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ongduck ] in KIDS 글 쓴 이(By): charina (보잉~) 날 짜 (Date): 1996년03월17일(일) 09시58분39초 KST 제 목(Title): [보잉~] 비오는 신촌의 'Avenue'. 낮에 여의도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집에 오려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 말씀.. " 강건너 갑니다." " 예.. 저도 강건너 갑니다." 흘.. 우리집은 상도동.. 그러니까 대방역 쪽으로 강을 건너 가야 하는데, 아저씬 마포로 강을 건너 가야 하신다는 거다. 그때 다른 손님 두분이 합승을 하셨는데 마침 신촌을 가신다구.. 그래서 '에공.. 몰겠다. 그냥, 신촌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던가 해야지' 오랜만에 한가한 토요일. 비는 오는데, 우산도 없고.. 운전기사 아저씬 시청역까지 데려다 줄테니, 거기서 1호선을 타고 가라고 하셨지만 난 그냥 신촌역에서 내리기로했다. 데려다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고맙게도 아저씬 택시요금을 기본요금밖에 안받으셨다. 어쨌든 난 신촌역에서 내렸다. 지하도로 얼른 뛰어 들어갔다.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왠지 토요일 오후의 비오는 신촌을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는거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발길은 'Avenue'로 향했다. 신촌에 비가 내리면 난 거의 그곳에 있었던것 같다. '에비뉴'는 신촌 파파이스 골목 2층에 있는 조그만 카페다. 맛있는 커피와, 가벼운 음료, 칵테일등을 잔잔한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내가 항상 앉았던 자리는 창가를 바라보며 길다란 테이블이 놓인 곳이다. 그곳에 앉아 물끄러니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 그 번잡한 사거리를 배경으로 무슨 연극같은것을 관람 하는것 같다. 가끔씩 낯이 익은 배우가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땐 마치 내가 그들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까는 '자마이카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향이 좋아서 이곳에오면 즐겨 찾는 커핀데, 아까는 약간의 알콜이 기분을 돋구워 줄 것 같아서 '데킬라 선라이즈'를 마셨다. 칵테일은 향과, 색과, 맛의 조화. 데킬라 선라이즈는 도수가 15도 정도이다. 칵테일 치고는 약간 독한 칵테일인데, 색은 이름처럼 태양이 떠오르는 듯 하다. 그러니까 윗부분엔 레몬의 색과 맛이 나는 위스크와 워터,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짙은 붉은색인 체리과즙이 달큰한 맛을 더하고 있다. 깨끗한 유리창에 빗줄기들이 몸을 던진다. 엄청난 삶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다가, 내 앞에 한 획의 선으로 부서지는 그들의 운명이 안타깝다. 어루만져 주고픈 마음에 손을 뻗어 보지만, 스스로 치료해야만 하는 상처를 안고 사는 인간들처럼, 난 그무엇의 상처도 아파해줄 자격이 없는 것이다. 갑자기 '청승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나를 보는것 같다. 토요일 오후에 여자 혼자서 대낮에 칵테일잔을 기울이고 있다니..후훗. 이상하기도 하겠지. 번잡한 길을 걸었다. X의 'Endless rain'이란 노래의 곡조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흥겨운 토요일 신촌의 거리.. 그곳에 내리는 구슬픈 비.. 추위를 많이 타는 한 여자아이는 차가운 비를 맞으며 그곳을 헤메이고.. 1996.03.16 회상.. 보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