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helicon (≪김 학≫) 날 짜 (Date): 1993년10월09일(토) 17시59분16초 KST 제 목(Title): 영상세대 일본만화 신드롬 제 목 : [집중취재] 만화시장1 / 영상세대 일본만화 신드롬 稈얼마전 텔리비전에서,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란마> 라는 제목의 일본 비디오 만화영화가 매우 선정적이고 폭력적이어서 어린 이들의 정서를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는 내용의 한시간짜리 기획물을 방영 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뒤 <란마>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더욱 불티나게 나갔고, 이를 수입한 회사는 물량이 달려 더 못 팔았다고 비디 오업계 종사자들은 전했다. 稈일본만화 및 만화영화의 국내 침투가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 가 아니지만 일본만화가 내용이 불량하다는 지적만으로는 아무런 힘도 발 휘하지 못한다. 稈올해 들어서만도 지난 8월말까지 국내에 출시된 만화영화 비디오물 총 80여편 가운데 일본 것이 53편이다. 대개가 시리즈물인 만큼 낱개로 치면 최소 1백50~2백개의 일본비디오 만화영화가 여덟달 사이에 쏟아져나온 셈 이다. 만화제작회사 서울무디 기획실에서 지난해 8월 서울의 비디오 대여 점 4백여곳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잘 나가는 만화비디오 3 편 중 일본 것이 70%를 차지했다. 稈<드래곤볼>은 지금까지 모두 40여편이 출시됐는데 각 편당 최소 1만5천 개 이상 팔린 것으로 비디오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전국의 비디오대여점 이 3만5천여곳임을 고려하면 어지간한 곳에는 다 깔렸다는 얘기다. <란마 >는 각 편당 2만여개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그도 모자라 일본 것을 그대로 무단복제해 파는 해적판이 5판이나 찍혀 학교 근처 문 구점稈서점에 깔렸다. 稈국민학교 주변 서점에 깔려 있는 만화책 중 80%가 일본 것이며, 대부분 이 무단복제품이라는 것이 만화가협회쪽의 설명이다. 稈일본에서는 만화에 대한 검열이 그리 엄격하지 않아 아동용에서도 여자 의 가슴을 드러내는 것이 허용되며 사무라이의 전통 탓인지 싸움의 묘사 도 강렬하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만화비디오를 수입할 때 평균 10~20%를 미리 잘라내고 심의를 받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남는다. 또 흥미위주의 것 들이 주로 수입돼 왔다. 稈그러나 80년대 후반의 비디오세대들은 비디오기기와 컴퓨터통신 등을 이용해 자기들끼리의 상호교환을 통해 말초적稈감각적 재미를 넘어 일본 만화 세계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稈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기성세대들에게는 생소하다. `일본의 월트 디즈니'라고 불리는 만화영화감독인데 그가 만든 작품 중 우리나라에 수 입된 것은 한편도 없다. 다만 텔리비전용인 <미래소년 코난>이 지난 82년 국내에 방영된 적이 있지만 텔리비전 만화의 감독이름을 어린이들이 알리 만무하다. 그런데 국내에 녹화재생기(VCR)가 폭넓게 보급되기 시작한 86~ 87년 이후 중류층 이상의 가정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고등학생, 대학생 가운데 이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稈稈미야자키 신드롬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80년대 후반 서울에서 조금 잘사는 동네의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 은 미야자키의 만화영화가 비디오테이프로 한창 나돌았다. 내가 다니던 여의도고에서 미야자키의 영화를 한편도 보지 않은 학생은 절반도 안된다 .稈 稈컴퓨터통신 하이텔 안의 만화광장의 동아리인 `애니메이트 동우회' 회 원인 대학생 이아무개(22)씨의 말이다. 稈이 단체의 또 다른 대학생 황아무개(20)씨는 이렇게 말했다. 稈중고교 시절 일본만화가 좋으냐, 나쁘냐를 두고 학생들끼리 논쟁이 있었다. 그런 데 미야자키는 그 논쟁을 불식시켰다. 일본만화에도 좋은 것이 있다는 인 식을 심은 것이다. 학생들은 곧 그가 어린시절 봤던 <코난>의 감독임을 알게 됐고, 이들이 대학생이 된 80년대 후반부터 대학가에서는 응원가로 2~3번째에 반드시 코난의 주제가를 부른다. 축제 때 대학에서 만화영화제 가 열리면 미야자키의 작품은 반드시 상영된다.稈 稈미야자키의 최근작 <붉은 돼지>는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된 영화다. 만 화영화를 통틀어 흥행 1위로 극장수입만 27억엔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이 작품이 일본문화원에서 상영됐을 때 우리 중稈고稈대학생들로 만원사례를 이뤘다. 일본 전래동화를 기초로 꿈과 상상의 세계를 펼치며 2차대전 당 시 한 가족의 얘기를 어린이들의 눈을 통해 잔잔하게 그려내는 그의 작품 세계는 매우 서정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이미 이런 작품들을 찾아들어간 새세대의 만화광들에게 일본만화는 어쩌면 그들이 세계와 접하는 하나의 창인지도 모른다. 稈하이텔과 천리안 두곳을 합해 회원이 중학생에서 대학생까지 7천여명에 육박하는 컴퓨터통신 애니메이트 동우회에서 일본만화를 주제로 연일 벌 어지는 토론에는 `미야자키 작품세계의 변화과정'이나 `데스카 오사무(< 아톰>의 저자로 불교철학자로도 이름이 높음)의 공상과학 만화에 담긴 불 교철학' 등 심오한 주제가 자주 등장한다. 稈이런 점에서 일본만화 신드롬은 엄연한 하나의 문화현상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컴퓨터稈비디오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문화적 기호에 맞는 것을 찾아다니는 첨단 신세대에 의해 주도되는, 파급력이 큰 현상으 로 말이다. 稈이미 미야자키의 작품은 모두 수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종합유선방송이 시작되거나 일본만화의 극장상영이 허용될 때를 노리며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작품들이 공식 수입돼 시장에 나오면 `일본 만화는 나쁘다'는 기존의 인식이 깨지면서 일본만화는 보무당당하게 들어 올 것이 분명하다. 稈물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일본 만화 신드롬은 곧 수면을 뚫고 올라와 우리 문화를 휩쓸 만반의 채비를 갖춰놓고 있다. <조선일보> 10월 7일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