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U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CNU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guest)
날 짜 (Date): 1997년07월26일(토) 09시29분14초 KDT
제 목(Title): love story


            밋밋하고도 뜨거운 사랑 이야기
                   ------------------------------



       난 이 글이 마광수 교수같은 논쟁이 붙는 걸 원치도 않는다.
       그 사람만큼 세련되거나  확신에 차 있지도 않기에.
       또 이 글이 야하다거나 저질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도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로 인해 여기서
       지워진다고 해도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우리가 여기서 이런 공개적인 장소에서 평소에 자신이 지닌
       우주를 자그마하게나마 그려보는것으로도 만족할줄 아는 삶의
       지혜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만 아쉬워하는 것은 자신의 주관을 타인에게 강제로 이입시키
       고자 하는 기도가 과연  자유로눈 인간들로 충만한 이 땅의
       어떤 한 귀퉁이를 물들이기 위해 지난 어두운 시대의 산물로서
       앞으로도 계속 있어야 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글은 아무런 주관이나 어떤 신념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기 위
       한 글도 아니다.
       굳이 찾으려 한다면 한 인간의 한때에 존재했던 행각에 대해
       서술함으로써 이 무미건조한 세기에 약간의 재미를 보태고자
       하는 것뿐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아무 주제가 없는 것이 이 글의 주제로나 봐주길 바랄
       뿐이다. 그것도 꼭 주제를 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I


  그때 나는 참으로 불안한 심정으로 순희와 약속한 장소인 고대에서 수유리쪽으로
한 200~300미터쯤 옹벽을 따라 걸어가면 나오는 주유소 바로 옆에 붙은 다방으로
나갔어.
그길을 걸어가다보니 문득 옛날에 곱삐리일때 미팅에서 만났던 여자애와
새마을 데이트를 하던 길이 보였어.경희대쪽으로   가는 길이었지.

--'그래. 이 길을 걷던 여자애가 그후 날 바람 맞히고 어떤 남자애에게 안겨서
청량리역에서 나오는걸 봤었지.난 그애를 아는 체 하려다가 그애가 나와 마주친
시선을 피하는걸 보고 나 역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더랬지'

  잠시 옛날의 별로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다방 입구를 내려갈때에
다시 순희가 한말이 생각났어

--'나 오늘 약속 장소에 못나갈지도 몰라요.급히 교수님과 진로때문에 상의해야될
일이 생겨서...과 사무실에 있을 거예요'

  난 순희가 그말을 하는 내내 약간 긴장된 상태라는걸 어감을 통해 느끼곤 순희가
내내 불안해 하는 것이 그 남자애때문이라는것을 직감했지만 모른척하고 일방적으로
나오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지.
그 남자애가 도대체 순희에게 뭐라고 했길래,아니 순희에게 어떤 존재이길래 순희가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건지 이해할수가 없었어.

다방안에는 쌍쌍이 앉아 맥주와 커피와 끽연을 즐기고 있었어.
다방 레지에게 맥주를 주문하고 난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이며 순희와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나와 순희와의 사이에 오고간 일들을 반추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지금 시간은 저녁 6시 좀 넘었지.약속시간인 7시까지는 반추하고 정리해볼 충분한
시간이지.


                              II


    처음에 순희를 보게 된건 고대에서 토플을 수강하고자 갔을때였지.
강의 시간이 덜 되어 교실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순희가 흰 바탕에 빨간 꽃무늬가
있는 세로로 주름이 많이 접혀진 원피스를 입고 손수건으로 가볍게 땀을 흘리며
나타났었지.
난 그런 순희를 힐끗 쳐다보았고 좀 큰키에 옷과 얼굴과 손에 들고 있는 바다색
바인더가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별로 신경을 안썼더랬지.
그런데 순희가 나와 같은 강의실 앞에 서서 창박을 손부채를 하면서 바라다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그 모습에서 말로는 표현키 힘들지만 어떤 운명의 끈이 연결되어
있을거같은 예감이 들었더랬지.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자 이러한 생각들은 곧 사라지고 복학생답게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강의를 들었지.
한 일주일 지나자 복도에서 순희와  서로 마주치면 이잰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주고받곤 하며 강의실에 들어갔었지.
그때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었더랬어
그런데 왜 그날따라 순희와 따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뭔가 수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어. .
강의시간 중 선생의 질문이 있자  나는 좀 좌중을 웃겨야겠다고 생각했어.
사실 사람을 웃긴다는건 심리적으로 웃음을 즐긴 사람의 기억속에 어떠한 형태로든
남겨놓는 형상이 생성되기 마련이지.그것이 불특정 다수속에 있는 순희이지만
내가 순희에게 무엇인가로든지 기억을 남기게하고 또 나중에 그걸 빌미로 
자연스럽게
접근할수도 있게되니까 말이야.
혹시 걸헌팅을 잘하고 싶거든 여자의 귀를 간지럽혀주는 다양한 방법을 미리 많이
만들어 놓는게 좋아.물론 이 웃기는 짓도 아주 좋은 방법중의 하나이지.


--"토플에 나오는 바퀴벌레는 대개 활용도가 높은 의미부터 낮은 의미에 이르기
   까지 응시자가 잘 파악하고 있는가를 테스트하기 위해 쉬운 단어이지만
  문장속에 넣고 어떤 뜻으로 썼는가를 물어보곤 합니다. 예를 들면 succeed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 뜻을 아는 사람있으면 말해 봐요"

  나는 강사의 그말에 기다렸다는듯이 손을 번쩍 쳐들었고 강사는 턱짓으로 얘기
해보라고 했어. 나는 기회다 싶었지. 왜 기회인것 같았나구?.더 들어봐. 

--"그건 성공하다입니다."

    난 씩씩하게 대답했고 내 뒤쪽 한 3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순희를 비롯한
좌중을 둘러보곤 앉았지.아무도 그 순간에는 아무 말이 없었어.마치 당연한 거라는
듯이. 그러자 이내 강사는 아주 가소롭다는듯이 말했지.
의례히 강사들은 자기들이 아는 몇개의 단어로 사람들을 일단 뭉개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거든.그래야 자신의 권위가 살아나는것같이 느껴지니까 말이야.

--"그럴줄 알았어요.또 다른 뜻이 있는데 그것도 알고 있어요?"

   라고 되물었어.물론 다른 뜻이 또 있지.하지만 나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지금
 이야말로 어뚱한 대답을 함으로써 사람을 웃겨야 하는 찬스라고 생각했어.

--"그걸 알면 여기 토플 강의를 들으러 올 필요가 있겠읍니까?
   나는 1 단어에 1 가지 이상의 뜻이 있다는게 좀 이상해요"

  하고 되받아쳤지.
  그때였어 좌중이 까르르 웃었고 이때 분명 입을 가리고
웃는 순희를보았어.강사는 기가 막혔는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어 계속 강의를
진행했지.
난 분명 순희가 웃는걸 보았어.그 웃음속에는 뭔가가 틀림없이 숨어 있다고 믿었고
물론 그때까지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지도 몰라.
난 그리고 그다음날부터 한 일주일간을 지리산에서 보내고 다시 강의실에 모습을
나타냈지.아무도 말은 없었지만 그때일을 생각하고 실실 웃는 눈치였어
하지만 이 고의적인 결강이 사실은 순희의 관심-여자들은 대개 자기가 약간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 늘 자기 앞에 보이다 안보이게 되면 그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거든-을 나  나름대로 끌어내기 위한 책략일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거야.
나는 순희가 있나 살폈지.
순희가 약간 수줍은 모습을 하며 고개를 살짝 수그리는
걸 봤어.난 오늘이 디데이라고 마음먹었지.
강의가 끝나자 순희는 혼자 다른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다니는 길을 피해 윗길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지.
흡사 뭘 기다리는듯한 태도였어.
난 자신을 얻었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순희의 뒷모습을 감상했더랬어.

