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ongDuk ] in KIDS 글 쓴 이(By): charina (보잉~) 날 짜 (Date): 1997년10월14일(화) 22시23분58초 ROK 제 목(Title): [보잉~] 오늘 사우나에서..(우리끼리만 ..) 사우나에서..1 - 체중계. 화요일은 수업이 없다. 물론 난 요즘 학교에 가는 날보다 안가는 날이 더 많지만 그래도 평일에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건 큰 안도감과 약간의 스릴마 저 느껴지기 마련이다. 고로 난 오늘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어젯밤 늦게 출출함을 느낀 나는 토스트 두쪽에 딸기잼을 듬뿍발라 우유과 함께먹었다. 흐믓한 포만감에 볼록나온 배를 두드리며 곤히 잠이 들었지만 오늘 점심때가 되어서야 힘겹게 눈을 뜰 수 있었던 나는 잠들기 전에 먹은 대략 400Kcal의 음식물과 10시간이상의 수면으로 얼굴상태는 정월 대보름 달을 방불케하는 풍요로움이 있으리란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죄책감과 중량감으로 내 몸은 침대 시트로 흡수 되어 버릴것만 같이 무거 웠다. 벌떡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호박죽과 우유로 대충 아침을 먹고 동네 에 있는 사우나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사우나에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같이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 센타에 오전 수영강의가 끝났는지 아줌마들로 홀은 북적댔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다른 시간에 오는건데.. 그래도 왔으니 다시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옷장에 옷가지와 새속옷을 넣어놓고 으례이 그렇듯 커다란 거울 옆에 있 는 체중계에 올라섰다. 난 주로 목욕하기 전에 몸무게를 잰다. 하기전과 한후의 무게 차이가 거의 없고, 또 목욕을 하고 나면 홀에서 상당한 추위 를 느끼므로 빨리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체중계에 올라서자 옆에서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고 계시던 한 덩치 좋으신(?) 아주 머니가 빼꼼이 고개를 내밀며 전자저울의 숫자를 확인한 다음 내 얼굴을 올려다 보며 하시는 말씀이 "아가씬 몸무게 달때마다 참 흐믓하겠어.." 하시며 부러움인지 어색함인지 잘 구별이 안가는 웃음을 지셨다. 그렇잖아도 지난 여름 호주에서 4Kg의 무게를 온몸으로 얻어갖고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나는 전자 저울의 숫자를 무척이나 야속하게 생각 하고 있는 참이었다. 그래도 예의상 억지 웃음을 지으며 슬그머니 저울에 서 내려오는데, 또 다른 아주머니가 다시 화재를 이어 가셨다. "에고, 그래도 **엄만 키가 커서 별로 살쪄 보이지 않아." "아니.. 딴덴 다 괜찮은데, 요기, 요기 근수가 많이 나가서 그렇지.." 하며 엉덩이 둘레보다 더 커보이는 배둘레를 둘러 싸고 있는 지방 덩어리 들을 손바닥으로 딱딱 치셨다. "에구.. 나도 저 아가씨 나이땐 허리가 저랬었는데..에휴휴휴휴.." 하며 이번엔 아예 주먹으로 몇차례 배를 때리신다. "그게 나잇살이지 뭐.. 나이 들면 어쩔수 없는거야. 저 아가씨라고 뭐 평 생 저렇게 가는 허리로 살 수 있을것 같아..? 나이들면 다 똑같지.." "..!" .../0.0\ 사우나에서..2 - 핀란드 사우나. 이 사우나의 좋은점은 한증실이 그리 뜨겁지 않다는것이다. 쑥한증과 맥반 석 사우나의 혼합식인듯한데 온도가 100도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누워 잠이 드는 아주머니도 있고, 그곳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장시간의 이야기 꽃이 핀다. 마치 그 옛날에 방아간이나 우물가, 혹은 빨래터의 기능을 하는것이다. 오늘은 유난히 더 한증식 안이 소란한듯 했다. 내가 막 문을 열고 들어 갔을땐 바닥에 수건을 깔고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우리 형님도 그래서 유방 성형 수술했다니까.., 암수술을 했었거든, 근 데 그거 수술하면 납작해 진다데, 완전히 띠어 내니까.. 그래서 수술하고 나서 우리 형님 외출도 안하고, 우리 애기아빠한테 들으니까 아주버님하 고 사이도 별로 안좋아졌데.. 오죽 하겠어? 여자가 가슴이 없다는게.." 나는 맥반석돌이 달궈지고 있는 옆의 의자 구석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착 석했다. 그때 허리에 분홍색 고무 비닐을 감고 의자에 누워있던 아주머니가 끼어들었다. "그거 이상하지 않을까 몰라. 가슴 안에다 실리콘인가 뭔가 하는걸 넣는거 잖아.. 에이, 징그러.." "글쎄 말이야. 나도 궁금하고 이상해서, 형님한테 한번 여쭤보고 싶어도 그걸 못하겠어. 한번 만져봐도 돼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하하하.. 그런말 하면 안돼겠지..하하하." 일순간에 웃음 바다가 되었다. 아주머니들도 우리들 못지않게 웃음들이 많 으신것 같다. "정말 그래.. 요즘은 또 유방 확대수술하는게 유행이라면서? 그 이승힌가? 왜 미국교폰데 누드사진찍어서 유명해졌다는 애 있잖아. 