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Pla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CinemaPlay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breeze)
날 짜 (Date): 2006년 1월  3일 화요일 오전 02시 15분 54초
제 목(Title): 킹콩 정리


상당히 재밌게 만들어서, 1933년의 킹콩이랑 1976년의 킹콩까지 다시
보게 됐다. 피터 잭슨 영화는 '반지의 제왕'을 보고도 책까지 사서
봤는데...
늦게사 흥행 영화를 만드는 재능이 피었다고나 할까? 스필버그나
카메론 뒤를 잇는 흥행감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영화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들을 적고 싶지만, 정리가 안됨. 뭐 꼭
체계를 가지고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해서 나열식으로
적어본다. 널리 알려진 사실도 있고, 3개 영화를 비교하면서 흥미로운
경향을 찾아볼 수도 있고...

(스포일러 구분 않고 적으니 싫은 사람은 여기서 그만 읽으세요 -_-;)



1. 2005판 제작 경위

널리 알려진대로 피터 잭슨은 어렸을 적 1933년판 킹콩을 보고 영화
감독이 되었다고 할 정도로 킹콩 영화의 광팬. 1996년 오랜 소원이던
킹콩의 remake에 도전했으나 영화사 사정으로 연기되고,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배치된다.
다행히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크게 성공해, 피터 잭슨은 더욱 원숙해진
기량과 막대한 자금이 투여되는 풍족한 환경에서 3시간이 넘는 대작영화로
호기를 부리면서 킹콩을 remake할 수 있었다. 새옹지마라고 해야 하는지...



2. plot의 개연성

1976판 킹콩이 당시의 상황에 맞게 기초 plot을 제외하고는 영화를
거의 전부 재구성했다면, 2005판은 아예 영화의 배경시대를 1933년으로
하면서 1933판에 상당히 충실히 따르고 있다. 피터 잭슨이 감독임을
생각하면 당연할까?
1976판은 plot의 개연성에 상당히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누가 왜
미지의 섬을 탐사하는지, 거대 고릴라를 쉽게 뉴욕으로 옮길 수 있는지
등등 여러가지 의문에 답을 잘 해 줄 수 있는게 1976판이다. 왜? 거대
석유회사니까... 미지의 섬에서 영화 찍다가 얼렁뚱땅 뉴욕으로 킹콩을
데려가는 1933판보다는 낫다.

1976판의 개연성 고려가 이런 면에서는 엉성한 피터 잭슨(아래 총평
항목 참조)의 주목을 받을리가 없고, 피터 잭슨은 1933판을 철저히
뒤따르면서 개연성 문제를 피하는 방법을 썼다. "인공위성이 지구
구석구석을 찍는 21세기에 킹콩이 사는 미지의 섬이 있다는 게 말이냐
소냐? -_-"는 의문에 2005판은 친절히 답해줄 수 있다. "당신이 1933년에
산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혹은 "이 영화는 1933년판 remake
거든요"라고... -_-;
그러고 보면, '월드 오브 투모로우'나 '젠틀맨 리그' 같은 영화들을
통해 어느 새 관객들은 그 시대를 '이상한 일이 생겨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시대로 여기게 되어버렸다. -_-;;;
1996년에 이런 remake은 부담을 줬을텐데, 피터 잭슨의 킹콩 remake에
운이 따른 것인지, 아님 그런 영화들을 보고 제작 방향을 바꾸는 선택을
한 것인지... 암튼 개연성 문제가 있음에도 부담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음.



3. 킹콩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1933판은 18인치(대략 46cm) 크기의 킹콩 모형을 사용한 stop-motion
기법으로 킹콩을 촬영했다. 이건 확실치는 않은데, 당시는 컴퓨터로
배경을 합성하는 현대의 blue screen 기법이 없었기 때문에, 킹콩 등
모형의 움직임을 찍은 화면과 인물의 합성은 배경에 영사기로 직접
투사하는 방법이 사용 되었을 것으로 추정됨. 지금이야 우습게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최첨단 특수효과 기법이었다.

