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ungNam ] in KIDS 글 쓴 이(By): lprince (쁘띠쁘랑) 날 짜 (Date): 1995년10월04일(수) 20시08분24초 KDT 제 목(Title): 여행 후기.... 지난주 수요일 이었던가.. 그러구 보니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다.. 친구들은 시험준비가 한창이었다..단지 며칠간 만이라도 입시의 중압감을 잊어보고자 정처없이 학교를 뛰쳐 나왔다.. 친구하나 꼬셔가지구.. 기타하나 달랑메고.. 어디로 갈까.. 무조건 학교에서 멀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리.. 목포로 일단 행선지를 정했다.. 열차안은 막차여서 그런지 썰렁~~~~ 그나마 보이는 몇몇 사람들은 두다리 쭉 뻗고 자고 있었다.. 가져온 짐모리슨의 노래를 들으며 차창으로 흐르는 희미한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지나간 기억들이 거품처럼 밀려왔다... 잊고 지내던 친구들의 얼굴.. 자주 다니던등교길과.. 가을이면 화사하게 피어나던 길 옆의 코스모스들.. 집 앞의 작은 연못.. 그리고 학교 같다 오면.. 환한 웃음으로 반겨 주시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모습.. 그 모든 것들이 어딘가 숨어있어.. 잘 떠오르지도 않던 그 모든 기억들이.. 아니..떠 올리려고 생각도 못했던 그 소중한 기억들이.. 그 순간.. 어찌 그리 선명하게 떠오르던지.. 기차는 계속 남으로.. 남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정읍.. 광주.. 그리고..나주.. 내 과거의 기억들이 물처럼 흘러가.. 결국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에 이르렀을때.. 기차는 결국은 종착역에 도착했다..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친구의 기억을 쫓아 유달산에 가서.. 해돋이를 보기로 계획을 정했다.. 생가한 것과는 다르게.. 무지 작은 돌산이었다.. 쉬엄쉬엄.. 중간 중간.. 서있는 가로등 밑에서.. 노래도 부르다가.. 정상에 도착하니.. 4시였다.. 무척 이른 시간이었는 데도.. 정상 근처에는 운동 하시는 분들이 꽤 여럿 보였다.. 해 뜰때까지는 아직도 두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벤치에 누워 목포에 눈물을 부르며.. 몰려드는 잠을 쫓았다.. 6시가 넘어서니... 서서히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이제 해가뜨는구나.. 벅찬 마음으로.. 해가 오르기를 기다렸다.. 40분쯤.. 더 지났을까.. 하얀 구름을 뚫고.. 서서히.. 서서히..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로 널찍히.. 퍼져 있던.. 붉음들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아련히 퍼져오던.. 맑은 종소리와 함께..사라져 갔다.. 그렇게..목포의 새 날이 밝았다..오랜..침묵을 뚫고. 아침을 먹고나서.. 다음 목적지인 광주로 향했다.. 전남대에 다니는 친구와 만나 전남대 캠퍼스를 둘러보고.. 저녁때는 조선대 축제에 갔다.. 구수한 사투리와.. 어디와도 변함없는 막걸리의 텁텁함 속에.. 광주에서의 첫날의 해는 저물어 갔다.. 다음날.. 오후 늦게 일어나서.. 비엔날레를보러 갔다.. 무수한 전시 작품들을 두루 구경하면서.. 공돌이가 느끼는 예술적 감각의 한계를 여실이 느끼며.. 돈이 아까워 아픈 다리를 무릅 쓰고.. 전시장을 돌아 다녔다.. 뭘 봤는지 잘 기억도 안나지만.. " 사랑은 포도주보다 진하다" 라는 작품과.. 쓰여 있던.. 문구 하나가 또렷이 기억 난다.. " When we are alone is when we can be together" 였던가.. 비엔날레를 끝으로.. 광주를 떠나.. 대전으로 돌아 왔다.. 다음날 하루종일 잘 정도로 강행군인 여행길 이었지만.. 옛 기억을 찾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보람된 여행이었다.. 그런데.. 마음과 몸은 역시 다른가 보다.. 마음은 이렇게 편한데.. 몸은 왜이리도 쑤시는지.. 아이구. 허리야..쩝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