-- 약간 가냘픈듯한 어깨.잘록한 허리.그리고 섹스어필한 히프.쪽 뻗은 종아리.

이런것들이 은근히 내 속에 각인되기 시작했어...양각으로 말이야.
난 얼른 걸음을 빨리하여 순희 곁으로 다가 갔고 순희의 어깨를 툭 치면서
수작을 걸기 시작했어.

--"음..혼자 걷는 모습을 뒤에서 잠시 감상했읍니다. 첫날 입었던 옷보다 한결
간편하고 잘 어울리는군요"

  물론 나는 농반 진반의 말이었어.
그 얘기를 하는 순간에도 내 눈은 순희의 얼굴을
의식하고 있었고 또 순희의  꼭 다문 입술이 무척이나 섹시하다는 느낌을 감상하고
있었어.
순희는 고개를 숙인 채 미소를 띠었는데 보조개가 있는 볼 위에 은은히 홍조가
비쳤어.
난 이 애는 참말로  육감적인 애고 또 성적인 면에서 다른 여자들이랑은
틀릴것이라는  예감이 들엇고 그것은 사실이었어.

--'아..네...난..또...누구시라고..'

--'다른 사람들이 다 다니는 아랫길로 안가고 윗길로 가기에 잠시 실례좀..
   할려구요...'

--'네..'

--'아까 강의실에선 강사가 망신을 주는 바람에...창피해서..원...'

이때 순희가 쿡하고 웃었어.나는 표범이 먹이를 덮치기 전의 조용한 주시와도
같이 그 웃는 순희의 표정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세웠어.

--'아깐 ...너무...재밌었어요....대답하시는 것도 그랬고..또...강사가
   어이없어 하는 표정도 그랬고....덕분에..나도 잠이...싹 달아났는걸요.
   그런데 정말 모르시는건 아닐테고...'

--물론 알고 있지요..아니면 이렇게 대학에나 들어오겠읍니까.다만...
  그 강사 자식 나도 좀 얼굴을 아는 편인데...'

--'어떻게요?'

--'그 자식 학원에서 종합영어만 5년 듣고 달달 외운 뒤에 그 학원에서
   영어 강사 하던놈이라고 들었어요..친구들한테서...'

--'어머..재주도 좋네요..그럼 대학도 안나왔나요?'

--'그것까진 모르겠는데...친구들 말이 학원에서 한 7수 했다고 하던가...'


이렇게 가벼운 대화 -물론 이 대화의 실마리는 강의실에서의 해프닝이 주제가
 되었지-를 시작으로 우리는 계속  만났지.
 꽤나 순희와 친숙해졌지.
가볍게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몇번째 만났을때 였을까.
그날 나와 순희는 양수리라는 한적한 교외로 나갔고
거기서 호반위에 스민 저녁빛을 내려다보며 또 지나가는 기차에서 승객들이 보내는
손짓을 바라보며 가볍게 팔짱을 끼고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어.
그 날이었어 .
왜 그날따라 순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솟아오르는지.
순희와 도봉산에 갔다 오는길에 버스속에서 중심을 잃고 얼떨결에 잡은것이
순희의 젖가슴이었는데 그때의 그 뭉클하던 촉감과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순희와 내가 동시에 얼굴이 잠깐 상기된 적이 있었는데 지금 나와 순희와의
사이에 그러한 상기된 모습들이 묘하게도 일치되었거든.
나는 순희를 풀밭위에 누이고는 사랑한다고 순희의 귀에 속삭이면서 살짝 순희의
귓볼을 깨물었고 순희는 가벼운 신음을 토해냈어.마치 그때 그일로부터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처럼 우리들은 아무런 거친 것이 없었어.
미치겠더라구.
난 순희의 입술을,순희의 브라루스속에서 팽팽해진채   내 손길을 
기다리는 젖가슴과 그 생명의  근원인 유두를 더듬어 내려갔고 순희는 그것만으로도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감은채 내 다음 손길을 기다리는듯한 태도를 취했지.
난 그날 순희와 서울로 돌아가지 않았어.
그날밤의 기억은 아무리 생각해도 싫지가 않았어.
침대위에서 내몸과 뒤엉켜 자신의 모든것을 발산하는 순희의 모습은 낮의 그
요조숙녀와도 같았던 태도하고는 딴판이었어.
우리는 밤새 만리장성을 세번씩이나 넘었고 다음날 해가 높이 떴다가 질 무렵에
여관을 나와 서울로 왔지.
그때 순희는 내게 기대어 오면서 이상하리만치 불안한 표정을 지었는데 난 그것을
무심히 여자로서 치른 지난 밤의 일들에대한 자책감이나 부끄러움이려니 
생각했더랬어그러나 순희의 입에서는 내가 깜짝 놀랄만한 말들이 튀어 나왔어.

--"나...쫓아다니는 학교 동창 남자애가 있어요.그애가 나를 놔줄수 없다고해요
사실 오늘 입고온 이 옷도 그애가 사준거예요...우리...이제...다시 
.....만나지      말아요....미안해요"

  눈가에 잔잔히 스민 이슬로 난 순희가 말하는 것이 매우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그리고는 이내 순희가 입고 있는 옷을 쳐다 보았지.

-파스텔조의 연회색 니트에 가로로 청색 줄무늬가 쳐진 상의와 그것과 셋트인
무릎위로 조금 올라간 니트 치마.그리고 속살이 은근히 비치는 브라우스.

이런 비싼 옷을 사줄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내 상식으로 생각할때는
그 남자애가 순희에게 갖고 있는 감정이 유달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직감하기에 충분했지.
난 강하게 순희의 말에 부정을 했어.

--"안돼.이제 순희는 내게서 떨어질수 없어.그친구는 내가 만나서 좋게 
얘기해보겠어"

  물론 이말속에는 순희와의 하룻밤 일을 끝없이 이어가고자하는 내 욕심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 남자애와 심상치 않은 관게를 갖고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를 
인간의 본질적인 소유욕과 결부시켜 일단 완전히 내것으로 만든 다음에 그다음에
차버려도 차버릴것이라는 남자로서의 특유의 오기와 묘한 질투가 함께 섞여 있는
말이기도 했어.
그러자 순희는 이상하게도 체념인지 내개로 기울었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의
역설적인 표현인지 모를 표정으로 나를 바라다 보곤 말했어.

--"난...그애와 고등학교때부터 교회에서 알게 되어 같은 대학에 들어오게 되면서
친해졌지만 한번도...그애를 친구이상으로 생각해본적은 없어요...근데..개는
나를 그이상으로 자꾸 대할려고 해요...나도 이제 3학년인데...나...꽉 안아줘요"

나는 순희를 안으면서도 웬지 안도의 마음보다는 지난밤 순희와 두번째 관계를
갖고나서의 순희의 말이 떠올랐어.

--'나...당신이 ....이전에...어떤 경우에..있었더래도...이해해요...'

