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U ] in KIDS 글 쓴 이(By): hasups (아우디) 날 짜 (Date): 1996년09월20일(금) 04시01분17초 KDT 제 목(Title): 우리 아내는 지금 열애중? @한겨레 21에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아니 뭐 충격적이랄 것도 없다. 감추어져 있었던것이 드러난뿐이니깐. 외도는 남편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물론 아내도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한다고 한다. 가치 윤리가 마구 변해가는 현실이다. 이럴바에는 결혼을 왜 하나? 여자들이여 결혼을 하지 마라. 결혼하고 후회말고, 독신으로 행복해 져라. 아니 결혼한뒤 딴 남자와 연애하는것이 독신보다 더 찐한 연애를 할수 있나? 결혼한 남자들이여, 여자가 외도한다고 뭐라 하지마라. 엄연한 현실이다. 바람에는 맞바람이 최고다. 벌이도 맞벌이가 최고인것 처럼. 결혼이라는것도 하나의 사회제도인 이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요즘 아내의 불륜을 그린 (아니 좋은말로 "연애" 를 그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라는 영화에 이어 MBC 에서 "애인" 이라는 드라마가 20-30-40대 모든 주부들에게 폭발적 인기인 모양이다. 다음은 한겨레21에 실린 기사 전문이다. 좀 긴데 관심있으신 분 읽어보시길. 난 결혼에 대해 좀더 심각하게 생각을 해볼 작정이다. 주팔. -------------------------------------------------------------------------- [한겨레 21 커버스토리] 1996년09월26일 제 127호 외도는 `남편의 전유물'인가. 이를 비웃기라도 연애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다. 점집에도, 신경정신과에도, 변호사 사무실에도, 자신과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한겨레21> 자체조사에서도 주부의 22%가 결혼 뒤 이성친구를 사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도덕과 윤리'의 잣대밖에는 해결책이 없는가. 변화는 `외도'세태를 조명했다. ---------------------------------------------------------------------------- 커버스토리 아내는 연애중! "아내여, 돌아오오!” 이성친구, 절반이 원한다 4백명 주부 ‘솔직히 응답’ 바람과 맞바람의 변증법 "결혼 뒤에도 애인은 있다” <애인>의 작가 인터뷰/최연지 “기혼의 사랑을 양지로 ---------------------------------------------------------------------------- 아내는 연애중! 요즘 무속인이 용하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남녀 관계에 관한 ‘점’ 을 잘 봐야한다고 한다. 점을 보러 온 주부들이 주로 묻는 게 남편의 사 업이나 자녀의 진학에서 남녀 관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부 문제나 결혼을 앞둔 자녀의 궁합 같은 남녀 문제는 전에도 중요한 관심거 리였다. 그러나 요즘 주부들이 고민하는 애정문제는 바로 자신의 외도라 는 것이다. 주부들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애정 문제로 속을 끓이 다 못해 무속인을 찾는다는 얘기다. 일부종사할 팔자가 아니구나? 인천 만석동의 처녀 무속인인 보경은 “요즘 애인 문제로 인한 고민거리 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주부가 전체 여성 손님의 반은 된다”며 “어떤 이들은 애인과 관계가 잘 될 수 있도록 부적을 써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몇년 전만 해도 여자 손님이 오면 ‘서방이 어디 딴 데 정신 팔고 있구나’라고 말을 꺼내면 반은 맞았는데 요즘은 ‘너 일부 종사할 팔자가 아니구나’하고 얘기하면 반이 맞는다”며 쓴웃음을 지었 다. 그는 “우리집을 찾는 손님들만 유독 그런 거는 아닌가 하고 다른 집 들에 알아보니 일반적 현상이더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은 신경정신과병원에서도 확인된다. 요즘 자신의 외도문제로 인 한 고민과 갈등을 상담하기 위해 정신과를 찾는 주부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신승철 광혜병원 원장(신경정신과)은 “과거 주부 환자들의 경우 남편의 외도로 인한 신경쇠약이나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과 비교 할 때 확실히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애인 양쪽 모두를 사랑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주부, 애인의 성관 계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지를 놓고 갈등하는 주부, 애인이 또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 같다며 불안해 하는 주부 등등… 정신과 전문의들이 들려준 상 담사례들이다. “아내의 부정을 알고 상담하는 남편들이나 애인이 생겨 찾아오는 아내들 이 많아졌다. 상담의 내용은 주로 ‘남편이 알게 되면 이혼을 당하는가’ ‘이혼 뒤 아이들은 만날 수 있는가’‘재산분할은 어떻게 되는가’ 등이 다. 