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U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CMU ] in KIDS
글 쓴 이(By): angelot (아기천사)
날 짜 (Date): 2000년 11월 15일 수요일 오후 04시 32분 04초
제 목(Title): 첫 눈



어제 첫 눈이라 불릴만한 것이 온 것은 아시죠?
안타깝게도, 저는 한낮의 낮잠을 전기 장판 위에서
즐기느라 그 시기를 놓쳤습니다만, 새벽 2시 무렵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또 눈이 내리더군요.

도허티에서 나오는데, 하늘에서 한가득 쏟아지는
눈에 잠시 행복했더랬습니다. 이게 끔찍한 겨울의
추위를 알리는 전주곡이던 아니던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늘이 너무 이뻐서 신이 났지요. 게다가, 
오늘은 따뜻한 패딩 잠바에, 목도리와 털모자까지
중무장을 하고 나왔기 때문에, 피츠버그에서 처음
맞이하는 눈을 여한없이 즐기리라 하면서, 씩씩하
게 집으로 향했습니다. 에스코트 서비스도 그만
두고요. 호호.

문제는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모어우드를 따라 무
드를 잡으며., 앞에서 걸어가는 어느 커플을 무진장
부러워 하면서, 눈이 오는데도 함께 분위기를 즐길
만한 내 님이 여기 없음을 아쉬워 하면서 걸어가는
데, 이게... 눈이 눈처럼 안 오더군요. 눈이, 마치
드라마에서 소나기 쏟아지는 장면 찍을 때 소방차
동원해 물 뿌리듯이 쏟아지는겁니다. 

목도리를 코까지 끌어당겨 얼굴을 가렸습니다만, 
안경을 때리는 눈발이 얼굴 가득히 따끔한 느낌을
주더군요. 눈보라 치듯이 발치에서 빙글빙글 도는
눈발을 보면서 핍스 에비뉴에서 공포에 질렸습니다.
가방을 뒤져 우산을 찾아내었는데, (여기 날씨의 
변덕 탓으로 우산, 목도리, 장갑, 그리고 썬글라
스를 다 가지고 다닙니다.) 우산을 펴고 길 하나 
건너는 순간, 아.. 번개입니다. 지은 죄도 많은데
혹시 집에 가는 길에 번개 맞는 것 아닌가 두렵더
군요. 에스코트 서비스 이용할걸.. 괜히 무드 잡는
다고.. 흑흑.

한국에서 가져온, 폼 안나는 할머니 신발은, 급기
야 물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고.. 
패딩점퍼로는 눈 녹은 물이 강이 되어 흘렀습니다.
아, 차가 필요혀... 혹은 긴 부츠나 장화.. 

집에 와서야 간신히 숨을 돌렸는데, 중간에 눈 온다
고 마가렛모리슨에 들려 알려줄까 말까 생각한 나의
룸메이트는, 집에 이미 돌아와 잠을 자고 있더군요. 
마가렛모리슨에 안 들르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_-;

그래도, 이런 날 이렇게 밖에 있지 않고, 따뜻한 
집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창밖을 보면서 와인이
라도 한 잔 기울이면 참으로 분위기 죽일텐데요. 
젖은 패딩 점퍼와, 우산, 그리고.. 잠 안 오는 밤,
차가운 아파트는 상상과는 정 반대의 현실이군요. 

하여간, 겨울입니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