   그때 나는 순희가 이런 말을 하는 배경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어.
뭐랄까...사전에 면피를 위한 효자뻑 같은거라고나 할까...암튼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난밤의 치열했던 순희와의 몸싸움은 정말 생각만해도 흡족한것이었기에
나역시 순희의 지나간 일에대한 것은 일체 묻지않고 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사실 지난 밤에 나는 첫번째 관계를 갖고난 후 순희가 베갰머리에 놔둔 수건을 갖고
화장실에 갔을때 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침대위의 시트를 살펴보았지만 
처녀를 상징하는 붉은 핏자욱이 보이질 않았더랬어.
이내 나는 흔적을 기대했던 생각을 포기하고 순희 몸에 나를 밀착시켰을때
나도 모르게 나온 재채기로인한 콧물을 닦은 스 수건을 들고 뒷처리를 하러가는
순희의 그런 모습을 보고 깨끗한 휴지나 갈것이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흔적 찾는걸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것에대한 나 나름대로의 자위를 했어.
왜냐하면 나 역시 동정이 아닌 바에 구태여 순희에게 그런 걸 바라고 싶지도 않앗고
또 과거에 몇번 그런 흔적이 있는 여자애들이 있었지만 난 그걸 빌미로 나를
옭아매려는 것에대해 상당히 넌더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 어쨌든 나는
지금 내게 안긴 순희를 보면서도 난 서울로 가는 버스속에서 내내 순희의
니트 상의속의 브라우스 단추를 풀고 순희의 브래지어속으로 손을 넣어 순희의
그 따뜻한 젖과 도톰히 솟아오른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는 이런 시간을 앞으로도
계속 향유하고픈 생각만이 앞섰어.
그뒤로도 우린 만나면 의례히 여관으로 갔어.정말 쌍코피가 터져도 좋을정도로
순희와 나는 뒤엉켰지.
그러던 어느날이었어.
나는 문득 순희가 밤과 낮의 몸짓이 그렇게 다른것에 대해 한편으론 이해를 하면서
또 즐기면서도 이러한 순희를 그대로 방치하는 순희의 집안 어른들에게 생각이
미쳤어.하지만 그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짓이라 생각되어 참고 말았지만
은연중에 나는 그것을 확인해보고 싶어서 순희에게 기어코 집에 바래다 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순희의  반응이 의외였어.
순희는 한사코 바래다 주는것을 마다하면서 오히려 그러한 나를 미덥게 생각지
않는것이었어.
여자들이란 대개--물론 내 경우에만 국한되는지는 모르겠으나--남자가 집근처까지
바래다주는 것을 당연한것으로 생각하기마련인데 순희는 그 반대였던것이었어.
내가 겪은 다른 여자들은 의례 몸을 섞은 깊은 사이가 되면 그렇게 안하는걸
갖고 심드렁해하거나 토라지곤 했기때문이야.
순희 바로 전에 사귀던 영미나 경숙이,미진이,정은이,경화,혜은이 등등 내 아랫도리
를 스쳐간 모든 여자애들이 그랬고 난 그 지겨운 배웅을 되풀이하곤 했었어.
그런데 순희는 그게 아니였어.
왜일까.순희는 금테두른애여서 그런걸까.
머리가 혼란스러웠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우겨 순희의 집근처까지 바래다주고야 말았어.
그때 순희의 얼굴에 나타난 긴장감. 나는 그걸 분명히  느꼈지.
바래다주고난 뒤에 순희가 가는 뒷모습을 얼핏 보면서 잠시 어른거렸다 사라진 
그림자.
그러나 난 그 그림자에 대해 그당시 깊은 파악을 할 수 없었어.
그리고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듯 순희와의 만남이 계속 되었고 그 일은 곧
기억속에서 사라졌어.
특히 순희와 서울 교외의 여관에서 서로가 서로의 몸 구석구석을 애무하고 그러다
홍콩에 갔다오고난뒤에 완라의 모습으로 환히 켜진 등아래서 서로를 껴안고
있을때에는 그러한 생각조차 할수가 없었어.
우리는 수없이 서로에게 변강쇠와 반금련이라고 추켜세우며 지냈고 또 서로를 
천생연분이라고 말했어.
그건  누가 뭐라 해도 행복이엇어.
내가 버린 덧없는 세월들에대한 뒤늦은 보상이라고 생각하면서 난 비로소 신의
무한한 배려에 감격하고 말았지.
난 순희를 떠나서 살수없다고 생각했고 순희 역시 나를 떠나선 살수 없었지.
나는 순희의 몸 구석구석에 박힌 순희의 성감대를 샅샅이 알고 있었고 순희 역시
그랫어.    
성감대.
이말처럼 성인 남녀들에게 뭔가 음모적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말은 아마
없을것이야.
여기 키즈의 어떤 보드에 올라와 있는 글중에도 <대기만성>이라는 제목이 붙은게
있는걸 보았는데 그 뜻이 대기만하면 성감대라고 되어 있더군.
그런면에서 볼때 분명히 나와 순희는 대기만성이라 할수 있었어.
이태껏 딴 여자애들과의 관계에선 느낄 수 없었던 충만함과 나른함이 있었고
순희 역시 베갯머리송사를 하듯 내 귀에 새근새근 내뿜는 숨소리에서 흡족함이
넘쳐 있었어.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
지금은 어느 대학교나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래.
어쩌다 한번 학교 뒷산에 올라갈양이면 사방에 널브러진 휴지들이 많더군.
학교 뒤 산속에서의 그 은밀한 재미를 즐긴 흔적 말이야.
그러나 내가 다닌 학교에선 그때는 정말 그러한 은밀한 재미조차 드러내놓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나와 순희는 그런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어.
순희는 내가 원하기만 하면 어느곳에서든지 나를 위해 자신의 온몸을 내던졌어.
한번도 먼저 내게 자신의 욕구를 요구하지 않았어.
참으로 신기했어.
과거의 다른 여자애들은 더러 내게 그런 요구를 하는 애들도 있었어.
처음에는 물론 내가 먼저 항상 테이프를 끊었지만 후에 그맛을 알고난 뒤에는
아주 노골적이기도 했는데 난 이럴때면 그런 애들과의 관계를 청산해야될
시점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순희는 그렇질 않았어.분명 뜨거운데도.

산속에 어슴프레 어둠이 깔릴때쯤이었어.
나는 그날따라 강렬하게 야외에서 순희와 뒤엉키고 싶었어.
순희 역시 싫지 않은 표정이었고.
나는 내위에 순희를 올려놓았지.물론 중요한 그 성감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언제나 개방되도록하고 말이야.
누가 말했었지.산과 여자는 정복자의 것이라고 말이야.
평소대로라면 의례히 나는 순희를 정복한 형태로 일을 진행시켰을거야.
그러나 야외라는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지 않더군.
내 몸의 빌어벅을 봉우리가 오히려 순희라는 신비한 숲에 옴짝달싹도 못하게
정복된 상태였어.
우리는 한참을 그런 자세로 보냈지.그런데 가까운 숲속에서 후래쉬가 비치더니
그 염병할 수위가 나타난거야.
우리는 하마터면 그 부분이 굳어서 큰일날뻔 했어.
순희가 더욱 더 굳었었지.
나는 부드러운 말로 순희를 안도시킨뒤 천천히 그 수위가 보라는듯이
바지의 지퍼를 올리고 수위에게 갔어.
그때 순희는 부끄러움에 고개만 푸욱 숙이고 있었지만 얼핏보니 이 상황에
재미있어 하는것도 같았어.

--'이봐요..수위 아저씨...이게 뭐요...예의도 없이..'

완전히 적반하장이었지.수위는 기가막힌듯이 서 있더니 이윽고

--'여기는 신성한 학교요.아무리 남녀가 죽고 못사는 사이라 해도 좀 
   너무하지 않소'

난 얼른 맞받아 쳤어

--'뭐가 너무합니끼?'

--'아...지금..학교에서는 총장님의 특별지시가 내려 있는데..풍기문란에
   대해선 학생의 신상을 반드시 적어 오라고...'

