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hanki (한큐)
날 짜 (Date): 1994년07월29일(금) 18시39분46초 KDT
제 목(Title): 삼위일체에 대한 나의 기억



   국민학교 2학년때의 일이다. 어머니의 강권에 못이겨 나간 성당에서 교리를

  받게 되었다. 지긋하신 수녀님 한분이(가끔 중요한 부분은 신부님이) 그림이

  많고 조목별로 구분 잘 되어있는 교리책으로 거의 한학기를 가르치셨다. 그런

  데 바로 제일 첫 장의 제목이 삼위일체였다. 수녀님께서는 성부 성자 성신이

  '하나'라고 하셨다. 애들이 얼떨하게 반응이 없자 성부는 하느님이고 성자는

  예수님이고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다,성신은 어떻게 설명하셨는지 잘 기억

  이나지 않지만 나름대로 하느님이 인간에게 말씀하실때 형상을 나타내는 것이

  성신일꺼라고 짐작을 하면서(지금도 전혀 아는 바가 없음) 고개를 주억거려 

  보았으나 도저히 하느님과 예수님이 같다(or 같은사람이다?)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국민학교 2학년이 갖춘 논리(응.. 지겨운 논리 또나왔네..)로

  반박(?)을 했다. 어떻게 부자가 한사람일 수 있느냐는 요지였을 것이다.

   10년동안 천주교에 적을 두었다. 하지만 이 의문은 처음에 수녀님으로부터

  혼나면서 그냥 묻어두었다가 앞으로 풀리겠지 했지만 아직도 내 생각은 말이

  안된다 이다. 내가 교과서에 나오는 수필 '메모광'의 작가처럼 그때그때 떠오

  르는 생각을 기록해 놓았더라면 메모용지 한권은 족히 채울만한 의문을 적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처음의문부터 체념해버리고 의문이 날때마다 믿음이

  부족한 탓이리라 넘겨만 오던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비겁한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더이상 마음으로 납득할 수 없는 걸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천주교가 오랜 세월동안 닳고 닳아(?) 적당적당 풍조가 만연해 있는

  걸로 보고 한때 기독교에 관심을 가져보았지만 천주교에서 가졌던 의문을 해

  결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가슴으로 느껴지는 거부감에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다.

   마음의 안식은 내가 성당에 10년이나 계속나간 유일한 이유였다. 다 때려친

  후에 지금까지도 가끔씩,아니 요즘은 거의 항상 후회한다. 분명 마음에 기댈

  곳을 만들어 주기는 하므로 요즘처럼 힘이 들 때에는 그때를 생각하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다녔으면 조금은 편안했을 텐데...'하는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든다. 그럴때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약해지지 않을 것을 다짐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약한 존재인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

  다. 훗날 내가 교회에 열심히 나가게 되더라도(어떤 계기가 생길지는 나도

  확신하지 못하므로) 지금의 내 생각은 후회하지 않으리라. 감히 신에 대항

  하지는 않더라도 아무 생각없이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그때가면 우

  습게 여겨질지라도 지금 나는 꺾이고 싶지 않다.


   다시 삼위일체로 돌아가서...

  처음에 삼위일체론을 정립하던 로마의 황제(누군지 이름이...)가 자신이 고

  안한 삼위일체라는 말을 어떻게 납득시켜야 할까 고민하며 해변을 걷고 있

  었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조개 껍데기로 바닷물을 퍼다가 한 구멍에다가 

  붓고 있는 걸 보았다.

   "꼬마야, 뭐 하고 있니?"

   "바닷물을 퍼낼려구요"

  여기서 그는 깨달음을 얻어 자신의 '삼위일체론'을 정립했다 한다.

   이것은 교회다니는 한 친구가 해준 말인데 물론 자신도 이 '선문답'에 대해

  확신하지는 못하면서 '바닷물을 조개껍질로 다퍼낼때까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꺼란 얘기 아니겠냐'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었다.

   나로서는 그 황제도,그얘길 해준 친구도,그런거에 구애받지 않고 믿음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사람들도 모두가  부러울 따름이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