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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MU ] in KIDS
글 쓴 이(By): tesla (하늘이)
날 짜 (Date): 1998년02월19일(목) 12시51분40초 ROK
제 목(Title): [스카이]딴데서 가져온 아주 딥따 좋은 글.


요즘 쳔랸에서 활동하시는 김어준님의 글중 하나입니다.
어준 형아한테 허락맡고 여기다 올립니다.

흠...간만에 들어왔는데 조용하군여..
이 고요함을 어떻게 깨볼까나.  또 한번 썰렁한 얘기를?
(흐흐흐..나두 맞으면 아픈건 알아여..^^;;;)

가끔씩 좋은 글 있음 올려보렵니당.(어준 형아 글은 내가 독점해야쥐..흐흐)
제글을 올리려다 이 글 보구 담으로 미뤘습니다..^^;;;
그럼 즐통~!!! 꾸벅~ 

***하늘이


 [제  목] [ 오토바이를 탄 할부지... ]                                 
───────────────────────────────────────

 할무이와 할부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커플이다. 
 맞벌이 하시던 부모님 대신 어린 시절 나를 거의 키우신 분들이라
 내겐 더욱 각별한 분들이다. 

 할무이와 할부지, 도대체가 이 두 분이 싸우시는 걸 한번도 뵌 적이
 없길래 언젠가 엄니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다. 


 " 난 아직 한번도 두 분이 싸우시는 거 못 봤는데, 
   나 태어나기 전에 두 분이 싸우신 적 있어요? " 

 " 나도 못 봤다... 아무도 못 봤을껄..." 


 그래서 직접 할무이께 여쭤 본 적이 있다.


 " 할무이 두분이 싸우신 적 없습니꺼? "
 " 아무리 싸울라케도 저 영감이 실실 웃으면서 상대를 안해준다..."


 참 기가 막히게 사신 분들이다. 
 50년 이상을 같이 사시면서 어째 단 한번도 큰소리로 싸우신 적이
 없으실까... 나도 결혼해 살아보니까 알겠는데 그건 정말 기적이다.


 그런 할무이가 3년전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 3개월동안은 아무도 못 알아보시고 알아듣지 못할 
 말씀만 하시더니 한달 넘는 출장 출발 바로 전날 뵈러 갔더니
 그 날만은 신기하게도 날 알아보시는 거였다. 


 " 준이 아이가... 어데 가나... " 

 그 말씀을 하신 5초 동안이 지난 3개월동안 의식이 돌아오신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출장 떠난 바로 다음날 돌아가셨다. 
 나한테 작별 인사하신 것이었다... 


 선산이 멀어 자주 찾아 갈 수 없다고 바로 뒷산에 묻어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기신 할부지 덕분에 산소는 가까웠다. 
 
 출장에서 돌아와 혼자 할무이 산소를 찾았을 때... 
 정말 원망스러웠다. 

 하루만 일찍 가시지... 아님 좀만 기다리시던지... 
 좀만 더 있으면 나 결혼하는데... 
 씨발 씨발 그러면서 막 울었다. 누구를 향한 욕인지 원망인지...


 근데 산소 바로 옆에 왠 철제 의자가 하나 있었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 이후 할부지가 갑자기 오토바이를 한대 사셨다. 
 참네... 팔십줄의 노인네가 왠 오토바이냐고 다들 말렸지만
 워낙 똥고집으로 유명하신 분이라 결국 사셨다. 

 그리고 하루에 한두번씩 그 오토바이를 타고 어딘가를 갔다 오시는 거였다.
 여쭤봐도 대답도 안하시고 말이다. 

 팔십대 노인네가 오토바이를 끌고 어디론가 휑하니 가셨다 
 한시간쯤 있다 오고 그러시는 거다. 
 경로당에 장기두러 가시나 했다...


 그러다 작년 초 하던 일이 하도 잘 안되고 답답하길래 
 혼자 기차 타고 내려와 할무이 산소를 찾았다. 
 워낙 날 좋아하셨기 때문에 답답할 때 할무이 산소를 찾으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기 때문이다. 
 집에 안들리고 산소부터 가서 한 10분쯤 있다가 
 내려가려는 데 갑자기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했는데 아니 할부지인 것이다. 
 나무에 가려 그때까지 날 발견하지 못하신 것 같았는데, 
 오토바이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나무 뒤로 숨었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여하간 나무 뒤에 숨어 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와선 
 그 철제 의자에 털썩 앉으시는 거였다. 
 그러더니 후두암으로 성대 제거 수술을 해서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중얼 중얼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무슨 말씀을 하시나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날 있었던 일들을 하나 하나 들려 주고 계신 것이었다. 
 마치 할무이가 살아계신 것처럼...

 " 오늘 아 글쎄 이런 일이 있었어... 내가 그래서 이렇게 했어..."
 
 간혹 웃기도 하시면서, 그렇게 한 30분을 "보고"하시더니 
 기지개를 한번 펴시고는 오토바이를 다시 끌고 내려가셨다.

 
 주저 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오늘 낮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시는 할부지 뒷모습을 봤다....

 씨발... 왜 욕이 나오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할무이던, 부모님이던, 마누라던, 애인이던...
 옆에 있을 때 잘하자...

 김어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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