난 여기서 기가 꺾이면 안된다고 생각했어

--'뭐요? 풍기문란?...지들은 뒷전에서 오만가지 추잡한 짓거리들은 다 하고
   돌아다니면서...뭐 풍기문란...?...오호라...그 잘난 권위를 내세우고 싶다
   이거지...뭐 총장...? 여봐요...수위 아저씨...우리학교 총장의 애첩이
   몇인지나 알아요?'

물론 여기서 애첩 운운은 내가 그당시 지어낸 얘기였어.
그런데 이게 먹혀들어간거야.그 순박한 수위 아저씨는 이 말 한마디에 완전히
말문이 막혔어. 아마도 나를 학생회 간부 쯤으로나 여긴거 같았어.
그렇지 않고서야 총장의 사생활을 저렇게 잘알리가 없다는 거였겠지.
암튼 수위 아저씨는 더 이상 말 못하고 얼른 하산하라는 말만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지.
이런 일을 겪은 우리는 그날도 역시 마저 찾지 못한 성감대를 찾아내기 위해
학교 근처의 인숙이네로 가고 말았지.
생각이 잠시 딴곳으로 빗나갔지만 이해해주길 바래.

어쨋든 그 그림자에 대해선 이럴 정도로 깊이 생각을 안했던거야.

그러던 어느날이었지.
그날 나는 집에서 늦잠을 즐기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
무심코 전화를 받은 나는 남자 목소리에 되게 놀랐지.
다름아닌 그 남자애 목소리였어.

--'형씨.좀 보지'

--'누구..신지요..'

--'순희에게서 얘기 못들었어?'

--'아 ...순희 남자 친구군요..'

사실 난 이때까지만 해도 이 개같은 자식을 어떻게 요절내나 그 생각을 했지만
전화상으로는 참으로 신사인것처럼 굴었지.

--'야..너 안올거야?'

녀석의 입이 거칠어지기 시작했어.그러나 난 침묵으로 응답했지.

--'개새끼...너...내...순..희...를... 날마다...죽여버릴거..야..으..'

나는 녀석이 지금 뭔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전화를 하는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침착하게 말했어.

--'실례지만 지금 나와 순희의 관계에 대해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나와 순희는 결혼할 사이고..또...그래서...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게 댁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지요?...암튼 나중에 따로 만나 
   얘기합시다...'

나는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어.그 뒤로 몇번 벨이 더 울렸지만 난 받지 않았어.
난 그때 전화를 받고 그날로 녀석을 만나 반 죽여  놓고싶었어.  
옆에 순희가 녀석에게 잡혀서 그동안의 일들을 녀석에게 모두
털어 놓았고 매일밤마다  이제나 저제나 순희가 집에 들어오길
순희네집 앞 골목에 숨어서 밤을 새운 녀석의 순진하고도 초췌한 모습에
순희가 흔들리고 있는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늘이 바로 그걸 만회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난 
이 다방에 순희를 나오라고 한거야.
가만있자..지금이 7시반.그런데 아직도 순희가 안 나타나는군
레지가 나를 째려보는거 같은 기분이 드는군.하지만 어쩌겠어.
좋아 잠시 더 순희와의 일을 좀더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그 녀석에게 전화가 온뒤로 사실 순희는 나와 거의 매일 보내던 밤을 차츰
낮시간이나 저녁시간으로 바꾸기 시작했어.
미련하게도 난 그걸 순희가 요즘 학교 공부에 바빠서 그런걸로만 착각했고.
관계가 계속되고 있엇기 때문에 .       
그런데 이게 차츰 이틀걸러 사흘걸러 만나는 텀이 길어지기 시작한거야.
난 순희를 다그쳤어.
무슨일로 그러는거냐.내가 싫어졌다면 솔직히 얘기해라.녀석때문이냐.
순희는 이러한 내 질문에 계속 도리질만 하고는 대답을 회피했지.
나는 속으로 이게 줄타기하려는 거 아닌가하는 의혹이 일어났어.
하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
그러던 어느날 밤.순희와 내가 일을 치르고 난 뒤 순희가 조용히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

--'당신...사랑해요...내가  당신없이 산다는건 이젠 생각도 못해요...
   그런데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해요...당신은 내...이런 심정을 알아...
   주지도 않고...나..혼자...많은 날을...당신과의 미래를 꿈꾸며..
   당신의 아이를 낳고...당신과 같이..여행도 ...다니고..그런데...당신은.
   나만 만나면...이렇게...이런곳에....들어갈...생각만..하고...
   도대체...당신에게 나는 ...뭐예요..?흐흑.....'

난 갑작스러운 순희의 이말에 순간 내심으로 무척이나...당황했어.
아니 얘가...울다니...평소..잘 웃고...쾌활한 애가...
난 정말 혼란스러웠어.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모를일이었어.
그러나 난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냉철히 생각했어.

--아..이 애가 진실로 날 시랑하고 잇구나..

난 거기에 생각이 미쳤고 가만히 순희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어

--'미안해...난 너를 사랑해...나 역시..너 없인...살기 힘들어...
   우리 졸업하는대로 결혼하자..너만 원한다면...지금이라도 결혼하자..'

사실 그 당시 그 상황에선 이 말이외에는 다른 말이 떠오르질 않았어.
그러나 한편으론 찝찝하기도 했지.그건
결혼같은건 난 안하고 살리라 마음먹은지 오래였었고 또 결혼이라는 굴레속에서
나와 또 하나의 인생을 같이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야.또 내 인생 자체가 이미 과거에 내 주변의 숱한 동료들이 이 어두운
땅에서 좌절과 포기와 체념속에서 살아가는걸 봐왔고 또 그런 속에서
철저히 나를 가두고 살아와 이미 퇴폐적인곳으로만 머리가 돌아가고 있었고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이 가슴이라고 나를 못박아 놓았기
때문이기도 해.

--'나..정말...당신을...사랑해요...그때...그애가 당신에게 전화걸던날 아침
   집에서 학교에 두고온 과제물이 있어서...그거 가지러 갔다가...그애한테
   잡혔어요..그애가 나와 당신과의 사이를 캐묻길래...있는대로...사실대로..
   다..얘기했어요...그랬더니...그애가 당신에게 전화를 걸고 나선...나한테
   쌍소리를 해대며....뭐..당신이 나랑 결혼할거라고 했다는거예요...그러면서
   나를 마구 대하길래...그애랑 좀 싸웠어요...난..그때...당신이...얼른
   나와서...그애 보는데서...나를 ....데려가 주길  바랬는데...흑..'

--'근데...당신은 오지도 않고...난 그애에게 학교안에서 그이후로...온갖
   망신을 다..당하고...이젠..창피해서...학교도 가기 싫고....근데도..
   당신은..그런것에는 신경도 안 쓰고....흐흑.. 흑'

계속 울면서 얘기하는 순희의 이말을 듣던 나는 아차싶었지.그리고는 순희에게
다짐을 했어.

--'앞으로는 그녀석이 너를 괴롭히게 놔두지 않을거야.그리고...너..임신해..
   그만 피임하고...그리고 바로 결혼해서 애 낳은 뒤에 그 녀석 졸업하면
   다시 복학해.뒷바라지는 내가 다 할테니까..알았지?'

내 갑작스런 이말에 흐느끼던 순희는 울음을 훔치곤 토끼눈이 되어 쳐다봤어
그리곤 임신이라는 말이나 휴학하라는 내말이 몹시 생소한 말로 들렸지만
어쨌든 다소간 안도하는 포정이 되었어.

--'나..정말 휴학해요..? .흐응.. 학교는 마치고 싶은데...'