남편과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기회에 이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상당수 된다.” 가정법률상담 소 강정일 상담위원의 얘기다. 애인을 사귀고 외도를 하는 주부들이 많아지는 세태 변화는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확인된다. 물론 90년에 몇%의 주부가 애인이 있었는데 6년이 지 난 지금은 몇%로 늘었다는 식의 통계나 조사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외도 처럼 지극히 사적인 문제에 대해 솔직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 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한겨레21>은 9월 초 서울지역 주부 4백명을 대상 으로 주부의 외도 문제에 대해 면접조사를 했다. 상당수의 주부들이 위험 을 감수하고, 일부는 무속인과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괴로움을 위안받아 가면서까지 외도를 하는 세태가 우리 사회와 가정 질서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징후로 읽혀졌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조사대상의 22%가 결혼 뒤 남편 외에 친구 또는 애인으로 사귀었거나 현재 사귀고 있는 남 자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이런 경험이 없는 주부들중 53.8%는 남자친구 나 애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설문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별도기사 참조). 조사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은 더욱 어려웠 다. ‘많다 적다’를 판단할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정문제는 사례별 로 각양각색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왜 남편 외에 애인을 원하는가? 애인을 실제 사귀고 있는 주부 들과 또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 답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 문득, 새로운 삶이… (사진/이혼남과 유부녀의 사랑을 그린 연극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Image] 주로 중년부인들이 극장을 찾는다.) 40대 가정주부 박아무개씨는 요즘 난생 처음으로 자신도 한 생명체라는 느낌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극히 평범한 주 부였다. 모든 관심은 남편과 아이들뿐이었고 아이들의 교육에는 좀 극성 이다 싶을 정도였다. 사업에 늘 바쁜 남편이 가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 진 못했고 또 그 연령대의 보통 남편들이 으레 그러하듯 살가운 애정표현 은 안 했지만 그런데로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신경도 썼고 휴일이면 가끔 근교로 나들이를 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그의 집 근처로 대학동 창이 이사왔다. 동창은 전문직 여성이었고 몇해 전 이혼했다. 그는 동창 과 자주 만났고 동창의 친구들과도 어울리게 됐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회의에 빠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세계는 남편과 아이들이 전부인데 그들의 대화는 음악 영화 여행 뭐 이런 것들이었다. 그러고 보 니 남편과 아이들도 자신의 세계는 아니었다. 남편에겐 성공한 사업이 있 고 또 늘 바쁘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엄마로부터 멀어져 가려고만 하고 있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 인생을 바치다 보니 그 잘난 취미활동 하 나 제대로 해본 게 없는데.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동창의 도움을 얻어 집 밖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는 노래방에서 최신가요를 줄줄 꾀는 신세대 주부가 돼가고 있었다. 음악 영화 연극 독 서 등 단순한 취미들이 그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주는 활력소 였다.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종일 지낸 적도 있다. 인생을 새로 사는 것 같았다. 억눌렸던 욕구가 한번 분출되자 걷잡을 수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그들의 남자친구들도 만났다. 그것은 정말 강렬한 자극이었다. 이성 으로부터 유혹을 받는다는 것. 나도 누구 아내나 아무개의 엄마가 아니라 이름을 가진 여성이란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만남이 반복되면서 그들 중 한명과 깊은 관계에 빠졌다. 그럴수록 가정은 그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 이를 눈치챈 남편이 예전의 그로 돌아와줄 것을 설득했다. 