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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porori (포로리)
날 짜 (Date): 1999년 6월 26일 토요일 오전 08시 33분 57초
제 목(Title): clone님/반딧불의 묘



 워낙 말들도 많았던 만화라서,또 얘기하는 것이 탐탁치 않았습니다만,
두번째 쓰신 글을 보니 몇가지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먼저, 미야자키 얘기..

 만일 clone님이 아래의 글을 미야자키의 진술로 정확하게 옮기신거라면,
미야자키가 한 말은 '순 엉터리'입니다.

>"해군장교의 아들이 굶어죽는다니, 이건 사실과 다르다. 그들은 동료의식이 매우
> 강해서 (동료의 집이) 폭격을 당했다면 부하를 보내서라도 그 자식들을 챙겼다고
> 한다.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지만 사실을 잘못 그려서는 안된다. 물론
> 이건  원작자가 거짓말을 한 것이지만."

 미야자키의 얘기를 정리하면 결국 아래와 같겠군요?

 (1) 해군장교들은 동료의식이 매우 강해서 폭격을 당한 동료의 가족들을
     꼭 돌보고자 노력한다. 부하를 보내서라도.

 (2) 세이타와 세츠코는 아버지 동료로부터 도움을 '반드시'(!) 받았어야
     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반딧불의 묘'가 (2)와 같은 형태로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하시는건데, 도대체 (1)이 (2)의 상황 발생을 위한 충분한
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제 생각엔 (2)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1)은 아래 (1-1)과 같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물론 역사적 통계 자료와 함께요.

---
 (1-1) 1945년 6월 - 9월 사이에 해군 장교들은 자신의 동료들 집이 폭격을
       ^^^^^^^^^^^^^^^^^^^^^^^^
 당했을 때, 그 동료의 가족들을 모두 구제하는데 '완벽하게' 성공했었다.
                               ^^^^^^^^^^^^^^^^^^^^^^^^^^^^^^^^^^^^^^
---

 시간적-구체적 상황 요소 및 '확증적 사실'이 결여된 (1)과 같은 얘기는
(2)를 반드시 이끌어 낼 수 있는 정확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구제 노력과 관행이 '구제'라는 실질적 상황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 당연한 보장이 완벽하지 않고,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또는 만화라는 것이 성립하는 겁니다. 관행대로 순조롭고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뭐하러 영화로 만듭니까.

 감독이 해군 장교의 아들이라는 설정을 그대로 살린 이유는 전쟁당시
'발생 가능'한 일본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일 뿐입니다.

 아주 잘나가던 집안에서 아무 걱정없이 행복하게 성장한 아이들이
제 살길 찾기 바쁜 어른들속에 치여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말입니다.
 나라를 위해 충성했던 군인의 자제들이 단지 부모들이 부재한다는 이유
만으로 괄시받고 굶어죽는 상황일 뿐입니다.

 그 상황이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는 따져볼만한  일이지만,
전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요.

 예외상황(?)의 발생 이유가 충분히 없었다는 의견정도라면 모를까,
 '거짓말'이라는둥, 리얼리즘이 전혀 없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도
없을 뿐더러, 별 의미가 없습니다.

 ( 하두 여기저기서 clone님이 말씀한 책을 인용하면서 떠들어대는
   통에 아주 질려버렸기에 보드에 안어울리는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이타와 세츠코가 죽은 가장 큰 이유는, 그저 철이 없고
부르조아틱해서 였던거군요? 과히 틀린 말씀은 아닌데,
  좀 그렇군요. :P

*** ***

 clone님과 크게 관계없을지 모르지만, 조금더 부언하지요.

 기자들에게서 이런 저런 질문을 받았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인터뷰 내용중에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질문에는 clone님이 지적하신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던 듯)

 "그저 내가 보고 느꼈던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게 바로 본인 스스로 말하는 '감독의 의도'랍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전쟁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이상의 확대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우리도 심각한 피해를 겪었다'를 '우리는 당시 전쟁에 책임이 없다' 라는
식의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발전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물론 후자의 뜻이 분명하게 포함되어 있다면 분노할 수도 있겠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요.

 전쟁을 일으킨 국가의 국민이든, 본의아니게 잘못 휘말리든간에,
전쟁속에선 저런 비참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메세지 하나만으로도
일본인이나, 누구에게도 의미가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확장되어  '가해자의 입장에서부터 회피'라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다면 그때 그때 구분하여 지적하면 될 뿐입니다.
괜히 미리 분노하고 경계하는 것은 그다지 적확한 태도가 아닙니다.

 우리가 일본에 책임을 묻고 사과를 요구할 때는 '너희는 피해자란
생각을 절대 갖지 말아야 한다'라는 명시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겁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혼동할 만한 문제꺼리도
못됩니다.

 진실을 왜곡하는 것과 어느 일정 관점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구분하셔야 합니다. 특정 관점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입니다.

*** ***

  clone님의 할아버님 얘기는 안타깝기도 하고 또 그런 반응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clone님식의 논리' 대로라면 할아버님에게서 쌀을 수탈해간
일본인들이 그 귀한(!) 쌀로 배불리 먹인 자식들이 성장해서 그린
상큼한 만화를 실컷 즐기고 더군다나 피같은 외화까지 지불하고 있는
clone님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것입니까 ?
 왜 그런 부분에 대해선 할아버지 정서와의 공유를 외면하시지요?

 (이전에 쓰신 일본 만화에 대한 여러 글들을 기억하고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일본인의 역사 의식 운운 하시는데, 그럼 clone님을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은 얼마나 더 훌륭할까요?
 혹시 우리나라 군인들이 베트남전때 가서 저지른 온갖 만행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잘 알고 계세요?  양민 학살, 강간, 방화, 강도등 거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던데요.

 clone님은 베트남 참전 군인들이 고엽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우리나라 TV 프로를 보시면, '가해자' 주제에 '피해자' 인척 하고
있다고 열받고 있으세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시킨 역사 교육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다뤄 왔던가요? 설사 clone님이 잘 알고 있다해도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어때요? 전혀 관심없지요 ?
 우리나라가 베트남 정부에게 제대로 사과 한번 한 적이 있었던가요?
웃기지요?

 어쩌면 지금 일본 국민들은 과거 한국에 대해 우리가 '베트남'
생각하는 수준으로 여기고 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전 우리나라 국민이 다른 나라 전쟁에 가서 저지르는 짓들이나,
광주 항쟁때 해놓은 일들을 보고 있자면, 무슨 '인종' 운운할
형편은 전혀 못되는 것 같더군요.

*** ***

  마지막으로,

  저도 일본인 모두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일본인은 .... 한 관점을 가졌다"라는 식의 단언은 마음에
  안드는군요.  (생각을 물으셨으니 하는 말입니다)

  전 안그런 일본인은 몇명 알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저를 보기 위해
놀러오는 일본인 부부와 독립 기념관까지 같이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봤고, 일본에서 흔하게 자행되는 역사 왜곡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도 많다는 사실 역시 직접 들었습니다.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질 않고 무관심한게 문제지만요.

 한 나라의 국민성을 그렇게 일반화해서 쉽게 단정짓는 것은 보기 안좋더군요.
 그래서 전 '국민성'이란 말을 싫어합니다. 그런 류의 판단을 돕는 소위
'밀리언 셀러' 책들은 모두 엉터리라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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