사실 순희에게..그것도 이제 22살밖에 안된 순희에게...졸업만하면...여자의 몸으로
취업하긴 별따기만큼이나 힘든 우리나라에서...선생님으로 발령이 날텐데..
그 뒤에 휴직을 해도 되는데...휴학을 하라고 하는건 좀 심했다 싶어서

--'그럼...학교는 마쳐...대신...그 녀석이 만일 순희에게 한번 더 그런 일이 있게 
   하면 그땐...내 후배애들한테 시켜서...반은 죽여 놓을거야...그건..미리
   알고 있어 둬.'

순희는 이말에 다소 불편한 모양이었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내 품을 파고 들었고 
나는 이날 또 순희와 만리장성을 2번이나 더 넘었어.

그리고는 한동안 나와 순희 사이에 커다른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 없이 두달이 흘러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어.
그런데 사실 이 아무일 없었다고 믿었던 이 두달이 나와 순희와의 사이에 
틈이 생기게된 잠복기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일발의 불안감이 있던것도 사실이야.

어쨌든 방학이 시작되던 날 난 순희네 학교가 있는 서초동에 가서 근처에 피아노를 

들려주는 커피숍에 들어가 순희를 기다렸지.
그런데 그날 순희는 약속한 그곳에 나오지 않았어.
나는 굉장히 화가 났고 과 사무실에 있을 순희에게 전화를 걸었어.마침 순희가 
전화를 받더군.
그래서 난 순희에게 이글 서두에서처럼 다짜고짜 이리로 나오라고하곤 전화를 
끊었지.
머리속에서는 웬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오더군.


                           III


약속시간에서 이미 두시간이나 지나 있었어.
나는 속으로 분을 삭이고 있었고 그러한 내 모습이 근처의 다른 쌍쌍들에게 무섭게
비쳐졌는지 아니면 우습게 비쳐졌는지 그 따갑던 레지의 시선도 이젠 다른곳에
신경을 쓰고 있었어.
9시.나는 이미 기다릴만큼 기다렸다고 생각하고 마악 자리에서 일어날려고 할때
지하다방으로 내려오는 구두소리가 들렸어.난 혹시 순희가 아닐까하며 다방문
밑의 유리를 통해 보이는 다리가 내가 익히 눈에 담아온 그 다리이길 소망햇어.
아.정말 낯 익은 모습이었어.
순희는 들어오다 나와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치자 살짝 홍조를 띠며 웃었어.
그런데 나는 그 순간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햇어.
순희가 입은 옷이 바로 그 녀석이 사준 그옷이었어.
불길한 예감이  또 스쳐지나갔어.
순희가 내 자리에 와 앉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햇어

--"여태 기다리고 계신줄...몰랐어..요.난 혹시하고...들렀는데..."

난 부아가 치밀어 올랏지만 꾸욱 참고 말했어

--"교수랑은 얘기가 잘 되었어?"

물론 이말이 건성이었음은 당사자인 순희가 더 잘알고 있다는듯이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어. 난 순희가 다시 입을 열때까지 아무말 하지 않기로 작정을 했지.
한 30분쯤 흘렀을까...순희가 입을 열기 시작했어.눈은 여전히 내리깔고서.

--"나..생각 많이 했어요..당신을 ...사랑하는건 여전해요...하지만..
   당신은 나 없이도 훌륭하게 사실 수 있지만...그 애는 나 없으면...정말..
   이 세상을 살 수 없을 애처럼 생각되요...그래서..오늘...이렇게..늦게라도
   나온건...이제...나를 나의 마음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이제..우리...다시..만나지 말아요..."

역시 그옷을 입고 둘어왔을때의 그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싶었어.
나는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어.
그리고 속으로 순희가 이런 생각을 하게된 직접적인 계기가 바로 저번의 그 전화
질때문일거라는 생각을 했어.
한편으론 내가 꺼낸 결혼이라는 말에 대하여
순희가 내게 마지막 배팅을 하는거라고도 생각했고.
어쨌든 이 자리가 나와 순희의 이상하게도 꼬인 관계를 재정립시키기 위한 자리라고
여겼기 때문에 순희의 이런 말에 적절하게 순희의 마음을 묶을 말이 필요했어.

--'순희가 내게 그런 생각을 했다니.참..뜻밖이야..물론 나는 강한 남자야.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순희없이 살수 있다고 순희가 생각한다면 그건..
   그야말로 나를 정말 순희가 잘못본거야.
   나는 그동안 인생을 무미건조하게 보냈어.그러다 순희를 만났고.
   순희와 지내는 나날이 내게 얼마나 생동력을 불어넣어줬는지 몰라.
   순희도 기억할거야.나 순희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한 말..
   그건 이 강한 남자의 입에서 함부로 뱉은 소리가 아니야.
   진심으로 이 가슴속에서 나온 말이야. 내사 순희를 하룻밤 춘정을 풀기 위해
   그런 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마.
   다만 내가 순희와 만날때마다 보다 섬세하게 순희를 어루만져주질 못하고
   허구헌 날 순희의 몸을 탐하는 건 내가 그토록 순희를 사랑하고 있다는
   표현을 나름대로 하고싶었던것인데...난 내가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는 정말
   눈길조차도 주기가 싫어...알잖아...내 성격..그런데 순희가 날 사랑한다면서도
   나를 충분히 혼자 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내곁에서 떠나야한다는건..정말
   또 하나의 송장치우는걸 보게될거라는 생각이 들어.'

난 정말 이 말들을 하게되었을때는 가슴에서 분노보다는 애절함이 잔뜩 담긴 상태
였었어.내가 이렇게 말을 마치자 순희는 괴로운 표정를 지었어.난 그 표정을 보고
순희의 마지막 배팅이 아니라 정말 그 남자애에 대한 순희의 감정이 착잡한것이
아닌가 하고 느꼈어.

우리는 잠시 침묵속에 있었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순희가 밖으로 나가자고 했어.나도 그러자고 했고.
순희와 밖으로 나온 시간이 아마 밤 10시 조금 넘었을 거야.
순희가 내게 가볍게 팔짱을 끼었고 나는 다소 안도의 한숨을 쉴수 있었지.
순희가 또 고개를 기대어 왔고 자신의 가슴을 내 팔꿈치에 바싹 붙였어.
순희의 그 탄력있는 젖가슴이 뭉틀하게 느껴진다 싶었을때
순희가  뭔가 결심했다는듯이 말했지.의외의 말로.

--'나...추워요..어디 가까운 곳에 들어가요'

순희가 내게 요구를 해왔어.처음으로.
그런데도 난 다른 여자애들에게 한것처럼 이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어.
난 고개를 끄덕이며 순희의 어깨를 감싸쥐곤 종암동 골목길에 숨어 있는 인숙이네를
찾아 들어갓어.
그날따라 순희가 더 적극적이었어.
내 몸의 모든것을 자신의 속에다 넣을양 나를 다루었지.
우리는 아마 그짧은 시간에 소녀경에나 나올법한 모든 경을 다 실행했지.
순희는 정말 대단했어.딴 세상의 여자였어.내 그것을 자신의 입속에다 넣고 힘있게
빨아당길때는 내 아랬도리가 모두 순희에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어.
그날 나는 순희의 그 격렬한 몸짓에 입술이며 거기며 내 기슴이며 안 부르튼곳이
없을 정도였어.일을 끝내고 순희는 딴때처럼 내곁에 있질 않고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어.난 그런 순희가 의외여서 물었지.

--'왜 그래..그냥 잇지 않고...무슨 일 잇어?'

순희는 옷을 다 입고 나서도 아쉬운듯 내 그것을 손으로 만지작거려 다시 일으켜
세워놓는 채  피치못할 사정을 말했어.

--'오늘 우리집 제사예요.그래서  12시까진 들어가야 해요.친척도 오시고 해서..
   안들어 갈수 없어요..당신도 그만 일어나요..그만 아쉬워하고..나도..아쉽긴
   하지만..지금시간이 11시 좀 넘었으니까 부지런히 걸어 가면 뭐 5분이면 집에
   가서 씻고 제사에 참석할수 있을거예요.'