손찌검으로 협박하고 간절히 호소도 했다. 그러나 전에는 감히 거역을 꿈꾸지도 못한 남편의 권위가 이제 그에게 있어 설자리를 잃었다. 자신이 새로 찾은 삶 이 너무도 소중했기에 더이상 아무에게도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지 않으리 란 그의 결심은 굳어져갔다. 박씨의 가정은 적어도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흔히 문제가정이 라고 하는 데서 발견되는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이나 상습적 구타, 음주벽 또는 자녀들의 탈선과는 거리가 먼 가정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처 럼 보인다는 것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라는 상대방으로 인한 문제만도 아니다. 충실한 주부로 살다보니 어느 날 문득 뭔가 잃어버린 게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문제의 씨앗은 어느 가정에나 있다 서강대 조옥라 교수(사회학)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가정에도 문제의 씨 앗은 이미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 남편들은 아내가 당연히 집에서 살림 을 하고 애들을 잘 키울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아내 개인에 대해서는 무관 심하기 일쑤다. 개인적 욕구의 실현이 삶의 가장 큰 목적인 것처럼 돼 버 린 사회 전체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주부나 어머니로서의 역할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이 느끼게 되기 쉽다. 이런 가운데 가족끼리 대화와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줄어들고 여성들은 더욱 더 자신의 역할에 대 해 의문에 빠진다. 가사노동이 아무런 보상 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들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픈 욕구가 쌓이는데 이것은 계기만 주어지면 강하게 분출하기 쉽다. 이때 외도가 자신도 인간이고 자신의 인 생을 갖고 싶다는 욕구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결국 그것이 사랑이든 쾌락이든 간에 주부들의 외도 증가 현상 은 현재의 가정이 주부들의 욕구 불만을 심하게 낳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 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들 자기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 여성에게만 주부로서 의무에 충실하고 거기서 보람과 만족을 찾으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그들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더 나쁜 조건에서 희생적 삶을 살면 서도 가정을 지키지 않았느냐는 반박이 한편에서 제기된다. “사회 경제적 토대가 바뀌었다. 예전의 여성들은 욕구가 있어도 능력이 없었다. 아니 욕구를 가질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본주 의가 발달하면서 여성들도 경제력과 시간을 갖게 됐다. 가전제품의 개발 과 보급 확대는 여성들을 가사노동으로부터 어느 정도 풀어주었다. 게다 가 산아제한으로 자녀양육의 부담도 줄었다. 시간이 생긴 것이다. 집 안 에만 갇혀 있던 여성들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남편 외 의 남자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물론 처음부 터 연애을 위해 만난다는 것은 아니다.” <혼자 눈뜨는 아침>과 <황홀한 반란> 등 주부의 외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쓴 작가 이경자씨의 얘기다. 사회적 분위기는 이제 성에 대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자기 주 장을 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부관계에서도 마찬 가지다. 아내가 성관계에서 주체적으로 나서는 것은 더이상 민망한 일이 아니다. 특히 성개방의 풍조 속에서 성장한 20대와 30대 초반의 주부들은 그 위 연령대의 주부들보다 더욱 그렇다. 성에 대해 수동적으로 남아 있 기를 거부한다. ‘애인’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올해 결혼 생활 7년째인 주부 정아무개(32)씨. 결혼 전 대기업에 다니던 그는 미모에 발랄한 성격으로 인기가 좋았다. 여기저기 들어온 많은 혼담 을 제치고 그는 촉망받던 같은 회사 남자 선배와 결혼했다. 외아들이란 점이 걸렸지만 인물도 괜찮은 데다 집안도 좋았다. 게다다 남자의 프로포 즈가 워낙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결혼 뒤 남편은 결혼 전의 남편이 아니 었다. 일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늘 귀가가 늦고 성관계에 무심했다. 