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kbm (파란크레용)
날 짜 (Date): 1996년03월22일(금) 13시37분58초 KST
제 목(Title): [서평] 영성 음악 여성 - 하비 콕스



 시사 저널(3월 6일자)에 실린 서평입니다. 
 도움이 되시기를... 

  하비 콕스 지음 <영성·음악·여성>/종교 변화에 대한 비전 제시


  비종교인들에게 가장 알 수 없는 종교 현상 중의 하나는 종교인들이
‘역사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존재하는 것은 시간
안에 있다는 점,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점, 그리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생성과 소멸은 모든 현존하는
것에 타당한 존재의 법칙이라는 것을 종교인들이 승인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종교에 대해서도 역사를 서술할 수 있다(종교사)는 사실을
종교인들은 수긍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한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 영원·절대·진리·초월 같은 개념들이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비종교인들의 태도에서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종교의 변모나 변화를 곧 종교의 소멸이나 몰락으로 여기는 태도가
그것이다. 그것이 제도화한 종교이거나 개인적인 신앙이거나 간에 어떤
변화나 변모가 감지되면 이제 그 종교나 신앙은 끝났다고 판단한다.
변화를 지속이라고 이해하지 못한다.

  이래저래 우리는 종교에 대한 이상한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
종교인은 종교인대로, 비종교인은 비종교인대로 그러하다.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의 일련의 ‘종교론’들이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까닭은 바로 그가 종교를 ‘종교사적 관점’에서
서술한다는 무척 단순한 까닭 때문이다. 그의 <세속도시>가 그러했고,
<바보제>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번역된 <영성·음악·여성>(원제는
<하늘로부터의 불(Fire form Heaven)>·유지황 옮김·도서출판 동연
펴냄)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현상의 변화를 기술한 것일 뿐이다. 내용인즉 종교의
소멸이란 불가능한 개념이고 다만 ‘다른 형태’의 종교가 출현하고
있을 뿐인데 그것이 오늘날에는, 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에는, 이른바 성령 현상이라고 하는 것을 축으로 하여 전개될
것이라는 개연성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인 현상을 거론하고 이를 실증하고자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을 한 장의 절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의 이전 저서들이 그렇듯이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사람에게 회자될 듯하다. 당연히 변화하는 것이
사물의 현상이라는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실로부터
어느 종교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 책은 그저
벌어지는 일에 대한 어떤 사람의 좀 예민한 경험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책이 새로운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이 분명한 것은,
종교에 대한 독자들의 고정 관념 때문이다.

  한국 교계·신학계는 하비 콕스 전 단계

  물론 그러한 것은 사실 정황적 조건이지 그것이 이 책이 줄 수 있는
예상되는 충격을 설명하는 모든 것은 아니다. 그는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고, 그 비전을 전통적인 언어에 실어 그
언어로 하여금 끊임없이 새로운 함축을 지니게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
그럴 수 있는 상상력의 넓은 지평을 그는 확보하고 있고, 바로 그
상상력을 늘 스스로 호흡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분명히 ‘별다른’ 신학자이고, 신학을 향해
저항할 수 없는 충격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영성·음악·여성>이라는 제목도 역자가 기막히도록 잘 통찰해
붙였다고 여겨지며,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가 우리의 닫힌 상상력을
깨뜨리고 넓히기에 충분한 충격을 줄 책임에 틀림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더구나 그 역문의 완벽함은 우리에게 더 없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인류의 문화사에 관심을 가지고 신학적인 고정
관념의 틀에서 벗어난다면 하비 콕스의 발언의 한계를 아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그의 발언은 신학이나 신학적인 영향권 안에서는
‘별난 충격’으로 논의의 초점이 될 수 있지만 그 밖에서는 바로 그
자리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할 처음 단계의 문화 지각일 뿐이다.

  아무튼 이 책은 철저하게 신학적인 저술인데, 아직 신학 이외의
상황과 대화를 이룩하기에는 그 신학적임이 너무 신학적이다. 어쨌든
우리 한국의 교계와 신학은 이 신학 때문에 한동안 고무되고 고뇌하고
비판하고 분노하고 감동할는지 모른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반드시 읽혀야 한다. 우리의 교계와 신학계는 분명히 하비 콕스
이전이기 때문이다.

  정진홍 교수(서울대·종교학)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