난 순희가 몸은 저렇게 뜨거워도 곧 선생님이 될거고 또 평소의 그 요조숙녀다운 
점이
이 자리에서 나타나는 걸 보고 빙긋이 웃었어.만족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웬지 공자님도 밤에는 개라는 말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야.어쨌든 순희의 밤과 낮의
행동거지는 참으로 마음에 들었어.

순희와 나는 팔짱을 끼고 천천히 순희네 집쪽으로 걸어갔어.순희가 또 재잘거리기 
시작했어.

--'음..내 동생이 나하고 당신하고 저번에 데이트하는걸 봤대요.개가 그러는데
    언니 남자 단속좀 많이해야겠다고 해요.그래서 내가 왜하고 물었더니 
    형부될 사람이 정말 멋있어서 그래하면서 깔깔 웃지 뭐예요.그래서 내가
    저번에 당신이 준 사진을 동생에게 보여 줬어요.그때 마침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만 당신 사진을 온 집안 식구가 보게 되었어요.언니가
    보고서는 동생과 같은 말을 하고...또 오빠는 언제 집에 데려올거냐구
    심각하게 묻기도 하고..뭐 ...그랬어요...괜찮죠?'

난 순희가 참으로 앙증맞다는 생각을 했어.그러면서 아까 다방에서 보였던 그 
괴로운
표정은 어떤것이었길래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또 차라리 순희의 고단수적인 
배팅에 넘어가는 게 났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응..괜찮아..나도 이젠 마음이 정리되었으니까..속히 순희네 식구들과 상면하고
   정식으로 순희 부모님께 얘길하겠어.순희를 나 달라고...'

순희의 표정이 아마 그때처럼 환한걸 보지 못했어.
왜 있잖아.여자가 결혼에 성공하면 다 성공한거라고 하는 말.
나는 사실 그 말을 하면서 정말이야라는 다짐을 나에게 수도 없이 했어.

순희는 무척 신이 나 있었고 그런 기분으로 계속 재잘거리는 순희가 보기좋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순희네 집 그 골목앞으로 다가왔어.
그순간이었어 예의 그 그림자가 막다른 골목 안쪽에서 언뜻거리는걸 봤어
나는 그놈이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고 순희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돌았어.
난 얼른 소리를 쳤지.

--'숨어 있지 말고 나와.남자답게.'

그러자 몸을 조금 사리는 태도를 취하면서 그녀석이 걸어 나왔어.
그 녀석이 나오자마자 나는 얼른 순희를 집안으로 밀어놓고 그 녀석이 골목밖으로 
나오길 기다렸어.그 녀석은 내 앞에 다가서자마자 다짜고짜 험악하게 나왔어.

--'형씨...드디어 보게되는군'

하면서 양손에 주먹을 쥐곤 한판 붙을 자세가 되었지.
난 그걸 보면서 그동안 꾸욱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하기 일보직전까지 가게 되었지.

--'이 자식아 날 언제 봤다고 함부로 형씨..형씨..하는거야..이게 죽을려고..'

내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녀석의 주먹이 휙 내 코앞을 스쳤다 싶을때 나는 늘 
순희에게
말했던 내 유도 실력과 태권도 실력이 튀어나왔어.
나는 그녀석을 팔걸어 허리치기로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 땅에 떨어지는 걸 그대로
주먹으로 눈퉁이가 밤퉁이가 되도록 갈겼지 그리고는 목감아 조르기 자세로 
들어갔어.
약간 느슨하게 힘을 주고 말이야.어쨌든 숨막혀 죽으면 안되니까.
녀석은 내 조르기 자세때문에 숨이 막힌지 몇번 발버둥을 치더니 제발 풀어달라고
사정을 했어

--'형..제..발...풀..어...줘...요..으...'

--'이제서야 좀 공손해지는군.너 같이 주먹을 아무에게나 휘두르는 놈을 어떻게
   믿고 풀어줘...너..오늘 반은 죽여 놓을거야...니가..그렇게...순희를..
   괴롭..혓..으니...'

나는 팔에 힘을 더 주어 죄였는데 이때 나는 녀석의 다음말에 맥이 탁  풀리고 
말았어.

--'으....내가...오늘... 저녁만...먹고 나왔어도....으...형..제발
   풀어줘요...나도 남자예요....안 덤빌께요.....잘못했어요....'

난 이런 상황에서 배가 고파서 넘어졌다는 녀석의 말을 듣자 속으로 웃음이
나올려고 했어.그리고 또 이런 놈의 순진함이 참으로 귀엽게 느껴졌고 녀석에게
웬지 신뢰감이 생겼어.그래서 난 조르기 자세를 풀었고 놈을 다른 골목으로 데려가
골목길에 털썩 가부좌 자세로 마주 앉게 했지.
그리고 밝은데서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봤어.동안이었어.얼핏 순희와도 닮은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생각은 놈의 말에 가로막혀 더이상 연상시킬수가 
없었어.

--'형...순희..어떻게 할꺼요'

--'임마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결혼해야지...순희랑은 결혼할거니까
   아직 나이가 창창한 네놈은 딴 여자 알아봐.'

난 단호하게 말했어.

--'형...그러면 ....나..죽어요...'

난 놈의 그말을 듣고 웃음이 피식 나왓어.

--'임마 죽는다는 얘길 함부로 하는 경솔한 놈이 어떻게 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냐...못난 놈이군...'

사실 난 그 놈이 정말 죽을 놈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반은 그놈을 위로해주고 싶었어.
놈은 말없이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어.

--'형 어쨌든 난 오늘 제정신이 아니니 그만 일어나야겠어요...참 ..그런데
   물어볼게 있어요...아까..골목에서 보니  둘이 키쓰하는거 같던데..했어요?'

난 놈의 이 뚱딴지같은 질문에 한편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놈의 질문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했다고 대답했어.그랬더니 놈은

--'으.......아........으....'

뜻 모를 괴성을 질러대더니 다음에 보자는 말만 남기고 어둠속으로 냅다 달려 
나갔어.
난 순희네 집 근처로 가서 혹시 순희가 이걸 보고 있을까 싶어 살펴봤으나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되돌아 왔어.



                            IV


난 그일이 있은 뒤로 놈을 볼수가 없었어.
순희네 집 앞에 어른거리던 놈의 그림자는 사라진게 틀림없었지.
순희는 내내 내게 밝은 표정으로 대했고 또 조금이라도 내게 언짢은 일을 얘기할
라치면 사전에 내 기분을 살피곤 내가 충분히 순희의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을때
얘기를 했고 난 그때마다 순희의 그 언짢은 일들을 기분좋게 풀어주느라 노력했어.
이런 우리 들의 사이는 한마디로 사랑이라고 해도 괜찮을거야.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엇어.

그날 나는 순희와 함께 < 두남자와 아기 바구니>던가하는 영화를 보고 즐거운 
마음  
으로 순희에게 미래에 생길 우리들의 애기를 주재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순희가
가만히 내게 고백할게 있다고 했어.그래서 뭐냐고 했더니

--'저번에 당신이 나보고 임신을 하라고 했잖아요.피임 그만하고..근데...당신 내가
   임신하면 당신 성격에 매우 힘들어 할거 같은데..그렇지 않아요?

나는 이 질문에 사실 난처했어.혼전에 임신하면 좀 골치 아프잖아.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솔직히 대답했어. 솔직한건 내 성격이니까.

--'그래..물론 골치 아프고 힘들어..하지만..'

난 잠시 말을 끊었는데 순희는 그다음 말이 뭔지 알겠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어.