술에 취해 들어와 어쩌다 남편이 요구하는 잠자리는 늘 5분을 넘기지 못했다. 6살 된 아이도 그런 식의 관계에서 임신했다.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 고 남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한 그에게 남편의 그런 행동은 배신이었다. 시어어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으나 아들 편이었다. 남편과 시댁과의 끊임 없는 갈등 속에서 그는 탈출구로 지난해 가을 다시 직장을 구했다. 하루 하루가 우울하고 힘들기만 하던 그에게 과장이 다가왔다. 평범한 30대의 유부남이었다. 처음에는 별 매력을 못 느꼈으나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는 자상한 태도가 고맙고 또 끌리기도 해 가까워졌고 어느 날 저녁 회식 자 리 뒤 성관계를 가졌다. 그는 그날 처음 오르가슴을 경험한 것 같다고 한 다. 남편과의 무미건조한 섹스와는 전혀 달랐다. 남자는 성심성의껏 섹스 를 했다. 그 뒤 남자와의 잠자리 횟수가 잦아졌다. 이제 남자는 그에게 자신도 아내와 헤어질 테니 그도 무의미한 결혼생활을 끝내고 둘이 함께 새출발을 하자고 한다. 남자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고 아이 문제가 걸려 그는 남자의 요구를 놓고 갈등중이다. 충북대 정진경 교수(심리학)는 “여성들이 성관계를 갖는 것은 성욕을 충 족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측면이 크다. 인간관계의 욕구를 충 족받지 못한 여성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면서 그 사랑을 확인하고 더욱 깊이 있는 사랑을 원하면서 성관계를 갖게 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주부들이 사귀는 애인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애인을 사귀는 주부들 에 따르면 남편보다 특별히 멋있거나 능력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평범 한 남자들이다. 특히 유부남이 많다. 그러나 남성들은 남편이 아니라 애 인이 되면서 달라진다. 여자에게 다정하고 사려 깊게 된다. 주부들이 애 인에게 끌리는 것은 남성적 매력보다는 자신을 여성으로 대접하고 인격적 으로 존중해주는 태도 때문이다. 그런 태도가 자신의 상실된 여성성을 되 찾아준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이란 ‘남의 편’의 준말이라고들 하는가. 남한테는 잘 하면서 아내에게는 늘 소홀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보다 여성의 지위가 보장되고 여성의 자아실현의 기회 가 많은 유럽에서 주부의 외도가 더 많은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까? 전직 언론인인 김명숙씨가 자신의 독일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펴낸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독일의 여성문제 를 다루는 대표적 프로그램 가운데 공영방송인 의 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95년 2월26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엄마가 바람을 피워요’였다. 사회자는 결혼한 뒤 5년이 지난 아내 중 70%가 혼 외정사의 경험이 있다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혼외정사의 경험 이 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여성 3명이 차례로 소개됐다.”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는 다시 독일의 언론인인 잉그리트 풀러의 책 <명예로운 정사>를 인용한다. 혼외정사의 경험이 있는 25명의 여성을 인터뷰해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 <명예로운 정사>에는 남편과 성생활 을 비롯해 모든 부부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또다른 성욕을 위해 애인을 사귀는 여성들의 고백이 적지 않게 나온다. 풀러는 이를 두고 “ 외도는 더이상 남성의 특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정말로 명백하게 여성들은 수백년간 하나의 전형적인 남성 영역이었던 한 분야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뒷북치는 ‘도덕과 윤리’의 잣대 사실 일부일처제가 인간의 자연스런 본능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남성은 결혼 뒤에도 배우자 외에 성적 파 트너를 찾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성에 대한 정체성 을 잃어버린다는 믿음은 사회제도가 강제해 굳어진 허위일 뿐이라는 것이 다. 독일의 역사가 에드아르트 푹스는 20세기 초 그의 저서 <풍속의 역사>에 서 이렇게 주장했다. “일부일처제가 개인적인 성적 사랑의 결과라는 주 장이 옛부터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매우 잘못된 견해다. 개인적인 성적 사랑을 일부일처제의 토대라고 하는 것은 기껏해야 제도로 서의 일부일처제가 추구하고 있는 이상에 불과하다. 