개가 그 수술해 서 요즘 아가씨들이 유방 확대 수술을 많이들 한데요.." "음, 이승희는 확대 수술을 한게 아니라, 이렇게 올려주는 - 이순간 아는 척을 하는 이 아주머니의 액션은 구지 설명은 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 수 술을 한거래. 근데 나도 그 여자 벗은 사진 봤거든, 잡지에서.. 근데, 이 쁘긴 이쁘드라." "그럼.. 확실히 가슴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난다구, 요즘 아가씨들 삐쩍 말라서 가슴이 절벽이잖아.. 그거 별로 보기 않좋아." 그런말을 하면서 나를 힐끗 쳐다보시던 그 아주머니의 깊은 뜻을 내가 알 턱이 없다. "거 뭐라더라, 우리 은영이가 그러던데.. 뭐? 아스팔트에 붙은 껌딱지?.. 하하...하하하.." 나는 조심스레 건너 창문에 비친 내 상체를 관찰했다. 이게 뭐 어때서? 누가 뭐래도 난 지금의 내 가슴이 맘에 든다. 작년여름 내가 한참 말랐을 땐 -그땐 지금보다 6Kg정도는 덜 나갔었다- 약간 풍만한 가슴이 부러울 때 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는.. 가슴만큼은 맘에 든다. 다른덴 전혀 맘 에 안든다 해도.. 그리고 아무리 이뻐진대도 성형수술 같은건 않한다. 특 히 가슴은 절대로.. 나는 독신이지만, 혹시라도 결혼하게 된다면, 내 아이 에게 가짜 가슴에서 나오는 젖을 먹일 수는 없는것이다. 사우나에서..3 - 상부상조. 말하긴 창피하지만 때미는 목욕한지가 딱 2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그냥 집에서 샤워하며 버텼었는데 오랜만에 사우나에 맘잡고 왔으니 좀 말 끔해져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난 한번도 다른 누군가에게 먼저 등 밀자 고 말해본적이 없다. 거의 대부분은 엄마나 언니와 같이 온 까닭이고, 혼 자 올때에도 '등을 미는것'에 워낙 자신이 없는 나는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맘에 그냥 등부분은 방치해 두고 오는것이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국 소적인 미비함마저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옆에 있던 아줌마의 눈 치를 살그머니 살폈다. 이 아주머니 역시 혼자 오신듯 했고, 후훗.. 등도 아직 미신것 같지 않았다. 아주머니의 저쪽 옆자리엔 어떤 젊은 여자가 앉 아 있었는데, 그녀는 수영장에서 알고 지내는 다른 사람과 같이 온듯해 보 였다. 그러니 이 아주머니가 편하게 타겟으로 삼을 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 는것이다. 일단 기다려 보자. 에공.. 점점 기운이 빠지는것 같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은 탓도 있고, 오 랜만에 사우나에서 더운 공기를 쐬인것도 이유가 될법했다. 우두커니 앉아 서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만 문질러 댔다. 울 엄마가 보셨으면 '우물 그만 파고 얼른 딴데도 밀어!" 하셨을 것이다. 그때마침 샤워기로 온몸을 한번 쓿어낸 옆자리 아주머니 드디어 말을 걸어왔다. "아가씨, 등 밀었어?" "아니요.." 나는 입끝을 양쪽으로 3Cm정도 끌어 올리는 웃음으로 반가움의 표현을 했다. "그래, 그럼 나 등좀 밀어줘.." 하며 노란색 이태리 타월을 내밀었다. 노란색 이태리 타월은 내겐 좀 익숙치가 않다. 나는 어렷을적부터 줄곳 녹 색에 검은 줄이 세줄 그어있는 송월타월을 썼기 때문이다. 가끔이 이 노란 색 타월을 보기도 하지만, 왠지 거부감마저 드는것이다. 허기져 기운이 없 을땐 그런것도 '등을 미는것'에 장애요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여튼 난 있는 힘껏 그 아주머니의 등을 밀어 드렸다. 뒷 목덜미와, 옆구 리, 뒷팔뚝..등등에도 신경써서 밀었다. 일종의 서비스랄까? 하여튼 난 작 업을 어느정도 끝마친 그 등에 샤워기를 틀어 물을 뿌리고, 다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곤 내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묶은때고 뭐고 빨랑 집에 가고 싶은 맘이 들었다. 그때 아주머니 말씀.. "음.. 수고 했어요." 어감이 좀 이상한 말이었지만, 어른이 하신 이야기니 나쁘게 생각하진 않 기로 했다. 어쨌든 이 아주머니 나 등밀어 주시면 대충하고 가야징.. 근데 아주머니 눈치도 없이, 비누 샤워를 한다음 별안간 우유를 꺼내더니 우유 맛사지를 하시는게 아닌가?.. 쫍.. 나 깨끗이 씻고 가라는 하늘의 계 시야. 그래서 난 우물파는 장소를 왼쪽 손목에서 오른쪽 발등으로 옮겼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옆자리 아주머니의 동정을 살피니, 이 아주머니 글 쎄 나가시려고 짐을 챙기고 계시는게 아닌가? 에공.. 이를 어쩌나, 얼른 등밀어 달라고 말할까? 아니야.. 벌써 왼손에 짐을 잔뜩 담은 비닐가방을 들고 오른손으로 작은 대야에 담은 물을 발에 뿌리고 있는 중인것이다. 그 것은 이제 간다는 의미이다. 그리곤 우아하게 문을 향해 걸어가 버리셨다.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난 마치 '닭쫓던 개'처럼 문만 햐염없이 바라 보 았다. 물론 그 아주머니 잊어 버리고 그냥 가신거겠지만, 이렇게 황당할 수가.. 나는 약간 고조된 감정으로 긴팔을 등뒤로 이리저리 꼬아가며 나름대로 열 심히 등을 밀었다. 다른 사람이 봤으면 무슨 묘기 하는줄 알았을 것이다. 1997.10.14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 보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