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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infini ( gusto)
날 짜 (Date): 1999년 6월 19일 토요일 오전 02시 41분 46초
제 목(Title): 반딧불의 묘



반딧불의 묘

990619

자애로움, 꿋꿋함, 천진함의 값을 오직 죽음으로만 치르게 하는 전쟁.

고3때 나는 왜 땅굴에 감도는 전운에 솔깃했던가. 그건 전쟁에 얽힌 거대하고
심상찮은 기운의 끄트머리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나? 아무튼, 나는 그때의
나를 철없다고 탓한다. 그 꿋꿋하던 소년을 미친 듯 웃게 만드는 것이,
어린 여동생이 오빠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게 만드는 것이,
엄마가 트럭에 실려간 뒷자리에 구더기가 꼬물거리게 하는 것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거지? 

이걸 그린 사람들이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자기 나라를 옹호하는 암호나 장치를 혹
군데군데 숨겨 놓았다고 해도, 순진한 남매를 통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짓이냐고
괘씸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이 애니메이션에 담긴 슬픔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어떻게 해도 소용없는 마지막 날, 소년은 자기의 시신을 보며 '난
죽었다'고 말하며 여동생 세츠코의 생전 귀여운 모습의 환영까지 두루 살펴보고
자기들이 더 이상 속하지 않은 세상을 떠난다. 이건 그들에게 등을 돌린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이야기는 슬프다.
그리고 그 이유가 불가항력이 아니라 사람이었음이 끔찍하다. 그뿐이다.


                                          infini.
                    
                           I was brought to my senses♪♩ - 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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