1976판 킹콩을 위해서는 40피트(12m) 크기의 원격조정 모형 킹콩이
제작되었다. 영화 사상 가장 큰 원격조정 생물 모형이란다. 영화
홍보에 커다란 역할을 했던 이 거대 모형은 하지만 몇 장면 사용되지
않았고, 실제로 주로 사용된 것은 배우가 입고 흉내낼 수 있는
고릴라 형태의 의상이었다고... -_-;
1976판은 실물크기 모형과 사람 크기 킹콩 의상 외에, 여주인공을 잡는
장면을 위한 실물 크기 모형 킹콩 손과 실물 크기 킹콩 다리, 실물 크기
스티로폼 킹콩(마지막 도로에 쓰러진 킹콩)이 별도로 만들어지고
사용되어 실제감을 높였다고 한다. 역시 당시로서는 최첨단 특수효과
기법이 동원됨.

2005판에서는 CG 합성과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만들었던 motion-
capture 기법이 막대한 제작비 지원에 힘 입어 경지에 오른다. 킹콩
모델로는 알려진대로 '반지의 제왕' 골룸 역의 Andy Serkis가 맡았고,
그는 충실한 고릴라 묘사를 위해 동물원 고릴라와 몇개월간 친해지는가
하면 아프리카까지 날아가서 고릴라 습성을 배웠다고...
이런 첨단기술과 배우의 노력으로 2005판 킹콩은 이종격투기 선수 못지
않은 날렵한 움직임과 섬세한 감정 표현력을 가지게 되었다.



4. 공룡은 왜 등장?

1933판의 공룡 출현은 선사시대에 대한 당시의 부족한 이해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선사시대는 인간과 원숭이 닮은 원인과 공룡이 같이
사는 시대라는 식으로 묘사한, 시간 개념을 몇천만년 흔들어 버리는
영화를 그 시절에는 쉽게 볼 수 있었다.
1976판은 이게 덜 떨어진 이해라고 생각했는지, 아님 제작비 때문인지,
혹은 둘 다 때문인지 공룡 장면을 빼버렸고, 뱀의 공격을 받는 장면만
남겼다.
2005판? 1933판 때문에 다시 등장해서 악역을 맡게 됐다. 다행히
'쥬라기 공원'의 현대관객들에게 1933년의 공룡이 오히려 낯설지
않다. -_-;



5. 공룡의 입을 찢고 흔들어 확인하는 킹콩

이 장면은 1933판에서 나왔다. 1933판에는 킹콩이 적을 죽였을 때
입을 찢고 확인하는 것이 습관인 것처럼 거대구렁이나 공룡새와
싸우는 장면 등 여러 장면에 묘사되어 있다. (당시 영화로는 이런
장면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다른 근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남)
2005판에서는 생뚱맞게 묘사되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몇 안되는
장면 중 하나가 됐는데... 재밌어 보이는 것도 제작의도였는지는
모르겠음.



6. 통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1933판에서는 원래, 대원들이 킹콩 때문에 통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계곡에서 무서운 거미를 만나도록 촬영되었단다. 하지만 당시 보기에는
너무 끔찍하다는 이유로 최종 상영본에서는 잘려나갔다고... (요새는
애들도 웃을 장면일테지만 -_-;)
그래서 1976판에도 안나오는 이 장면이 1933판 광팬인 피터 잭슨에
의해 2005판에서 부활된다. 거미보다 더 끔찍한 곤충 등의 공격을
받는 것으로... B급 호러무비가 주종목이었던 피터 잭슨이 특기를
잘 살렸는지 그 끔찍함은 관객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_-;;;



7. 킹콩을 어떻게 생포할까?

1933판은 가스폭탄으로 생포한다. 무슨 종류의 가스폭탄이 거대괴물을
한방에 잠 재우는지 이해는 안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했던
가스전을 생각하면 당시 관객들에게 상당히 설득력 있게 보였을
것이다.
1976판은 거대 석유회사의 도움을 받는다. 거대 석유회사가 순식간에
공수해 준 많은 양의 마취제로 킹콩을 마취시킨다. 나름대로 그럴
듯 하다.
2005판은 맹수 잡을 때 쓰는 클로로포름으로... ??? 피터 잭슨에게
1933판의 가스폭탄이 별로 안그럴 듯 해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제일
생뚱맞다. -_-;



8. 킹콩을 어떻게 뉴욕에?

1933판은 미스테리...
1976판은 거대 석유회사가 유조선을 제공해서...
2005판? 1933판한테 물어봐! -_-;

(피터 잭슨은 이 부분에 대해 논란이 일자 "과감한 편집!"이라고
답했다고... 과감한 편집은 무슨 얼어죽을 -_-;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서
이 정도는 봐주고 넘어갈 만 하겠지만, 피터 잭슨의 엉성한 영화 설정
상으로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임.)



