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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phase ([feiz])
날 짜 (Date): 1999년 5월  5일 수요일 오후 09시 24분 36초
제 목(Title):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

요 위에서 Seine 님이 <공각기동대> 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셨는데..
(근데 뭐가 창피하다는거죠..? ;)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을텐데..)

저도 이 작품을 처음 발표되었을 때 Tape 더빙판부터 해서 최근에
DVD까지 여러 차례 보았고,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를 정말 감명깊게 본 사람입니다만,
다른 사람에게 <공각기동대>에 대한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잘 정리가
안되는군요.

가장 좋은 것은 시로 마사무네의 동명 원작 만화를 먼저 보시고,
(대원 출판사에서 상/하 2권으로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 만화영화를 감상하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해서 글을 하나 옮겨 적습니다.


-phase

그리고 여담으로..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언론매체의 관심속에
일본 만화영화/감독에 대한 소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때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라는 타이틀을 제법 많이 본 듯 합니다.

그래서 전후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공각기동대>의 원작자가 오시이 마모루 인
것으로 알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공각기동대>에서만큼은 '오시이마모루의 <공각기동대>' 라는
타이틀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아래의 송락현c의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에서 배경이나 캐릭터, 줄거리는
따왔을지 모르지만,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관점에서 영화 전체를 재창조해
냈다는 점에서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가 맞는 것이지요.
(그런데 과연 신문 기자가 이런 것을 알고 기사를 썼을지..)


--------------------cut here---------------------------

출처: 송락현의 애니스쿨(제2권)

* <블레이드 러너>에게 판정패 한 오시이 마모루

  <블레이드 러너>가 일본의 SF 장르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블레이드 러너>의 아류들이 양산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시노모리 쇼타로, 히라이 카즈마사 공동원작의 <환마대전>
이나 야스히코 요시카즈 원작/감독의 <크러셔 죠> 등의 복고적인 SF물들로
승부를 걸었다.

  글쎄.. 선뜻 <블레이드 러너>에 도전할 만한 용기들이 없었기 때문일까?
물론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시까지 극장판과
TV시리즈 만으로 양분되던 일본 만화영화 업계의 구조적인 특성상 제작자들의
관심은 작품성이 아닌 상업성이었다. 특히 극장판 만화영화의 경우에는 인기
작가의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삼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들나는 통념이 정예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 <블레이드 러너>를 모방할 만한 매체가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당당히 <블레이드 러너>에 도전장을 띄운 것은 다름 아닌 30대 초반의
신예감독 오시이 마모루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다카하시 루미코 원작의
<시끄러운 녀석들(우르세이 야쯔라)>로 주가를 높이고 있었던 오시이 마모루는,
<기동전사 건담>의 프라모델 사업으로 배가 불쑥 나와 있던 반다이사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이용하여 마침내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비교적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OVA 시장을 마련하였으며 그 첫번째 시도가 바로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도전적인 작품인 <달로스>였던 것이다.

  물론 오시이 마모루는 알려진 대로 지독한 영화광이었고 또한 자신이
<블레이드 러너>의 추종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있었기에
어쩌면 자신이 아직은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단순 답습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견을 했던 것 같다.

(중략)

그러나 <블레이드 러너>에게 의욕적으로 도전해 보앗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달로스>는 하나의 새로운 시도라는 의의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것은 비디오 전용 만화영화라는 당시 생소했던 매체의 한계성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때까지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연출력이 정제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본래의 제작의도가 100% 표출되지는 못한듯 싶다.
하지만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995년 겨울, 마침내 오시이 마모루는 지난 날
<블레이드 러너>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의욕을 불태우며 회심의 작품을 선보인다.
바로 <공각기동대>가 개봉된 것이다.


* 정체성에 고뇌하는 사이버 펑크식 카오스

그동안 아시아권에서만 고립되어 있었던 일본 만화영화의 세계화 첨병으로 나선
<공각기동대>는 본래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만화를 각색하여 만화영화화시킨
작품이다.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들은 정말 독특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많아서
이전에도 <애플시드>, <도미니온>, <블랙 매직> 등의 작품이 이미 만화영화화된
바 있었다.

  하지만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일련의 시로 마사무네 원작의
작품들과는 그 맥락을 달리 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감독인 오시이 마모루에
의해서 <공각기동대>가 새로운 주제 의식이 삽입된 형태로 분해/재조립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각기동대>에서 보여진 자아의 정체성에 고뇌하는 한 사이보그의 모습은
<블레이드 러너> 이후 수많은 사이버 펑크물에서 거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테마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글의 서두에서 꺼냈던 사이버 펑크에 대한 분류 기준과
관련지어 사이버 펑크에 대한 최초 정의가 인공 두뇌학을 기초로 한 상호 작용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유추해 보았을 때, 단순히 과학 문명의 진보로 획일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소외당한 자아의 정체성 탐구가 사이버 펑크로서의 분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략)

  그것은 바로 이 작품이 네트워크라는 명확한 상호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매체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만 끝난
<블레이드 러너>를 뛰어 넘어 <공각기동대>는 이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공각기동대>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 나머지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돌연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로 우회해버리고 만다.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광대한 네트워크를 향해 '어디로 갈까?'라고 말하고
있는 쿠사나기 모토코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적지 않은 혼란을 느끼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국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블레이드 러너>에게 진 빚을
깊기 일보 직전에 아쉽게도 증거 불충분으로 그 벽을 뛰어 넘지 못한 듯 싶으며,
때문에 이 작품은 오시이 마모루 개인에게 있어서도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과도기적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불투명한 미래 사회를 예견하고 있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사이버 펑크식 카오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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