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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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kimsh (유병덕)
날 짜 (Date): 1994년08월05일(금) 07시50분49초 KDT
제 목(Title): 처음 들어와서, 이단에 대해


야. 정말 반갑다 이런 사이트가 있었다니. 기독교인으로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들어와서 몇몇 글들을 읽어 보았는데 제가 얼마나 엉터리 신자인가 하는 점을 알 
것 같습니다. 에구, 기죽어. 이왕 들어 왔으니 보잘 것 없는 견해를 몇자 적어 
보았으면 해서, 산에가서 바위에 이름 새기듯이. 정말 관심 있는 분들만 보세요, 별 
볼일 없는 글이라 쪽팔릴 것 같아..... 
 
   각설하고, 제가 생각하는 이단이란 위에 쓰신 분들과는 좀 견해가 다릅니다. 
이단은 단순한 철학적인 문제나 절차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이단이란 당시의 사회적인 배경이나 기존의 종교에  대한 문제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킬 당시 그의 사상은 
카톨릭의 입장에서 보면 이단 중에서도 상이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르틴 루터나 
이전의 위클리프, 또는 장 칼뱅의 이단은(카톨릭의 입장에서) 일종의 지적인 
반란이었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같이 믿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참 
여러가지 방법으로 신앙생활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지적인 신앙생활, 즉 
성격공부나 철학적인 차원의 이해를 구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 특히 
지적인 수준이나 생활수준(주로 경제력)이 낮은 사람들의 신앙생활에서는 기복적인 
요소가 매우 강합니다. 그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단이 등장하는 것은 단순히 교주의 사사로운 물욕이나 
사람들의 광기에서 비롯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중세 서양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 시절에는 카톨릭의 권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습니다만 그때처럼 많은 
이단(역시 카톨릭의 입장에서)이 등장한 적도 드물 것입니다. 상당히 그럴듯한 
철학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도 있읍니다만 대부분의 이단은 매우 조악한 
사상체계만을 갖추고 있었고 심지어는 도둑질이나 살인을 옹호하는 것도 
있었읍니다. 보통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종교를 믿었던 계급은 거의 대부분이 농노(servus)계급으로서 당시 
유럽사회에서 최하층을 형성하고 있었읍니다. 당시에는 오늘날과 같은 법률이나 
행정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항상 귀족계급의 수탈과 도둑떼나 
강도귀족들의 발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선머슴 같은 교리가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비참한 생활이 극에 달했고 호전될 기미도 중세내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가치체계를 벗어난 교리에 의해서라도 자신들의 
처지를 모면하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세 서양을 모델로 말씀드렸지만 오늘날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단들의 
교리를 살펴보면 그 이단을 믿는 계층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리에는 자신들의 희망사항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물론 여호와의 증인과 같이 좀 
특별한 경우(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음)도 있겠지만. 사회나 기존의 종교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이들은 그러한 이단을 통해서라도 해결하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단순한 교리상의 싸움이나 정치적인 문제(영국 국교화처럼)로 
종교가 갈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이단이라는 말이 다소 어색합니다. 
저는 신교도(요즈음에 이런말 쓰나?)인데 우리가 카톨릭교도를 이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습니다. 카톨릭은 본래 철학적인 종교인데 뒤에 정치적인 
복선이 가미되었던 것입니다. 카톨릭을 카톨릭답게 만든 사람은 예수님도 아니고 
사도 파울도 아닙니다. 바로 아우구스티누스가 카톨릭의 실질적 창시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톨릭의 교리에는 그리이스철학의 냄새가 많이 납니다. 특히 이데아 
세계를 주장한 플라톤이나 이성의 실체를 탐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이 많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당시 소박한 민족종교였던  크리스트교를 그 자체만으로 
거대한 로마제국의 국교로 삼기는 어려웠습니다. 즉 크리스트교는 그 자체만으로는 
하나의 신념에 불과했던 것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당시에 유럽에서 가장 지적이었던 그리이스의 사상가들의 체계를 
빌려 크리스트교를 하나의 철학체계로서 완성시킨것입니다.(완성이란 말에 너무 
신경쓰지 말 것) 
    신교도의 입장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이러한 자세는 매우 불만스러울 수 
있습니다. 정말로 순수해야 할 기독교를 짬뽕을 만들어 버리다니.... 하지만 
기독교의 모든 의식이나 사고방식, 예컨데 선악 2원론이나 세례, 영생의 개념은 
모두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의 종교에서 이미 제시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이 
보기에 아우구스티누스의 방법론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덕분에 유럽 
전역에 크리스트교가 맹위를 떨칠 수 있었고 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연구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저희 신교도들은 이러한 카톨릭의 짬뽕이념에 불만을 품고 순수했던 
초창기의 크리스트교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 선구자는 마르틴 
루터이구요.(사실 마르틴 루터보다 위클리프가 먼저 주장했음. 하지만 일반론을 
말한 것임.) 그러나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것은 그러한 이념의 문제에만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알다시피 당시 카톨릭의 부패에 염증을 느끼고 반기를 든 
것이지요. 만일 당시의 카톨릭이 타락하지 않고 순수했더라면 마르틴 루터의 
개혁론은 사회에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하나의 철학논쟁으로 그치고 말았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지적인 반란역시 당시 사회에 대한 개혁의 일환으로서 
제시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이단이라는 말을 쓸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단종교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기독교인들은 단순히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들만 책망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가 볼때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물의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기성의 종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기성의 종교가 해결하지 못하거나 부패하여 곪아 터진 
부분을 이단이라고 부르는 족속들이 파고 들어 오는 것입니다. 
 제가 별 볼일 없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상당수의 신앙인들이 
매우 배타적이며 독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톨릭이 이단이네 
아니네 하는 논쟁 따위는 별 의미가 없읍니다. 우리가 그들을 이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법으로 다른 시스템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우리가 대인관계에서도 
그렇듯 개방적인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들을 판단하기 이전에 우리의 잣대가 
옳은가 를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의 잣대는 문제가 있더군요. 물론 옳지 
못한 교리와 사람들을 오도하는 종교는 배척받아야 합니다. 다만 옳고 그른 것을 
우리 기독교인들의 잣대에만 맞추지 말고 다른 시스템의 잣대에도 맞추어 봅시다.

---의도와는 달리 너무 설교적이 되어 버렸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제가 
주장한 이야기에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다만 관심있는 분들의 이야기나 발전적인 
비판을 들어 보았으면  좋겠군요.----

아이고 해골 복잡해라.    ---수줍어 하는 뺑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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