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D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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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gduck ] in KIDS
글 쓴 이(By): PinkCat (핑크캣)
날 짜 (Date): 1995년07월19일(수) 12시09분10초 KDT
제 목(Title): 부끄러운 축제


 신문을 읽다 공감하는 글이 있어 적어봅니다...
 이 글은 동아일보 7월 19일자 21면에 김한길의 세상읽기입니다...


                   부끄러운 축제


 삼풍 붕괴 수백시간만에 극적으로 살아나온 젊은이들의 웃음을 [폐허 위에 핀
화사한 꽃]으로 비유한 글을 보았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꽃이, 생환한 젊은이들의 환한 웃음이, 폐허 위에서 피었다는
사실을 잊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온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박수와 축하가 폐허위에서 지나치게 큰소리를 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삼풍 백화점이 서있던 자리는 며칠 전 까지만해도 우리사회의 풍요와 안정을 상
징하고 있던 장소였다. 어쩌다가 그곳이 졸지에 우리시대 최악의 폐허가 됐는지를 잊
지 않을 때에만 거기서 핀 꽃의 의미가 살아남는다.

 어떤이는 말한다. 한 명만 더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 호주 소년이 세운, 극
한상황에서 생존한 세계기록을 깰 수 있다는 거였다. 나는 그 말에 벌컥 화를 내서
는 안된다고 나를 타일렀다. 문득 나도 반쯤은 그런 식으로 생환자 드라마을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말한다면 다른 기록도 있다. 붕괴 3백 77시간만에 박승현양을 구조한 지
난 15일은 삼풍참사 현장에서 발굴된 시체의 수가 드디어 3백구를 넘어선 날이었다.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2백 92명을 초과한, 삼풍현장이 우리 
역사상 가장 참혹한 폐허가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온통 생환자들의 뒷이야기를 전하기에만 바빴다.
생환자들은 한결같이 효자효녀였고 착하고 성실했다고 한다. 성품이 다들낙천적이고
삶에 대한 의지가 남달리 강했다고도 그런다. 언론의 생환자 영웅만들기 경쟁은 자못
치열했다. 생환자 중의 하나는 말한다. [내가 그렇게 착하고 효녀였다고 나온 신문을
보니까 창피하다. 나는 그렇게까지 착하게 살지도 못했고 더더구나 효녀는 아니였다.
내친구들이 그 기사를본다면 웃을 것이다]

  이런 짓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엄습한 불행을 겨우 뚫고 나온 생환자들을
 또한번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짓인지도 모른다. 야박하게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은 무슨 국가유공자도 아니며 금메달을 따온 황영조도 아닌
것이다. 생환자들은 다만 불행중 다행을 만난, 상대적으로 재수가 좋았던, 피해를 
덜 본 피해자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들이 하루빨리 본래의 건강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걸 도와주는 게 우리의 할 일이 아닐까.

 생환자들의 병상에는 수많은 유명 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 중의 상당수는 눈에 핏발이 선 유가족들은 외면하고 가버린다고 한다. 유명인사
들의 행렬뒤로 이런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돌이나 하나라도 날라라]

  우리는 폐허를 잊지 말아야 한다. 폐허 속에 깔려 죽은 수백의 아무 죄없는 시민
들을 생각해야 한다. 착하거나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불효자여서가 아니라, 
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매사에 비관적인 성품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부정과 
비리와 얼렁뚱땅이 판치는 이 땅에 살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졸지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희생자들을 생각해야 한다. 생환자 드라마로 뒤덮인 언론을 외면해 버린다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뻥뚫린 심정을 헤아려봐야한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또 다시 삼풍과 같은 참사가 났을 때 더 많은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참사가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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