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clone (김보성 *) 날 짜 (Date): 1999년 1월 31일 일요일 오전 02시 41분 45초 제 목(Title): 『창천항로』- 삼국지, 또다른 해석 동양의 영원한 고전 -- 삼국지 -- 삼국지를 만화화한 작품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헤아려보기도 힘들 정돕니다. 고우영의 삼국지부터 숱한 한국, 일본, 중국의 만화들이 있지요. 덕분에 이젠 왠만해서는 팔리지 않는 게 삼국지 만화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7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삼국지 만화가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재미있기 때문이죠. 삼국지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매력적인 주인공들 -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조운, 제갈량, 주유, 손권 , 동탁, ....... (헥헥) ........(쓰기 싫으니까 점으로 때움).............. - 과, 개성이 넘치는 조연들, 드라마틱한 사건들, 모략과 전쟁과 의리와 사랑이 가득가득한 인생의 파노라마... 삼국지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문에 만화로 만들기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전편을 극화하자니 너무 길어서 호흡을 맞추기 어렵고, 또 빛나는 선배들의 업적을 뛰어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장편으로 만들려면 디테일한 부분들을 잘 묘사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극적인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죠. 또 다들 잘 알고 있다보니 어지간해서는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삼국지를 만화화하는 데에는 정통적인 방법보다는 변칙적인 방법이 많이 동원됩니다. 아예 등장인물들을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만든다든지(정훈이의 폭소삼국지), 등장하는 장군들을 주인공으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든지(삼국장군전), 현대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시공을 뛰어넘어 그 시대에서 활약하게 한다는(용랑전) 등의, 삼국지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삼국지를 소재로 삼는 방법이 많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작품들도 충분히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만화로는 삼국지 자체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삼국지 자체를 극화한 정통파 작품들이 그다지 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드물고, 작품성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여기에 드물게 삼국지에 정면으로 도전한 작품이 있습니다. 『창천항로(蒼天航路)』 가 그것입니다. 이 작품은 조조를 주인공으로 하는 삼국지입니다. 최근에 삼국지 해석에서 각광받는 인물이 조조이고 보니, 유행을 따라가는 면도 없지 않아보입니다. 그러나 조조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일인가를 안다면 이 작품의 시도는 높이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조란 인물은 대단히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뛰어난 정치가이자 군인이었고, 시문에 있어서도 일가를 이뤘으며, 맹덕신서를 쓰는 등 학자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성품도 보통 사람이 보기엔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아서, 자기 아들과 조카를 죽인 장수를 용서하고 투항을 받아들이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동승의 일가는 어린아이까지도 모조리 죽이는 지극히 잔인한 일면도 보여줍니다. 당연히 일반민중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인물이고, 유비가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이 된 것도 단지 촉한정통론의 영향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조조를 어떻게 형상화할까요? 연의의 조조는 악인아니면 항상 제갈량의 계략에 망신이나 당하는 인물이고, 정사의 조조는 너무나 추앙받아서 살아있는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민간에 전해지는 설화도 조조에게는 너무나 불리한 것 뿐이죠. 이러한 어려움이 조조의 그 숱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삼국지를 쓰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어설프게 조조를 묘사하다가는 그의 다양성의 늪에 빠져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미지 조각모음으로 전락하기 십상인 것입니다. 