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U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CAU ] in KIDS
글 쓴 이(By): gonagi ($¥₩¥$)
날 짜 (Date): 1998년 5월 19일 화요일 오후 08시 23분 37초
제 목(Title): 첫경험   (야한 얘기 아님)



제목이 다소 선정적이죠? 얼마전 일요일날(17일)에 컴공 90 오형석군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때 한상용 교수님이 주례를 보셨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첫경험을

90동기회 보드에 올린것을 저희 동기 승택(뻔데기로 통함)이 89동기회 메일링

리스트에 올린것을 여기에 다시 올립니다. 양이 좀 많은데, 시간나면 읽어보세요.

--------시작-------------

저번주 일요일에 90 형석이가 결혼 했는데 한상용 교수님이 주례를 보았단다.

아는사람은 알겠지만 우리학교 아키 교수님이다.

하여튼 주례를 맡고난 후의 소감을 적었는데 졸라 잼있다.
한번 소일거리 삼아 읽어봐라




다음에 글은 형석이 결혼식 주례를 맡은 한교수님이 90게시판에 올리신
글이다.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깝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12~13페이지 되는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가 힘들지 않았다.
이거 정말 한 교수님이 쓰신 것 마저?
================================================================


1. 나의 첫 경험 : 도입부

오군이 본인의 last name을 단일 letter `O`로 쓰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옛날 미국에 있을때 어느 모임에서 오씨 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기
이름을 소개하면서 "the shortest last name in the world"라고 하던
생각이 난다.

우리 과의 모 교수님이 최근 졸업 사은회때 졸업생이 교수님을 찾아올
때는 "취직 부탁할 때하고 결혼식 주례 부탁할 때뿐"이라는 말을 당시는
흘려 들었었는데...
4월의 어느 화요일 저녁, 과천 종합 청사에서 과제 심의를 마치고
대학원 아키강의에 맞추어 바삐 내방으로 오는데 낯익은 얼굴이 내
방앞에서 손에 원비 1box 들고[아직 개봉 못 했음. 혹시 원비가 필요한
학생은 하시라도] 기다리고 있었고, 당시는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반갑게 맞아들였다.

본론은 결혼식 주례 부탁이었고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내심 매우
당황했다. 오군의 논리는 약 5분정도 주례사만 하시면 되고 강의의
연장으로 가볍게 생각하라 한다. 평상시 어리숙한 면이 있는데다
귀국후에 결혼식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내 친구들은 대강 다 했고,
그 자녀들은 아직 시작 안 했고, 가까운 일가 친척도 아직은] 무지함에,
그리고 옛날 수학여행시 오군으로부터 받은 촌지건 때문에 일단 그
자리에서는 "적극적 검토"로 답해주고 부인에게 OK 사인을 받고 답을
해 주었다.
촌지 건은 수학 여행 중 어느날 새벽 본인의 새벽 단잠을 깨우면서
오군이 나와보라고 한다. 새벽에 바다에 가서 잡아온 고기들을 여관집
아주머니가 잔인하게 죽여서 만들어온 싱싱한 회가 있었고 오군의 친구
몇 명[누군지 기억 안 남]과 함께 한 식사였다.실은 본인은 많이
못 먹고 주로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놈들이 다 먹었던 것으로
기억난다.[말로는 계속해서 교수님 드시라고 하면서]


그후, 결혼식과 주례의 실체를 알았을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
우선, 본인은 인격적으로 한 사람의 가장 큰 예식을 집행하고
축복하기에는 F학점이고[아마 성직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됨.],
둘째, 본인이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셋째, 평소에 죄가 많아 모르는 많은 대중 앞에 서기를 매우 꺼려하며
넷째, 주말에도 개인적인 일정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예를 들어,
장에 가서 반찬을 사와야 한다든지..등등..]
위의 같은 이유로 주례가 본인의 적성과 맞지 않음을 깨닫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후에 오군과 신부가 학교를 찾아왔고 유쾌한 저녁시간을 함께했다.
당시 두 사람은 매우 다정한 모습이었으나 본인의 경험으로 보아
속으로는 `그래 너희들 6개월만 같이 살아봐라.
혹은 애낳고 6개월만 살아봐라` 했지만 차마 입밖으로 표현 못했다.
본인이 사랑의 개념을 정의하고 감각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의 위험에
대해 설파했지만 두 사람은 별로 이해도 못하고 흥미도 못 느끼는 듯
했다.

