올린으로 그 연주에 참가했었지요. 무대 오른편의 3rd 파트에 있는 몇 명의 아가씨들 중 누가 아라니님일까... 찾아 보려 했지만 시력이 시원찮아 그냥 듣고만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서 차분히 들으며 기타가 저의 평소 생각만큼 빈약하기만 한 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4악장에서 저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눈을 떴습니다. 누군가 멜로디를 따라 휘파람을 불고 있는 듯한 높은 공명음이 귀를 울렸거든요. 하지만 객석의 어디에도 그런 몰상식한 청중은 없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서 동생 민호에게 (이 녀석은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기 때문에 기타 소리를 저보다 예민하게 들을 줄 알지요)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그런 휘파람을 불지는 않았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그다지 높지 않은 기타 소리의 절묘한 어울림 속에 떠오르는 맑고 환한 울림... 지금껏 들어 본 어느 악기보다도 신비로운 음색이었습니다. 이제는 기타를 좋아하게 될 것같아요. 멋진 연주를 들려주신 아라니님께 무척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가을 연주회 때에도 꼭 불러주시기를... :)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