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clone (김보성 *) 날 짜 (Date): 1999년 9월 6일 월요일 오후 02시 19분 51초 제 목(Title): 이토록 괴로왔던 적은 없다. 만화를 보면서 위 제목은 제가 지뢰진 17권을 보면서 느낀 감정입니다. 정말이지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기기가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다음 장을 본다는게 두렵더군요. 총탄과 유혈로 범벅이 되어 있던 이전 권들에 비하면 아주 온화하게(?) 그린 것 같지만 주제는 다른 어떤 파트보다도 무겁기 짝이 없었습니다. 과연 범죄자는 그 죄값을 다 치룰 수 있는가? 인간은 갱생할 수 있는가? 이 권에서는 이이다와 여형사(이름 까먹었어요) 콤비가 주인공이 아닙니다. 죄를 짓고 형을 살고 나와서 다시 삶을 시작해보려고 하는 전과자들이 주인공입니다. 제가 페이지를 넘기기가 너무나 힘들고 두려웠던 까닭은 이 사람들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나또한 겉으로는 전과자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비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들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양심의 가책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그들이 잘못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그러면 그렇지 별 수 있어.' 하는 이중적인 생각이 절 괴롭게 한 것 같습니다. 이 17권을 보면서 이이다란 인간에 대해서 분노가 치밀었던 적은 없습니다. 사실 여기서 이이다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많이 나오지도 않았구요. 하지만 이이다 쿄야의 그 표정, 한편으론 의심하면서 약간은 비웃는 듯한, 인간에 대한 불신과 기묘한 우월감이 섞인 그 표정에 전 화가 났습니다. 이번 권에서처럼 이이다가 악마처럼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지뢰진을 보면서 이이다의 사악함에 치를 떨면서도 한편으론 그의 강함과 냉정함을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남자라면 다들 그럴 겁니다. 사악해 보일 정도의 냉정함으로 수사의 대상을 궁지로 몰아넣고서는 단번에 결판을 내버리는 이이다의 행동에 쾌감을 느끼는 것이죠. 하지만 이 17권에선 이이다가 진짜 악마처럼 느껴집니다. 범죄자보다 더 악당같은 형사라는 것은 흔한 소재입니다만, 여기서는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있습니다. 인간적인 악당과 비인간적인 형사, 과연 어느쪽이 옳은 것일까요? 17권은 비극으로 끝납니다. 전과자들을 거둬들여 땀흘려 일하며 그들을 새사람으로 만들던 오자키 회장은 죽습니다. 그러나 그 비극이 비극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마지막 페이지의 땀흘리는 젊은이의 모습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덧붙임 : 지뢰진 1, 2권 이후로 가장 뛰어난작품이었습니다. 지뢰진 제일의 걸작편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