--'알아요...남자들은 여자가 혼전에 임신하고 달라붙으면 매우 힘들어 한다는거..
   또 내친구들 중에도 그런 애 몇 있고요..사실....
   음....나...이런 애기 하고 싶진 않은데...당신이 알고 있어 줬으면 해서요..
   사실...당신에겐 일체 얘기 않으려고 했는데....나...몇번 임신했더랬어요..
   근데...당신에게 얘기할까 하다가...내가....늘 ...당신을..사랑하는게
   그렇듯이...나혼자...삭이고 말았어요....근데...영화를....보니까..흑..
   당신에게 야속한 생각이 들어요...흑..'

난 순희의 이말에 깊은 충격을 받았어.
전의 다른 여자애들은 임신하기가 무섭게 나를 닥달했지 책임지라고.
그러나 나는 참으로 뻔뻔하게도 누가 멋대로 임신하라고 했느냐면서
오리발을 내밀었고.
그러면 의례 여자애들은 갈갈이 뛰다가 나중엔 포기하고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런 비도덕적인 일까지 속에서 받아들인거는 아니었어.
 변명같지만  
사실 여자들이 임신 중절 수술을 받게한다는게 도덕적 차원에서 평소에 내가 좋아
하는 바가 아니었거든.
그런데 이런 일을 한참뒤에 이렇게 힘들게 얘기하는 순희의
그 따뜻한 배려에 난 그만 순희의 어깨를 끌어 안고는 나직이 다독거렸지.

--'미안해.정말...미안해..난...정말...그런 것도...모르고...'

순희는 금새 얼굴을 고치고는 내게 잔잔히 미소를 보내며 말했어

--'아녜요...갑자기 내 설움이 북받쳐올라서...그만...당신을 언짢게 했어요..'

그리고는 또 이내 내손을 가볍게 끌어다 자기 볼에 갖다 대었지.

순희는 매사에 항상 이런 식으로 나를 사려깊게 배려했어.
난 그런 순희가 정말 사랑스러웠고.
다만 한가지 찜찜했던것은 순희와 내가 첫관계를 갖던 날 시트에 아무 흔적이
없다는 거였고..또..그 놈과의 관계엿어.
물론 난 이 둘을 대범하게 넘기기로 이미 작정을 한 뒤였으므로 더 이상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
   
그럭저럭 순희와 나는 졸업을 하게 되었고 졸업식날 나는 정식으로 순희 부모님에게
순희를 달라고 했어.
순희 부모는 빙그레 웃으며 둘째딸의 결혼허락을 하셨고.

근데 순희는 참으로 용의주도했고 또 생각이 깊은 여자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일이 생겼지.그것도 하루사이에 말이야.


순희와 난 결혼식을 목전에 두고 혼수 마련에 여념이 없었어.
장모님도 딸은 살림 도둑이라고 하시는가 하면 또 결혼후 한참동안은 반찬 도둑이
될거라고 하시면서도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어.
사실 순희는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정신연령이 높아.자기보다 6살이나 위인 나를
아주 기막히게 요리하거든. 날 자기 치마폭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해.
내 부모님께 하는 태도도 보면 곧 선생으로 발령이 나는 몸이라 그런지
어디 하나 예절바르지 않은데가 없었어.

드디어 결혼식 날이 왔어.
나는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고 순희는 신부화장을 해서 그런지 아주 요염하게
빛났어.결혼식이 진행되었어.
내가 그순간까지도 순희에게 무심했던것중의 하나는 순희의 가족관계를 순희가 
얘기한
거 이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였어.
정식으로 청혼을 하고 또 순희네 집엘 갔어도 난 인사만 하곤 곧바로 순희 방으로  
가서 순희를 끌어 안기만 바빴지 도통 다른것에는 신경을 쓰질 않았고
또 졸업식날 순희네 학교에 가서도 난 순희를 바라보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어.
그런데..이게 웬 일이야...아니..그놈이...친지들 사진 찍는데...나타난거지 뭐야.
난 깜짝 놀랬어.저 자식이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저 녀석이...나타나다니.
난 얼른 순희를 쳐다 보았어.순희는 생글 생글 웃으며 녀석을 불렀어

--'희창아..이쪽으로 와서  매형에게 인사 해.'

우왁...저 놈이..저 죽일 놈이..내..처남이라니...
난 순간 뭔가를 깨닫고 순희를 다시 쳐다 봤는데..순희는 나직한 목소리로

--'다 끝나고 난 뒤에 얘기할께요'

하더니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잡았고...놈은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와 악수를
청하더니 놀려대는 말을 내뱉고는 얼른 딴곳으로 갔어

--'형님..평생  재미 보시겠구랴..히히..'

크으..난 완전히...순희에게...끌려간 것이었어.   

그날 제주도로 떠나는 비행기속에서 순희는 살짝 눈을 흘기며 말했어.

--'나..고대에서..토플들을때...당신땜에 여간 맘졸인게 아녜요..혹 딴 여자애들이
   채갈까봐..그랬는데 당신이 1주일간을 안 나타나잖아요..그땐 정말 속상했어요
   그러다 당신이 다시 나타나고 당신도 나를 의식하는 거 같길래 뭐 당신을 
   홀릴 방법이 없나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마침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남동생이
   왔길래 같이 의논을 했더니..희창이가 당신을 한번 보고 나더니 사진을 달라고
   해서 사진을 줬어요. 그걸로 관상을 보고 당신 성격이나 취향이나 뭐 이런걸..
   심지어는 여자관게까지 다 알아낸 뒤에 여러가지 방법을 가르쳐줬어요.
   뭐 자기네 선배중에 연애 도사한테 강의료 내고 받아온거래나요.뭐..여기
   있어요..그리고 또 내가 당신에게 줄거 하나 더 있는데 그건 가서 보여드릴거
   구요.'

난 순희가 건네준 종이에 맨 마지막줄은 지워진채 있는 내용을 샅샅이 훑엇어.
거기엔 나와 순희가 그동안 진행되어온 모든 내용이 적혀 있었어.
순희가 취하는 몸가짐이며 나와의 잠자리에서의 행동거지며 그 처남의 등장이며
나를 긴장시키게 하여 끌어댕긴것하며..배팅하는 것이며..등등이 정말 하나도 
소홀함이 없게 완벽하게 시나리오가 짜져 있었어. 난 정말 감탄했지.누구에게냐구?
물론 순희에게지.이 모든 내용을 참으로 절묘하게 연기해낸 순희에게 무한한
존경심까지 생기더라구.난 순희의 손을 지긋이 잡고 말했어.

--'원더풀...원더풀...정말 감탄스러워...내 이자리에서 맹세하건대..난 이제부터
   영원히 순희가 연출하는 모든 것을 깨끗하게 받아들이겠어.그리고 이러한
   정도로 나를 끌어댈 여자가 없다고 확신하며 동시에 순희의 치마폭에서
   살겠어'

말이야 그럴듯하지만 난 항복선언을 한거야.
내가  다른 여자를 울릴때의 그 서투른 연기를 압도하는 순희.난 항복하는게
평생에 이롭다고 생각했어.

