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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NU ] in KIDS
글 쓴 이(By): enough (퉁퉁이)
날 짜 (Date): 1997년08월30일(토) 10시38분42초 ROK
제 목(Title): 명예교수 추대식장에서.



어제 여기 가속기 연구소 초대 소장이셨고 가속기를 만들당시 총 책임자 였던 
교수님의 정년 퇴임식과 더불어 논문 봉정식, 명예교수 추대식이 있었다.

이 교수님은 평소에 내가 볼때 그냥 존경심이 마구 우러나오는 그런 분이셨다.
교수님 과목을 지난학기에 수강했는데 정말 박학다식이 이런거구나 느껴지는, 
말씀도 쓸데 없는 말 안하시고, 그 연세에 어울리는 차분함과 안정됨, 그리고 
편안함..꼭 우리 할아버지 같으신 분이셨다.

이 교수님이 우리 지도교수님의 왕사부 격인고로 난 하루종일 행사 안내및 
잔심부름을 도맡아해야 했다. 것도 정장 입고..
(미니 스커트로 입었던 건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난 그걸 입고 거의 12시간을 꼬박 돌아다녀야 했으니깐..)

이 교수님의 가족들을 어제 처음 보았는데 사모님이 아직도 정정하시고 아름다우신 
분이었다. 물론 선생님도 그렇지만(난 이 교수님은 교수님보다 선생님이란호칭으로 
부른다.) 명예교수 추대식이 끝나고 케익 절단할때 사모님과 같이 손잡고 자르고 
끝나고 두분이서 팔짱 끼고 가시는데 정말 보기 좋았다.

난 젊은 사람들이 손잡고 팔짱끼고 그러는 것보다 나이드신 분들이 손잡고 
다니시는 것이 훨씬 좋아보인다.

학교 합창단이 와서 축가의 시작을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데 왜 내가 찡해지는지..

에전엔 몰랐는데 어제 행사 안내하면서 이것저것 보다보니 그냥 인자하시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신 선생님인줄 알았는데 선생님 집안이 정말 대단한 집안이었다.
처가쪽으로는 외무대사, 이름만 대면 알만한 병원 부원장, 컴퓨터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의 전무, 그리고 모조리 의사 였고, 선생님 집안은 모조리다 서울대 
교수님들이고 자녀들도 미국에서 모두 의사였다.
초대된 많은 교수님들을 보니깐 전공 책 표지에서나 보던 이름의 교수님들이 꽤 
있었다.
수리물리책 번역한 강주상 박사도 있었고(선생님 제자라고 선물까지 대표로 
드렸다.) 우리학교 김영기 교수님도 오셨다.
참! 시엘이네 교수님도 오셨는데 남들 다 정장차림인데 혼자만 멜빵차림에 
오셨더랬다.
회고담을 하는 자리에서 사회자가 멜빵차림의 교수님을 보더니 양복 상의 입고 
오랜다. 
안그려면 마이크 안준다고..
회고담도 걸작이었다. 정말 튀는 교수님이다. 이분은..

 내가 어제 행사를 지켜 보면서 느낀건 내가 나이들어 늙어갈때 힘없고 
늙어 추한 모습이 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퇴임식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퇴임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선생님, 그리고 전혀 추하지 않은 그 연세에 어울리는 
아름다움(남자한테 이런 단어를 써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당당함 등이 
배어져 있는, 그러나 전혀 거만하지 않은 선생님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선생님의 기념 강연 제목은 
' 나로 하여금 무사히 물러가게 해준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면서...'

나도 이담에 나이들면 그런 당당함과 내 나이에 걸맞는 아름다움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건강하게 계속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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