9. 킹콩의 성격과 여주인공

1933판 킹콩은 포악한 괴물이다. 수 틀리면 마구 때려부수고 사람을
죽인다. 이런 포악한 괴물 앞에 여주인공은 비명 지르느라 정신 없다.
1933판에는 여주인공이 킹콩의 신부로 바쳐진다고 명시되었고, 킹콩은
자신에게 바쳐졌지만 도망가는 신부을 무자비하게 쫓는 마초이다.
남주인공은 마초에게서 여주인공을 구해내는 정의의 사도고... 당시
서부영화 등에서 흔히 보던 관계...
악당 괴물 킹콩은 결국 죽어서 사람들을 안도시킨다.

1976판 킹콩은 여전히 거대하고 사나운 괴물이지만, 성미가 많이
죽었고 함부로 사고 치지도 않는다. 환경과 희귀 동물 보호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남주인공은 킹콩을 돌려보내는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자본
논리로 희귀 동물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석유회사 간부가 응징
받는다. 여주인공이 킹콩에게 신부로 바쳐지는지는 불명확하지만(1933
판한테 물어봐? -_-) 킹콩은 여주인공에게 성적인 접근을 한다. 왜인지(?)
여주인공도 킹콩에게 연민을 느낀다. 킹콩은 문명과 거대 석유회사에
희생된 덩치만 컸지 미련한 원시동물이라는 안타까움을 준다.
그니까 킹콩과 여주인공의 교감과 킹콩의 희생을 안타까와 하는 생각은
1976판이 도입한 셈...

2005판의 킹콩은 외모부터 고릴라에 대단히 가깝다. 그 사이 고릴라에
대해 많이 알려진 것에 힘 입어(1930년대에 비해 나아진 것은 분명하나
1970년대에도 동물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 못하거나 잘못 알려진 것이
많았음), 외모나 역사적 편견과는 달리 온순하고 평화로운 동물인
고릴라의 성격 역시 2005판에 많이 반영되었다.
킹콩과 여주인공이 좀 더 많은 교감을 하며, 그 교감이 성적인 면보다는
정서적인 측면이 강하다. 전작들의 영향 때문에 둘 관계가 관객들에게는
주로 성적인 관계로 보였겠지만, 어찌보면 애완동물과 주인 관계라고
봐도 크게 무리 없다. 누가 애완동물인지 애매한 문제가 있기는 한데...
-_-;
(이건 2005판의 제작의도라기 보다는, 실제 고릴라와 비슷한 성격으로
킹콩을 묘사하다 보니까, 부수적인 효과로 관객들이 대상에 대해 다양하고도
실제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생각됨. 표현에 제약을 가함에도
실제적인 묘사가 주는 장점으로 여겨지는 현상)
이러면서 여주인공이 킹콩에게 갖는 연민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보인다.
킹콩의 죽음에 많은 관객들이 감정이입 될 수도 있었고...

1933판 감독은 현존 최대 도마뱀이자 당시 신비한 존재였던 코모도 섬의
왕도마뱀이 도시에 잡혀와 사람들 구경거리가 되면서 금방 죽어버리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1933판이 환경친화적이어야할 것
같지만, 당시 이런 부분 의식이 워낙 낮아서... -_-;



10. 여주인공의 성격

1933판에서는 영화 속의 영화감독 던햄은 예쁜 여자와 연애 장면이
있는 영화가 잘 팔린다고 강변한다. 엑스트라를 제외하면 영화의 유일한
여성 등장인물인 여주인공은 이 때문에 무리하게 섭외되는 것으로
나온다.  당시 여성관이 반영되어 여주인공은 그냥 예쁘기만 하고,
위기 앞에 꼼짝도 못하면서 비명만 지른다. -_-;
1976판은 유일한 여성 등장인물의 성적 매력을 이용하기로 작정했나
보다. 처음에 관능미 여배우로 알려진 보 데릭을 캐스팅하려 했으나
무산되자, 또 다른 관능 여배우 제시카 랭을 출연시켰다. 랭은 기대에
부합하게 영화 곳곳에서 매력적인 몸매를 뽐내고, 킹콩도 여기에 매료(?)
되어 성적으로 접근하며 평생을(-_-) 쫓아다닌다.

