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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U ] in KIDS
글 쓴 이(By): hasups (밥生밥死)
날 짜 (Date): 1997년08월12일(화) 02시04분47초 KDT
제 목(Title): 정말 읽어볼만한 글...


[문화일보] 1997년 08월 11일 월요일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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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사고공화국' 벗어나는길-박성래外大부총장

    괌 참사를 뛰어넘는 길은 나는 다음 세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대한항공이 괌 참사후 각 신문에 낸 광고문 제목이 ‘謝罪(사죄)의
말씀’이다. 내 생각에는 ‘謝過(사과)의 말씀’이 옳을 것 같은데, 사과가
아니라 사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 책임이 미국측이냐 한국측이냐 또 비행기
결함이냐 운항상의 실수냐 등등 따져볼 일도 많지만, ‘나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싫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광고의 주인공이 ‘대한항공 임직원 일동’이란 것을 보고는 내게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웃 돕기에 1억원쯤 내고도 그들은 정말로 ‘임직원
일동’이라고만 밝혔을까. 우리는 좋은 일에는 대표자 이름을 열심히 달고, 궂은
일에는 그 이름을 지나칠 정도로 숨긴다. 영예는 우두머리 차지이되 책임은
아랫사람 모두의 몫이 된다.

둘째, 우리는 무엇인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바람만
나면 우리는 제2, 제3의 ‘한강의 기적’도 이룰 수 있다고 자랑하고 또 그렇게
떠든다. 남들 다 잘때 열심히 일하여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일쯤 우리는 마음만
다잡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걸핏하면 인민들을 천리마
운동이니 뭐니 해가며 다그쳐 목표를 2백% 또는 그 이상 달성하는 일이
밥먹듯했다. 또 남쪽 동포들은 엔돌핀을 나게 한다거나, 신바람이 나게
충동질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公言(공언)하며 산다.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고등학생이라면 밤을 하루 이틀 새워 암기하면,
성적이 단시간 안에 높아질 수도 있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그런 초인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간한 아편 가지고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북한은 저지경이 되고 말았고, 남쪽에서는 사고가 계속
터지는 것이다.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혹시 어떤 한국인 여객기 기장이
목표(운행시간)를 초과 달성하여 보너스 더 받는 재미에 신바람을 낸다면 어찌
될까. 잠을 설치며 과로한 기장이 운항하는 비행기를 나더러 타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셋째, 우리는 아직도 한국인의 천재성을 믿고 있다. 미국 어느 대학에서 성적만
좋아도 신문에 그것이 보도되고, 서양의 어느 음악회에서 바이올린만 연주해도
세계적인 음악가가 탄생한 것이 된다. 선동열과 박찬호가 시쳇말로 한참 뜨는
것도 바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엉뚱한 집단적 우월감에 근원한다.

하지만 한번 차분하게 생각들 좀 해 보시라. 어째서 한국인이 다른 민족보다
머리가 우수하고, 예술적 재능이 탁월하며, 그리고 동시에 체육적 기능마저 가장
뛰어날 이치가 있겠는가 말이다.

우리 한국인들이 “우리는 우수하다”며 자기 최면을 걸기 시작한 것은 일제
때부터의 일이다. 조선시대까지는 그런 생각을 지나치게 가졌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20세기 초의 애국적 역사가 朴殷植(박은식)은 나라는 비록 망해도
우리 민족의 혼만 살아 있으면 언젠가 國體(국체)를 되찾을 수 있다고 설교했다.
나라의 혼이란 나라의 역사와 언어등을 가리킨 말이었다. 또 얼마 뒤 1930년대의
崔南善(최남선)은 “조선 민족은 드물게 보는 천재민족”이라며 그 증거로
첨성대와 거북선 금속활자 등등을 들었다.

우리 선조들이 나라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또 민족 문화의 우수성을
과장스러울 정도로 강조한 것은 일제 침략기 민족을 살려내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당시로서는 아주 값진 노력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광복과 함께
우리는 그 가운데 과장된 부분은 집어던지고 보다 냉정하게 민족과 문화를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는 것이 진정한 일제 잔재의 청산이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한국인의 집단적 우수성을 굳게 믿는다. 백화점과 다리를 지으면서 철근이
규정보다 모자라도 ‘고추장의 힘’을 믿고 그냥 세운다면 그것이 정말 견딜 수
있을까. 미국 조종사 같으면 무모하다며 포기할 착륙을 한국인의 천재성만 믿고
과감히 시도하는 기장이 있다면 이는 또 어쩌란 말인가.

우리가 ‘사고 공화국’소리를 면하려면, 이웃돕기는 ‘임직원 일동’으로 하고,
사고 책임은 사장 이름을 앞세울 일이다. 또 근로자들을 신바람으로 얼렁뚱땅
몰아댈 생각 하지 말고, 제도를 바로세워 보다 공정하고 부패없는 틀을 하나씩
챙겨갈 일이다. 그리고 제발 한국인의 천재성을 그만 말하는 것이 좋겠다. 한국
사람도 세계 다른 사람과 똑같다는 의식을 확실히 세우지 않고서는 ‘세계화’란
공염불이 된 채, ‘사고 공화국’에서 헤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박성래 : 한국외대총장, 과학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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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한국인의 천재성을 그만 말하는 것이 좋겠다.
  정말로 맞는 소리 인거 같군요.

@@ 참 미국댕겨왔습니다. 8/2-8/10 동안. 
   키즈가 좀 달라진거 같군요..
   가있는동안 엘에이가 거의 37도라 거의 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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