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U ] in KIDS 글 쓴 이(By): UYHYUL ("청송녹죽"�x) 날 짜 (Date): 1995년08월27일(일) 05시10분34초 KDT 제 목(Title): 내게 옷핀을 건네준 여인 1992년 5월 9일, 그 날은 거대 공룡 여당, 민자당이 작당 된지 만 2년이 되는 날 이었다. 또한 그 날은 내가 속한 전자과가 캠퍼스에서 졸업사진을 찍는 날 이기도 했다. 그 날, 5월 9일은 항상 전대협에서 큰 일을 치루기로 작정을 하고 있는 날 이었기 때문에 그 날 만큼은 목숨을 걸고(?) 도심으로, 도심으로 진출을 하는 날 이었다. 화사한 봄날의 나른함을 한껏 즐기며 사진을 찍느라 이리저리 캠퍼스를 돌아 다니면서 괜히 마음이 들떠 있던 나는 그 당시, 잠시 있으면 180도 달라질 내 모습을 상상 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었다. 지독한(?) 교수님은 우리를 정장을 하게 한 채로 수업을 진행 했었고( 그 날 받은 '자동제어'수업,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 점심시간에 여유가 생긴 복학생 형들과 동기 놈들은 모두 정장한 기분에 대낮에 노래방에 들렀다 오기도 했다. 오후가 되어 교수님과 함께 모두 공대 현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졸업 사진 촬영을 마친 나는 냅다 학생회관 개구멍을 향해 정장을 입은 채로 뛰었다. 약속 시간이 얼마 안 남았었기 때문 이었다. 옷을 갈아 입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투가 있을 때면 서울 도심은 뭔가 살아 움직이는것만 같았다. 각 학교 별로 깃발을 앞세우고 집단 행동을 하면서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가며 구호를 외치던 우리들은 곧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막히고 말았다. 예의 지랄탄이 하늘을 날기 시작 했고, 내가 맡은 후배 놈들을 잃어 버리지 않으려고 앞이 안보이는 가운데에서도 양손에 하나씩 꼭 손을 잡고 뛰기도 했다. 그 날, 도심에서의 시위가 거의 끝나 갈 무렵, 난 아스팔트 바닥에 드러 누워 몸을 가누지를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어느 남학생을 보았다. 순간 나는 달려 갔고 무슨일인가 물어 보았더니 발에 쥐가 났단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편히 눕힌 다음, 대강대강 주물러 주고 흔들어 준 후 괜찮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하여 계속 마사아지를 해 주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아주 심하게 다리에 쥐가 난 것 이었다. 평소에는 심하게 움직이지 않다가 가투에만 나오면 갑자기 심하게 움직이며 이리저리 도망다니기도 하고 또 심리적인 불안감이 겹쳐 이런 일을 당하는 학우들이 종종 있는데 그 경우는 무척 심했다. 다리에서 손을 떼기만 하면 어쩔줄을 몰라 하면서 고통을 호소 하는데, 그냥 갈 수도 없고, 내가 속한 의혈의 깃발은 어디론가 벌써 사라져 버렸고, 옆의 후배 놈들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그 학우 옆에서 보호를 해 주어야만 했다. 계속 풀리지 않는 근육에 난, 언젠가 형이 가르쳐 주었던 응급조치 방법을 생각 해 내었는데 그건 발가락의 어딘가 아무데나 터뜨려서 피가 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땅히 피가 나게 할 뾰족한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럴땐 옷핀이 최곤데...' 하며 도로 가장자리에 앉아 멍하니 움직여가는 시위 행렬들을 바라 보고만 있었다. '에이, 뭐 아무 한테나 옷핀 있으면 달라고 하자' 하며 길을 지나가는 시위대의 한가운데로 파고 들어 큰 소리로 ' 옷핀 있는 학우 있으면 좀 주세요~~ 남학우 하나가 쥐가 났습니다~~~~ ' 이렇게 소리 치길 두어번... 어느샌가 시위 행렬 속에서 여학우 하나가 튀어 나왔고 그 여학우는 자신의 소매를 걷어 부치더니 그 속에서 옷핀 하나를 뽑아서 나에게 건네 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런 일 있을까봐 미리 준비 해 왔어요, 자 이것 쓰세요. 그리고 힘 내세요." 하고는 다시 시위 행렬 속으로 총총 사라지는 것이었다. 어찌할 겨를이 없던 나는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급히 쓰러져 있는 학우 옆으로 달려 갔고 어설픈 내 손놀림은 그 학우의 발에서 피가 나게 했고...그리고는 그 학우는 정말, 거짓말처럼 쥐가 풀렸다고 말했다. '휴~~~~~~~' 그리고는 다시 대오속으로..... 그 남학우, 지금 생각인데 학교, 학번, 이름이나 알아둘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여학우, 그 때 고맙다는 말을 못했는데 전할길이 있다면...기억나는건 가슴에 '숙명여대 세상모임'이라는 글이 씌어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것 밖에...... *** 그 날이 오면 *** 청/송/녹/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