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us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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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Agape (송 성대)
날 짜 (Date): 1993년04월17일(토) 14시26분55초 KST
제 목(Title): 짜증스러웠던 추억

CampusLife를 생각하면 즐거웠던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은 조금은 짜증스러웠던 것을 기억하기로 하겠다.

우리 학교의 특수성이 전원 기숙사 생활이라는 것으로 연결되고
각자 자신의 방 열쇠를 가지게 된다. 가끔은 방 열쇠를 깜박 잊고
기숙사를 나서는 경우가 있었다.

1 학년 때에는 방돌이나 나나 대체로 문을 잠그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 문이 잠겨 있더라도 방이 1 층이었던
까닭에 창문으로 들어가면 되었다. 언제나 창문은 열어 놓았었으니까.
창문을 넘어 들어간 기억도 몇번인가 있다. 물론 주변의 이목이 의식되기는
했다. 그 때 사람들은 왜 아무 반응이 없었을까? 자기 자신만 챙기는 이기심?
아는 나를 믿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즐겁겠다. 8-)

2학년 때부터는 방이 3층이 되었고, 방돌이도 문단속을 철철히 하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1 학년때 가끔은 겪었던 도난 사건을 겪지는 않았지만
방 열쇠를 깜박한 경우가 문제가 되었다. 낮에는 사감실이나 기숙사 사무실에서
열쇠를 빌려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밤이 문제였다. 열쇠를 빌리려 가자니
굉장히 귀챦았고, 또 밤이고 하니 방돌이가 금새 돌아 올 것도 같았다.
금새 돌아 올때도 있었지만, 상당히 이슥한 시간까지 공부하고 올 때도 있었다.
참고사마 얘기하면 우리의 취침 시간은 보통 2시가 넘어서 이지만, 나는 착실한
생활을 추구한 까닭에 보통 1 시면 잠자리에 들었다.

방돌이가 늦게 돌아오면, 기다리기 귀챦아 PC실에 가서 게임을 하곤 했다.
그 때 쌓은 게인 실력으로 이제는 남 부럽지가 않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짜증나는 일은 지금까지 언급한 그런 경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치고 방에 돌아 오니 문이 잠겨 있는
것이다. 샤워를 갈 때만 해도 방돌이가 방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문을 잠그고 나간 것이다. 점심 시간이 가까운 시간이라 잠시 후 점심을 먹고
돌아 오리라 믿었다. 그래서 TV에 눈을 돌리고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도 지났다. 그러나 그는 돌아 올 줄을 몰랐다. 하지만 사감실이나
사무실로 돌아 다닐만한 복장을 갖추지도 못한 상태였다. 사람도 별로 없었다.
정말 황당하고 짜증스러운 날이었다. 그래서 그 날 하루는 TV와 PC를 가지고
보냈다. 정말 짜증스러운 것은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샤워실에 갈 때에도 열쇠를 가지고 가려 했으나, 너무 방돌이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아, 그냥 간단한 차림으로 갔다. 방돌이도 그 날이 후, 조금은
조심 하는 것도 같았다. 그 방돌이와 3년이나 같은 방을 사용했다. 짐을 옮기기도
귀챦았고, 방돌이도 성격이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올 해 드디어 그와 떨어진
것이다. 지금 4 학녕이라는 학부 최고의 학년으로써, 대학원 진학이라는 목표에
정진하고 있을 그를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도 인다. 지금은 다른 사람과 사용하고
있겠지.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다. 이런 좋은 날씨에 이런 짜증스런 추억을 떠올리고,
기술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이해 할 수가 없다. 봄을 타서인지, 이제는
그러한 짜증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내게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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