이 법칙은 어디까지 나 항상 여자에게만 완고하게 요구되는 짐이었고 남자에게는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대개는 입으로만 떠드는 구호에 그칠 뿐 적용되지 않았다. 일부 일처제는 개인적인 사랑이나 자연적인 조건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경 제적인 조건 위에 세워진 가족형태이다. 이 자연을 압박하는 데 대한 자 연의 복수의 하나가 바로 간통이다. 아내의 부정에 대해 최대의 범죄라는 낙인을 찍어 왔음에도 간통이란 복수가 근절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일부 일처제가 자연을 거역하고 있기 때문이다” 푹스의 견해가 우리 사회에서 과연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 이다. 또 푹스의 견해를 빌려 주부의 외도를 합리화시켜주겠다는 뜻도 절 대 아니다. 그러나 공감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어쩌면 중요한 문제가 아 닐 수 있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피상에 대해 ‘도덕과 윤리’의 잣대만 들이대려 할 경우 뒷북치 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안재승 권태호 김창석 기자 [한겨레21] ---------------------------------------------------------------------------- "아내여, 돌아오오!" 김아무개(48·회사원)씨는 아내를 기다린다. 아내(42)가 집을 나간 지 벌 써 몇 달이 지났다. 2년 전부터 아내가 ‘과외비라도 마련하려면 자기도 나서야겠다’며 부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보험회사의 생활설계사로 취직한 이후 아내는 고객을 만난다며 자꾸 늦게 들어왔다. 술에 취해 들어온 날 도 많았다. 결국에는 아내에게 남자가 생겼다. 김씨가 이를 알고 다그치 자 아내는 집을 나갔다. 상대는 이혼남이었다. 김씨는 아내를 사랑하고 용서할 마음의 준비도 다 돼 있다. 그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김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남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아내의 외도에 분노로 ‘피가 솟구치고 눈 이 뒤집혀’ 아내를 집 밖으로 쫓아냈던 남편들이 지금은 집을 나가려는 아내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매달린다. 김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외도하는 아내들이 결코 좋게 생각될 수 없 게 된다. 그러나 김씨도 이전에 외도한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그때 나 는 손이 발이 되게 빌었는데 아내는 어떻게 뻔뻔스럽게도 미안해 하는 마 음조차 없느냐”고 김씨는 항변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직도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해 불안하다는 점을 반 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내들은 “남편이 용서한다고 하지만 이젠 대접 받고 살긴 글렀다. 현재의 가정이 앞으로의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겠 는가. 인생은 팍팍해 질 것이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식의 자포자 기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 등이 뒤섞여 점점 당당해지는 것이다. 최근 외도 여성들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김씨와 같은 남편들의 성에 대한 이중잣대가 스스로를 옭아맨 결과일 수 있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이 한마디에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옷 고름으로 눈물만 찍어낼 뿐이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엔 ‘말세다’ 라는 장탄식을 뒤로, 북을 치며 온 동네를 기어다녀야 했다. 시대가 바뀌 면서 여인네들 품 속의 작은 은장도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여성들의 머리 위를 맴도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은장도는 여전히 여성들에겐 위협적이다 . 민속학자 주강현(경희대 강사)씨는 “우리 사회는 과거엔 축첩과 기생제 도로, 현대로 내려오면서 다양한 형태의 매춘제도 등 남성들에게만 유리 한, 가식적인 일부일처제였다”면서 “위장된 평화와 이러한 이중잣대가 깨어지면서 새로운 사회상이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젠 ‘아내의 외도가 문제라면, 남편의 외도도 문제며, 문제가 아니라면 양쪽 다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의 접근이 논리적으로뿐 아니라 감성적으 로도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들이 유사 이래로 누려온 그 독점적 지위를 쉽게 포기하려고 는 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외도가 늘어났다고는 하나 지금도 남편들의 외 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낭만적 연애를 원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지만 낭만적 연애를 원하는 남편 의 수도 더 많은 비율로 늘고 있다. 