피터 잭슨은 1976판의 이런 접근이 마음에 안들었나 보다. 2005판에서
영화 속 감독 던햄에게 여자 찌찌나 보여주는 저질영화는 거부한다고
일갈하도록 한다. 실제로 에로틱한 면은 상당히 배제되었다. 그래도
틈틈이 나오미 와츠에게 잘 보이는(-_-) 옷을 입히고, 이모저모가
엿보이는 앵글로 잡은 것을 보면 완전 배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모양...
-_-;
어째거나 1933년이라는 배경의 한계 아래서도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것이
2005판 여주인공이다. 1933판 여주인공은 장식용이고, 1976판 여주인공은
성적 매력을 과시하다가 돈에 자신을 팔지만(그런 걸 판다는 의미는 아님.
이 부분에서 돈에 자신의 뜻을 파는 세태에 대한 풍자 의도가 보임),
2005판 여주인공은 꿋꿋하게 돈보다 자기 할 바를 선택하고, 심지어
킹콩을 구하기 위해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내 개인적으로 이 캐릭터가 100%는 아니지만 80% 정도는 마음에 들었음.
1976판 캐릭터의 육체적인 매력과 2005판 캐릭터의 정신적인 매력이
결합됐다면, 1933년 배경의 제약에도 100% 만족하지 않았을까 한다는...
험 험 험 -.-;;;)



11. 남주인공

태생이 1930년대여서인지, 남주인공은 의로운 일에 항상 앞장서고,
여주인공을 항상 보호하려 하며, 여주인공과 항상 사랑에 빠진다.
킹콩이 나쁜 의미의 마초라면 남주인공은 좋은 의미의 마초 역할인
것이다. 원작의 배경시대에는 식상할 정도로 상투적인 역할 배치...

1933판 남주인공은 당시 이런 마초적 남성상에 꼭 맞는 항해사이다.
배가 주요 교통수단인 시절이어서인지 교육도 적당히 받고 강인한
남성으로 당시 선망의 대상이던...
단순한 성격의 여주인공처럼 여주인공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단순
정형화된 캐릭터...

1976판 남주인공은 동물학 교수... 그 당시는 대학 교수가 좋게 보였나?
그리고 보면 인디아나 존스도 대학 교수다.
대학교수 캐릭터답게(요새 보면 대학교수 참 우스운 행동 많이 하지만 -_-;)
환경과 희귀동물을 보호한다는 앞선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거대
석유회사의 스카웃 제의를 거부하고 자기 뜻을 견지한다.

2005판 남주인공은 얼결에 끌려간 극작가이며, 애드리언 브로디라는
백면서생 타입의 배우가 맡았다. 유약한 극작가가 여주인공에 대한
사명감에 불타 위험과 모험도 불사한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피아니스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이기는 했다만...
이런 배역 감각은 현대적으로도 좀 납득이 안가는 면이 있다. 피터
잭슨의 취향인가? 다른 흥행감독이었다면 요새 미국 분위기에 우연히
배의 요리사로 전락한 특수부대 출신 군바리가 남주인공? -_-;
기본적으로 1933판 캐릭터와 비슷한 성격이나, 애드리언 브로디와
피터 잭슨은 이 캐릭터에 좀 더 섬세한 성격을 부여했다. 1976판
남주인공처럼 같은 옳은 실천의 의지도 가지면서...

그럼, 2005 키즈판 킹콩이었다면 남자 주인공은? 당연히 의사나
판검사였겠지. 덜 떨어진(? -_-) 기초학문 하는 교수나 문돌이들이
어딜? 미국놈들이 성격 이상한 거다.
대머리에 배까지 나오고, 평소에는 힙쭈그레 찌질거리다가 사람들
없는데서 욕지거리나 해대는 모양이면 금상첨화다. -_-;;;



12. ESB vs WTC

1933판 킹콩은 ESB(Empire State Building)에 특별한 이유 없이 올라
간다. 이유는 뭐건,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에 올라가서 미녀가 비명을
질러대는 와중에 거대 고릴라가 난동을 부리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인
극적 효과를 주었다.
1976년에 세계 최고층 빌딩은 WTC(World Trade Center)다. 영화는
여주인공에게 ESB에 올랐을 때 어지러웠다고 말하게 해 결별을
암시하는가 하면, WTC가 킹콩이 살던 곳하고 비슷하다고 주장하면서
킹콩을 WTC에 오르게 만든다. 역시나 나름대로 개연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볼 수 있는데, 어째거나 이렇게 역할이 넘어가자 ESB가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고...