『창천항로』는 이러한 조조를 가장 성공적으로 형상화한 만화가 되었습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조조의 매력을 역동적인 그림과 다소의 과장이 섞인, 그러나 개연성이 풍부한 스토리로 우리에게 살아있는 듯이 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행본 1권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11살 소년 조조는 자신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물건만 훔쳐 달아난 강도를 끝까지 추적해서 그 목을 자릅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촌 조홍에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작 돈때문에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그런 자는 하늘이 용서치 않고 내가 용서치 않는다." ------------(글쓴이 :왕감동 먹었음) 여기에 조조의 일생을 지탱해준 신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장안 제일의 세도가에 칼한자루에 의지해 쳐들어가는 그의 모습에 그의 패기와 정열이 보입니다. 그의 노래는 얼마나 비장한가!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그의 강인한 모습이 보입니다. 이 작품은 삼국지를 제멋대로 해석합니다. 역사적 사실들은 마구 분해되고 재조립되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전개를 보여줍니다. 결과는 같아도 과정은 판이하게 다르게 보입니다. 그러나, 보고 있노라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사실을 따지기에 앞서 그 의미와 분위기를 먼저 보여줍니다. 어쩌면 절반의 진실과 절반의 허구라는 연의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 아닐까요. 조조를 비롯한 인물들의 묘사도 파격적입니다. 흑인처럼 생긴 여포, 피로 새시대를 열었다 해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동탁, 쪼다 왕윤, 정면으로 칼을 들고 동탁을 죽이려하는 초선, 진짜 원숭이처럼 생긴 원술........ 어쩌면 너무 과장되게 보이며, 사실과는 어긋나 보이는 그런 인물들이지만, 오히려 보고 있노라면, '진짜 이 인물의 성격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또 청주병의 대장 범, 조조의 첫 연인 수정 등 삼국지, 연의 어디에도 안나오는 새로이 창조된 인물들은 그럴싸한 개연성과 함께 작품의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삼국지를 읽으면서 그냥 지나쳤던 부분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댑니다. 청주병이 그런 집단이었는 줄 이 작품 보기 전에는 상상이나 해봤을까요! 삼국시대 민중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가혹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창천항로』는 또다른 삼국지연의입니다. 다른 작품들과는 뚜렷하게 대별되는 또하나의 삼국지 이본입니다. 삼국지는 천여년전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오늘날의 우리에게까지 가슴깊이 다가오는 것은 그 천년동안 덧붙여지고 다르게 해석되고 신비화되다가 다시 사실로 돌아오는, 그래서 생명을 가지고 계속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창천항로』를 보면서 느끼는 또다른 즐거움은 그 그림에 있습니다. 王欽太의 유려한 펜과 붓선은 너무나도 역동적이면서 또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냈습니다. 동과 정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는 그 그림은 보는 이에게 또다른 쾌감을 줍니다. 다소 과장된, 그러나 생생한 인물들의 표정과 거친 듯 하면서도 섬세한 동작의 묘사는 엄청난 힘을 느끼게 합니다. 오토모 가츠히로로 대표되는 사실체의 역동성과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역동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그림에서는 경극의 액션과 화려한 분장과 의상이 느껴집니다. 이것은 일본인들은 가질 수 없는 중국인들만의 문화적 유산일 것입니다. 李學仁의 스토리와 王欽太의 그림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장기연재로 들어가면서 조금 힘이 빠지고 있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작가의 창작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제 더욱 힘차게 나아가기 위한 휴식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걸작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 작품이 대미까지 나아갈 때까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Ps : 이 작품의 스토리작가 李學仁씨는 한국사람인 것 같은데... 맞나요? '봉황의 성골'이란 작품의 스토리도 썼던데 말입니다. Ps2 : 그림작가 王欽太는 대만출신인가요? 이름으로 보아 일본인은 아니고... 일본에서 연재하고는 있지만요... Ps3 : 위에서 쓴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연'의 작가 츠다 마사미씨도 이 만화를 보더군요. 여성이 볼만한 작품인 아닌 것 같은데...(좀 그런 장면이 많아서) 츠다씨가 자긴 남자같이 생각한다고 해서 정말 그런 것도 같군요... Ps4 : 역동성 운운한 것은 요즘 제가 만화를 보는 기준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화면 연출이 얼마나 잘되어서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느냐... 하는 면이요. 역시 그런 면에서 슬램덩크는 20세기 최고의 걸작입니다. * 는 포인터 문자입니다. (뭔말이지?) e-mail : s941023@ccs.sogang.ac.kr || bskim@hanwoo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