2. 나의 첫 경험 : 준비

주례사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과
두 사람의 미래가 진정으로 밝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기타
문제[실수]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자료 준비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오군이 내 수업을 두 과목이나
들었고 수학여행도 같이 했기에, 그것만으로도 그를 서너줄로 표현하
기에는 충분했다. 다른 교수님들 역시 그를 좋게 평했다. "학업성적이
뛰어나고..."라는 주례사에 야유를 받기도 했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알고리즘 중간고사에서 머리를 조금 써야하는 문제에 대해
현재 대우에 있는 동창 최석윤 이사 밑의 고영수 군이 유일하게 정답
을 냈고, 기타 몇 명이 비슷하게 접근을 했는데 오군이 그 중 한
명이었다. 원래는 "많은 여학생이 그를 좋아했고..."라고 하려 했으나
확인할 수 없었고, 학자적 양심[?]에 비추어 올바른 태도라고 보기
어려워 삭제했다.

원문은 본인의 경험 철학을 주축으로 했고, 참고할 만한 것을 찾아 중대
중앙 도서관에 들러 괜찮아 보이는 Erich Fromn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예전에 영문판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에는
영문이라 그랬는지, 혹은 정신적 미숙때문에 그랬는지 무슨 헛
[?]소리인가 했는데 지금에 와서 우리말판을 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꽤
있었다.
이 책은 "사랑은 기술인가?"라는 서두로 시작해 "인간 실존 문제에 대한
단 하나의 건전하고 만족스러운 해답"으로 맺어지는데, 거짓 사랑의
형태로 표출되는 `위대한 사랑`[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표현되는] 혹은
`감상적 사랑`을 부정했다. 사랑은 "두 사람이 그들의 존재의
중심에서 서로 의사를 전달할 때에만,
즉 그들 각자가 자신의 존재의 중심에서 스스로 경험할 때에만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대강 이런 얘기에다 결혼과 성[sex]문제까지 언급해서 만들어낸
최초의 버전을 만들어 냈지만,
하객의 반이 시골 할아버지와 할머니이고 오군의 정신 수준[?]을 익히
들어 알고 있기에 대강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내용의 실용적 버전으로 바꾸었다.


즐겁고 평온하다가도 주례만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떨리기
일수였던 지난 한 달이었다.
K교수, P교수, 삼성의 한 명의 수석 등은 본인의 그런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5월에는 대외 활동도 매우 많았는데 삼성전관, SERI, 반도체
설계 센터[IDEC]에서 발표를 하거나 할 예정이었다.
어쨌든 시간은 흘렀고 바로 하루 전에 동네 예식장에 구경을 갔다.
목사님의 주례로 예식이 진행되었는데, 도중에 사람들이 많이 나가고
애들은 빽빽거리고 분위기가 영 아니었다.
미국에서 본 결혼식은 전혀 이러지 않았는데... 지성인으로서
문화인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나 교양이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일반
주례와 달리 찬송하고 성경을 읽었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신랑,
신부 얼굴과 드레스에만 있는 듯 했다.
어떤 사람이 주례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서 내심 걱정은 되었지만
대강 차려 입고 가도 될 것 같았다.




3. 나의 첫 경험 : 본론

당일 아침 11시경 이재성 군이 집에 왔다.
아침에 부인이 와이셔츠 다려주면서 세탁소에 맡기지 그러냐며
불평했다.
[사용하던 다리미를 찾지 못해 선물용으로 준비한 것을 이용했는데
이것이 코드가 없는 것이어서 자주 충전시켜야 하는 불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7개 준비해서 하루에 한번씩 입고 일주일에 한번씩 세탁소에
맡기라고 충고했다.
"내가 장보고 밥하고 애들 챙기고 다하는데 그 정도도 못하냐?" 물론 이
말은 속으로만 했다.
이군과 함께 향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했는데 주로 젊은 남자
좋아하는 부인과 이군이 대화를 하였다.
대화의 주된 내용은 이군 밥 먹여주는 온라인 게임이었다.
드디어 이군의 차를 타고 여의도로 갔는데 심정이 매우 착잡했다.
이군이 자기도 애인이 있고 10월쯤 결혼한다고 얘기하던 것 같았는데
건성으로 들었다.
성당에 다니니까 신부님 주례로 결혼할 거라고 해서 "식장에 가봐야
알지. 여하튼 강교수는 복도 많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예식장에서 형석이는 영화배우[?]로 변신해 있었다.
[어느 이발소에서 그렇게 꾸몄는지 나도 알아봐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낯익은 얼굴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모두들 잘 꾸미고 잘
차려입고 나타났다.
[주인공도 아닌 것들이...]
식장에 참석만하는 하객들이 너무 부러웠다.
강의실 처음에 갈 때 의자에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 학생들이 무지
부러웠던 때와 같은 심정이었다.
결혼식이 나로 인해 엉망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주례사 중 "형석군의 학업성적이 뛰어나고..."에 식장 뒷편에서는
야유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여기에서 조금 안도했고 그 다음부터는 여유있게 주례를 진행했다.
이군 부부와의 사진 촬영으로 나의 임무는[나의 첫 경험]은 끝이 났고
서서히 피로가 몰려왔다.
신부와 명순이[93학번]가 주례사가 괜찮았다고 해서 약간 안심했다.


