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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clone (한시적좌파)
날 짜 (Date): 2002년 7월 12일 금요일 오전 06시 37분 23초
제 목(Title): 성계시리즈



오늘 전기 2 마지막 10화를 본 것으로 성계의 문장, 전기, 전기 2,

단장까지 성계 시리즈 전부를 마스터 ^_^ 했습니다.

근래에 본 애니 중에선 정말 제대로 된 애니더군요.

국가규모의 정치, 외교, 전쟁에서부터 남녀상열지사까지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는,

그러면서도 이야기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는 아주 탁월한 작품입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워낙 탄탄해서 이런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온 것 같구요.

사정이 되면 원작을 한번 통독해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아브라는 종족에 관한 설정이 정말 좋습니다.

 '지상을 통치하는 행위는 우아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라든가

 '저항하는 적에게 항복을 권하는 따위는 하지 않는다. 철저히 상대해 주는 것이
  예의이다.'

 '인간은 존중하지 않아도 거래상대는 존중한다.'


등등... 아브라는 종족의 사고방식, 문화를 창작해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성계 시리즈의 최고 영웅은 아브라는 종족 그 자체군요.


러시아어 같기도 하고 프랑스어 같기도 한 아브어의 어감도 좋구요.

그런 설정들을 하나하나 디테일을 살린 제작진의 노고도 치하할 만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라피르와 진트도 정말 매력적인 주인공들입니다.

딱딱한 명령조의 말투와 태도 속에 자신을 숨기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이 얼굴에

절절히 드러나는 라피르. 전기 2부에서의 라피르의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그려낼 수

있었던 원화작가의 능력이 뛰어난 것이기도 하구요.

진트는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못하고 언제나 멋적은 웃음으로 위기(?)를 

넘기곤 하는, 어떻게 보면 좀 한심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그의 성장과정을 보면 이해가 가죠. 어머니는 일찍 사망, 아버지는

국가원수로 바빠서 얼굴도 보기 힘들었고, 진짜 부모처럼 돌봐주던 틸 아저씨

부부는 아버지의 배신(국가원수가 나라를 팔아먹은... -_-;;;)으로 말미암아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죠. 거기에 아브의 말과 풍습을 익히게 한다며

어릴 때부터 타향에서 유학생활, 평민들 속에 낀 귀족이라 친구도 없었고,

신분을 숨기고 기껏 사귄 친구들도 신분이 드러난 다음에는 소원해지고...

얹혀 살기에, 타향살이에,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았으니 왕눈치에 좀 비굴한 성격이

된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용기가 있고 판단이 빠르며, 무엇보다도 성실하고 타인의 입장을 잘 이해해

줍니다. 처음보면 '한심하다' 고 생각되다가도 사귀어 보면 '괜찮은 놈이네' 하는

느낌을 주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되네요.

이런 두사람이 엮어내는 사랑이야기는 성계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줄기가

됩니다. 러브스토리로서의 성계시리즈는 화려하진 않지만 깊은 감동이 있습니다.

전편을 걸쳐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도 없으면서 그렇게 사랑을 잘 표현한

작품은 보기가 드물죠.



 성계의 문장, 전기는 전쟁물로서도 아주 훌륭합니다.

대규모의 전투와 전략적, 전술적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지휘관-참모, 상급지휘관-하급지휘관 사이의 관계를 쏠쏠하게 보여줘서

그거 보는 재미도 아주 좋았습니다.

자신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이상성격자 쌍둥이 형 네레스를 보좌하는,

지극히 정상이지만 자신을 비정상으로 생각하는 네페의 비보스 형제.

제국의 황태자이자 최고사령관이지만 기묘하게 아랫사람들을 괴롭히는 성격의

아브리얼 제국원수를 모시는 불쌍한 참모장. '닥치세요' 할 때 이해가 갔다는...

호탕한 성격의 스타이프 제독과 거기에 사사건건 졸린 눈으로 딴지를 걸고 있는
참모장.

무엇보다도 성계 시리즈 최고의 이상성격자 스폴 제독의 참모장은 진짜 불쌍하죠.

능력이 있어서 중용한다는 것은 좋은데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사령관의 행동에

맨날 뭐빠지게 일하면서도 욕은 뒤지게 얻어먹죠. 스폴 제독은 싸움은 멋지게

하지만 다른 부분은 뭐랄까... 성격 나쁜 귀족의 극단이랄까...


그리고 고급지휘관들끼리의 전공다툼이나, 동등한 지휘관끼리의 비협조라든가,

하는 군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기 2부 9화에서 라피르의 아버지가 비보스 제독에게 영주대행을 미뤄버리는 거

보면서 '역시 군대는 계급이 깡패다.'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전쟁의 묘사에 있어서는, 평면우주라는 설정을 도입해서 전술적인 가능성을

처음부터 제한한 것이 좋았습니다. 일단 우주공간에서의 전투는 광대한 영역과


3차원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술이나 무기의 구상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많은 은하영웅전설 비판자들이 말하는 바이지만 3차원 우주공간에서는 포위전 같은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요. 하지만 통상의 3차원 우주공간에서 2차원의 평면우주로

들어가는 문(소드)이 있고, 그 평면우주가 초광속의 성간 항행을 가능하게 해주므로

성계 제압을 위해서는 소드와 평면우주의 제압이 우선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2차원의 평면우주가 주 전장이 되고, 거기서는 일반적인 전술을 쓰게

된다는 그런 설정입니다. 절묘하다고 말할 수 있군요.


거기에 적절히 전략, 전술적인 상황을 대화와 도식을 통해서 보여줌으로서

내용의 이해도 돕고 흥미도 배가시키는 아주 좋은 전쟁물입니다.


제가 원작은 잘 모르지만, 꽤 방대한 내용을 잘 축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세한 설정은 알 필요가 없도록 내용을 전개시켜 나가지만,

설정을 알면 더 흥미가 있을 것 같은 작품이구요. 많은 SF/환타지물이 설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것에 비하면 작품 안에서 내용의 긴장감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만큼의 설정은 자연스럽게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단연 뛰어난 작품입니다.


저는 보는 순서가 좀 이상해서 전기 1화 -> 문장 특별편 -> 문장 -> 전기-> 단장

-> 전기2 의 순으로 보았습니다.

문장 특별편은 문장의 전내용의 다이제스트를 극장판 분량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

(그러면서도 스토리 진행은 자연스럽더군요. 그냥 극장판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성계의 문장을 볼 때 재미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디테일한 부분을

더해가며 보니까 더 재미가 있더군요. 아 저게 그런 이유였구나 하면서 말이죠.

성계의 전기는 전쟁 묘사가 확실해서 좋았고, 전기2는 라피르의 표정만으로도

모든 걸 말해주더군요.

단장은 좀 닭살 돋는 커플이 나와서 좀 그랬지만 -_- 나름대로 재미 있었구요.


아뭏든 성계의 XX 시리즈는 근래에 본 애니 중에서 최고의 SF 전쟁 러브스토리

였습니다. 


ps. 시험기간인데 머리아파서 공부도 안하고 애니보고 이렇게 감상문 쓰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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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 "

                                                        - Porco Ross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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