놀라운 일은 또 있었어.           
그건 신혼지의 호텔에서 마지막으로 나를 넉아웃시킨거였어.
뭐였냐구?.앞서 얘기했지만 지워진 줄에 대한 거였지.
순희는 샤워를 하고 나온 뒤 여느 신부들처럼 자기를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생각해달라며 자기를 안고 침대에 뉘어달라 했어. 나는 그렇게 했고.
그때였어.순희는 핸드백을 가져다 달라고 했어.
순희는 그속에서 흰 종이로 싼 조그만 선물상자를 꺼내더니 열어보라는 거야.
난 마음이 급하고 아랬도리에선 성화가 일어 났지만 참고 그 상자를 열었지.
세상에.거기에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 있었어.
내가 순희와 첫관계를 가진 여관에서 내손으로 기재한 숙박부 사본이었어.
내이름과 순희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는.
그리고 그 숙박부 사본 밑에 흰 손수건 두장.아니 희다기보다는 그 여관에서
잠자리용으로 지급하는,여관 상호가 박혀 있고 내가 그때 코를 푼 흔적이 있는
그 손수건이었어.거기에 내가 코를 푼 그자리에 뚜렷이 나있는 선혈.
난 갑자기 눈물이 나올려고 했어.난 순희를 와락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었어.
첫날밤 울다니.남들이 들으면 웃을일이겠지만.난 그동안 순희에게 품어왔던
그 야릇한 의혹이 일순간에 풀려짐과 동시에 이렇게까지 내 마음을 사로잡으려하는 
순희의 그 정성과 이런 순희를 처녀가 아닐것이라는 미혹속에서 나를  침잠시켰던
그 모든 시간들에 대한 회한의 눈물이었어.
난 속으로 결심을 했지.나는 순희에게 항복한다고 얘기하는 순간에도 약간의
이죽거리는 심정이 있었으나 이젠 진실로 내 아내만을 사랑하며 또 사랑하리라고.
이런 나의 모습을 보던 순희가 가만히 내  등에 손을 얹고 말했어.

--'난 당신이 다른 많은 여자들과 깊은 관게까지 갔었다는 것을 알아요.
   또 그로 인해 당신이 나에게도 다른 여느 여자와도 다를바 없는 그러
   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접근한줄도 알아요.
   그러한 당신을 내가 난 처녀니까 하며 비싸게 굴어 오히려 당신을 잃게
   되는것보단 차라리 아무부담없이 나를 상대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당신의 사랑을 얻게 될거라는 믿음이 잇었어요.
   당신이 과거에 다른 많은 여자를 사귀었어도 쉽게 당신이 그 여자들과 헤어지게
   된건 당신 마음속에 무언가 허전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죠.
   난 당신이 내게서 그 허전함을 다 채우면 당연히 그때부터는 오직 나만을 
   사랑할거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다만 중간 중간에 당신의 나에 대한 사랑을 보다 확실히 알고 싶어서 
   내키진 않았지만 그런 연기를 한건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이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곤 정말 날아갈듯이 기뻣어요.
   당신....
   정말...
   사랑해요..'

난 말없이 순희를 내려다 보았어.
순희는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었어.
난 순희의 그 이슬을 핥으며 말했어.

--' 다시는 ....내.....다시는 당신의 눈에....이슬이  나로 인해 맺게
    하지 않을께..이건 남자의 약속이야...'

그날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오랜 시간을 하나로 있었어.


                             V


지금 우리 부부는 매우 행복해.
그거 때문에 행복하냐구?
아니야.그것도 그거지만 우리에겐 서로에게 보내는 깊은 사려와 신뢰가 있고
또 충만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야.

아이가 둘이 생겼는데 하는 짓이 다 제 엄마를 빼닮아서 정말 나를 흡족하게 해.
날 한때 절망이라는 열차속에 밀어 넣었던 그 젊음의 한때가 이젠 잔잔히 아내의
손등위에 배어가는걸 보고 생동감으로 넘쳐 있어. 다소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물론 아내와 나는 요즘도 쌍코피 터지는 날이 여전하고 하루저녁에도 몇번씩 
홍콩에 가기도 해.
아이들은 노상 붙어 있는 지 엄마와 아빠를 시샘도 하긴 하지만 워낙 어려서부터
봐와서 그런지 이젠 대수롭지도 않게 여겨.
우리 부부는 하루에도 떨어져 있거나 붙어 있거나 수십차례씩 입을 맞추거나
혹은 서로의 몸을 애무하거나 혹은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 받아.

가끔 아내가 혼자서 장롱서랍을 열어 뭣인가 꺼내보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그 손수건이야.
그건 아내의 보물이기도 하고 또 아내가 말하길 우리 아이들의 보물이기도 한거지.

난 우리 아이들이 제 어미를 닮아 나같은 남자를 만나 잘 사는걸 보고 싶어.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은 아마도 내 아내를 사랑하는 일과 내 아이들이 사랑
하는걸 보는데 걸려 있을거야.


      

             ---- 이에 Issa께서 말씀하시니라 ----


       " 여인을 공경하라.

         여인은 우주의 어머니시라,

         그 안에 창조의 진실이 있음에

         온갖 선하고 아름다운 것의 근본이며

         생과 사의 근본이라.

         이 짧은 인간의 생명이 여인에게 달려 있으니

         이는 여인으로 인해 사람의 수고를 더는 까닭이기도 하나

         산고중에 <너>를 낳고 <너>의 성장을 돌보며

         죽는 랄까지 여인으로서 고뇌를 안고 사는 때문이니라.



         여인을 축복하고,

         여인을 존경하라.

         여인은 땅 위에 있는 <너>의 벗이요,

         <너>의 삶을 유지해주는 이라.

         

         여인을 항시 공경하고,

         여인을 위해 늘 변호하라.



         <네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할지니

         이는 여인의 오늘이 <너>를 위해 있음이며,

         내일은 어머니가 되기 때문이며,

         후에는 이 민족의 어머니가 되기 때문이라.



         그런즉 여인의 사랑이

         <너>를 고귀하게 해 줄 것이요,

         <너>의 쓰라린 마음을 달래줄 것이요,

         <너>의 사나움을 길들일 것이니

         여인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보화이며

         영원하고도 위대한 우주의 장식이며

         그 실체인 까닭에

         여인으로부터 <너>,사람,우주 등 만물이 유래하니라.



         여인은 또한 빛이 스스로 어둠과 나뉘듯

         <너>의 마음속에 있는 선헌 뜻과 악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재능이 있음에

         <너>의 가장 고귀한 생각조차 여인의 덕택으로 말미암으니

         그로부터 <너>의 도덕적인 강건함을 얻어

         <너>의 이웃을 부양함에 힘써야 할 것이니라.



         이러한즉  이 이상 여인을 능멸하거나 학대하지 말지어다.

         이는 그로 말미암아 <네>가 <네> 자신을 능멸하거나

         학대할까 두려운 까닭이며,

         또한 <네>가 <사랑>의 감정을 잃을까 염려되는 까닭이라.



         그러므로 <사랑>이 없인 땅 위에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나니

         먼저 늘 <네 아내>를 <사랑>하라.

         그리하면 <네 아내>가 늘 <너>를 위해 변호할 것이니

         <네>가 <네 아내>에게 행하는 그 모든 것들이 <네>게로 다시 돌아와

         <너>의 <불멸의 영혼>을 위해 변함없이 행하게 되리라."



            ---- 라마교 성전 중 < Issa > 전에서 ----



                           - 끝 -

별로 잘 썼다고 생각되지도 않는 
이 밋밋하고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끝까지 읽으시느라 수고 하셨읍니다.
사실 인생의 젊은 한때에 아마도 나같이 사랑이란걸 밋밋하게 시작하여
드러나진 않지만 뜨겁게 내부로부터 충만한 애정이 솟아나와 인생을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을테고 또 뜨겁다가도 이내 밋밋해진채 혹은 처음부터
밋밋하거나 뜨겁게 끝까지 진행되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어느게 잘 산 인생인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것은 깊은 사려와 신뢰를 바탕으로한 사랑만이
꺼지지 않고 오래도록 뜨겁게 타 오를수 있다는  평범한 지혜가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수놓을수 있다는 사실일겁니다.

감사합니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