2005판 피터 잭슨에게는 고민할 게 별로 없다. 왜 킹콩이 ESB를
오르느냐? 던햄에게 "It wasn't the airplanes. It was Beauty
killed the Beast."라는 영화사에 빛나는 대사(1976판에는 안나옴)를
읊을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올랐다고 해도 누가 뭐랄 것인가? 1933판을
따르기로 공언했고, 영화 제작이 미뤄지는 사이에 WTC도 사라져버렸는데... -_-;



13. 2005판의 엉성함

2005판 킹콩, 굉장히 재미있게 만들었지만 치밀한 영화는 아니다.
1933판 remake이라면서 개연성 문제를 상당히 피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거저거 눈에 뜨이는 게 많다. 대충 기억나는대로 적어보면...

인간 능력이 아주 뛰어나게 나온다. 사람이 달리는 공룡들 다리 사이를
헤집고 달릴 수 있도록 나오질 않나, 총도 안쏴본 선원이 근거리에서
기관단총을 난사해 사람 몸에 올라탄 벌레만 죽이질 않나... 수마트라
근방 원주민들이 아프리카 흑인들로 구성되질 않나.. 기억은 일일이
안나지만 등등...

특히 여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무슨 인조인간인 줄 알았다. -_-;
킹콩이 처음에 여주인공을 잡고 마구 뛰고 휘두를 때는 전에 인터넷에
떠돌던 "마징가가 실재한다면 내부에 탑승한 쇠돌이는 뛰는 충격 등
때문에 죽어버렸을 거다"라는 문건이 떠올랐고... -_-;
아무리 부딪히고 떨어지고 해도 다친 데도 없이 말끔하게 화장한
모습으로 쓰러지는 것까지는 참고 봐주겠는데... 연못의 물이 킹콩이
올라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꽝꽝 얼은 추운 뉴욕의 겨울에 여주인공이
얇은 옷 하나만 달랑 걸치고 온 뉴욕을 헤집고 다니다가 ESB 꼭대기까지
올라가도 말짱하고... -_-;;
그 추운 빌딩 꼭대기에서 철제 사다리를 맨손으로 잡고 아무 일 없이
올라가는 여주인공 모습에서 계곡의 곤충 습격 장면 못지않은 스릴을
느낄 수도 있다. -_-;;;

피터 잭슨의 이런 치밀하지 못한 묘사는 이미 '반지의 제왕' 때도
많이 이야기가 되었던 바다. 다행이랄지(-_-) 치밀한 묘사하고 거리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만 되면 흥행감독 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가 스필버그... -_-;
흥행감독 중에는 카메론이 가장 치밀하게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음. 피터 잭슨은 카메론과 스필버그의 중간에서 약간 스필버그 쪽에
가깝다고 할까... (그 가까운 관계를 보일려고 '쥬라기 공원'도 부족해,
한명 구할려고 여럿이 희생되는 'Saving Actress Darrow' 작전까지
연출했는지도? <= 물론 근거 없이 비꼬는 이야기 -_-;)
근데 감성적인 묘사력은 스필버그보다 나은 것 같다. 킹콩의 죽음을
통해 그 많은 사람들을 울리는 것을 보면...



14. 개인 총평

내 개인적으로는 킹콩을 외모부터 성격까지 현대 우리에게 알려진
고릴라의 성격에 근접하도록 묘사한 점이 마음에 든다. 저녁노을과
아침노을을 배경으로 의젓하게 여주인공을 옆에 앉혀놓고 'beautiful'
하는 장면은 참 감탄했고, 죽어가는 킹콩의 눈을 볼 때는 나도
감정을 자제하기 힘들더군.
그니까, 영화가 엉성하지만 재미있고, 여주인공과 킹콩 캐릭터와
그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총평의 요약...

암튼... 찾아보면 이런저런 결함이 많지만, 그럼에도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피터 잭슨은 뛰어난 흥행사라 할 수 있겠다.


......................................................................

                고이지 않고...  사로잡히지 않고...  가볍고 부드럽게...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