4. 나의 첫 경험 : 피로연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 결혼식 피로연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는 비용을 안 들이고 하는 방법인데,
모든 결혼식은 교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일단 목사님 주례로 교회에서
행해진다.
결혼식이 끝나면 가족이 준비하고 교인들이 도와서 교회 친교실에서
음식을 먹고 교회 오락부장이나 재간둥이들이 재미있게 신랑, 신부와
어울려 흥겹게 논다.

두 번째 형태는 결혼식은 교회에서 행하고 피로연은 따로 전문
파티장에서 한다.
물론 돈이 많이 들고 말썽의 소지가 많다.
행사는 고급 식사와 함께 라이브 밴드 혹은 DJ가 주관하는데 주로 댄스
파티이다.

신랑과 장모가 신부와 장인이 댄스를 시작해서 신랑과 신부, 사돈간의
댄스 파티가 정겹게 어우러진다.

비용이 일인당 $100[부부당 $200] 정도 들기 때문에 초청자도 제한되고
참석 여부도 확실히 해야 하며, 이 경우 부조금 액수도 꽤 신경쓰인다.


여하튼 학교 앞에서 행해진 피로연은 낯익은 제자들과 오랜만에
즐거운[본인으로서는 더구나 큰[?] 일을 마치고 난 후의 기분으로]
마음으로 함께 한 술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본 이재성 군은 역시 프로 기사[driver]였다.

맥주 한 잔 마시지 않고 끝까지 버텼고 본인을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었다.

형석군 부부와 함께 한 오락은 약간의 개선할 점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참석자들이 별로 공감하지 못했고
무식했으며[적어도 대졸자들이 즐기기엔] 나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이
재밌어 하지도 못했다.
내가 해도 그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교만한[?] 생각도 들었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특히 90학번 남자들은 93학번
여자들과 무언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는데 93학번 여자들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즐거웠던 하루를 뒤로하고 오랜만에 평온한 마음으로 저녁을 보냈다.

전망좋은 식당에서 밥도 얻어먹고...

피로연은 학교 앞에서 한다고 하며 나보고는 건성으로 오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피로연장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유는 첫째,

내 한국나이는 아직 20대[왜 그런지는 이미 수학여행 때 설명했음]이다.
설령 이를 이해 못해도 목 윗부분은 풍화[?] 작용으로 인해
호적나이지만[미국에 있을 때 골프에 미쳐서 풍화작용이 더욱
심화되었고

귀국 후 가끔 쳤지만 IMF이후 거의 안 침. 아니 못 침.] 몸은 운동을 하면
10년은 젊어지겠지...
그리고 마음은 대학 2학년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나이 문제는 해결되리라

본다.


둘째, 집에 가야 별 볼일이 없었다.

월요일에는 수업도 없었다. 원래는 친구와 좋은 여행 계획을
세웠었는데 결혼식 참석으로 인해 못 가게 되어서 일요일 오후는 텅텅
비었었다.


셋째, 한국식 피로연을 못 가 보았기 때문에 흥미를 느꼈다.

넷째,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었다.


5. 나의 첫 경험 : 결언

앞으로 형석부부도 "사니? 안사니?" 하면서 난리 법석을 피며
살아가겠지만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잘 살았으면 한다.

낯익은 얼굴을 많이 만나서 반가웠다.

나의 첫 경험인 동시에 마지막 경험이었고 혹시 수준 높은[?] 아키텍쳐
졸업생을 위해서라면 이미 만들어 놓은 고급 버전이 빛을 발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주례는 성직자[신부님, 목사님, 스님 등등]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며 학생들이 스승의 날에 선물한 CD를 들으며 끝을 맺는다.

                        -끝...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교수님의 두번째 글
제목 : Epilogue 유감

한글 typing 이 너무느려 조교에게 부탁 했드니 원본과 너무틀려 실망.

교수의 품위를 고려하여 삭제및 단어를 교양있게 고친듯 함. 그러나,
이로인해 원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미 만이 퇴색됨. 교수는 표현의
자유도
없나하는 아쉬움과 세상에 및을놈 아무도 없다는 사실 다시 확인함.


문장에서 한 page 는 순서가 바뀌었음. Subway 에서 생각나는 데로
적어본 글임. 이제부터 모든것 잊고 새 출발 하겠음.

                 Bye, everybody. Good Luck to you and your future

------------------끝----------------------

교수님이 직접쓰신 두번째 글이 더 잼있네요..

내가 이렇게 놀고 있을때가 아닌디..
$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
$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
$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
$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
$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가 부족해..¥이 부족해..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