이러한 남편들은 자신들이 아버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 이중잣대를 매일매일 닦고 있다. 비슷한 아 내들이 자기합리화에 침이 마르는 것처럼.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이성친구, 절반이 원한다 다섯명의 주부 중 한명 정도는 결혼 뒤 남편 이외의 남자를 이성친구로 사귄 경험이 있거나 현재 사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부들의 절 반 정도는 남편 외에 이성친구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한겨레신문사 여론조사팀(팀장 원성연)이 서울에 사는 만 20 살 이상 49살 이하 주부 4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혼 여성의 가정생 활과 이성친구에 대한 의식조사’에서 확인됐다. 경험과 일반적인 생각에 큰 차이 우선 ‘결혼 뒤 남편 외에 친구 또는 애인으로 만났거나 만나고 있는 남 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9.8%(49명)가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가 있다’ 고 응답했으며 12.2(39명)%는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 만난 적이 있다 ’고 응답했다. 즉 주부의 22%(88명)가 친구 또는 애인으로 만났거나 만 나고 있는 남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들의 남자친구나 애인이 과연 어느 정도의 관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가능) ‘가 끔 만나 살아가는 얘기 정도를 나누는 친구 사이(였)다’라는 응답이 74. 6%, 사랑하는 감정은 있었지만 가끔 만나는 것 이상은 아니(었)다’는 응 답이 38.6%, 사랑하는 연인 사이(였)고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는 응답이 9.2%, 성관계를 갖기는 했지만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다’는 응답이 1.2 %였다. 전체 조사대상 주부 4백명을 놓고 볼 때는 7%가 남편 외의 남자와 사랑의 감정으로 사귀었고 2%는 성관계를 가진 것이다. 남자친구나 애인을 가진 경험 여부는 응답자의 연령과 취업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우선 연령의 경우 20대는 34.3%, 30대는 20%, 40대는 16. 1%로 젊은 층일수록 남자친구나 애인을 가진 경험이 많았다. 또 취업 여 부에서는 현재 직장을 다니는 주부는 35.2%, 과거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 는 주부는 25.2%, 전업주부는 13.1%로 나타났다. 반면 거주지역이나 학력 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고 소득 정도는 연령에 따라 소득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분석의 의미 자체가 크지 않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흥미로운 대목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경험을 묻는 질 문과 일반적인 생각을 묻는 질문에서 나타나는 태도 차이다. 우선 자신의 경우가 아닌 남의 문제를 묻는 질문 결과를 보자. ‘근래 여 성지 등 일부 언론매체에서 주부들이 이성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주위에서 그런 비슷한 경우를 얼마나 자주 들어보았는가 ’라는 질문에 64.9%가 ‘가끔 들어보았다’고 응답했고 6.3%는 ‘자주 들어보았다’고 응답했다. 반면 ‘들어보지 못했다’는 응답은 28.8%에 불과했다. 주부들은 ‘남자친구나 애인을 사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경우는 22%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주위에서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을 들어본 경험에 대해서는 71.2%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이 다. 또 교제의 범위를 묻는 질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기혼여 성이 남편 이외의 이성친구를 만나게 되는 경우을 가정하고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 ‘정신적 유대관계라면 사랑하게 돼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조사대상 주부 4백명중 42.9%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17% 는 ‘성관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경험을 묻는 질문보다 ‘그렇다’는 응답 비중이 훨씬 높은 것이다. 반면 남편 외의 ‘다른 남 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39. 7%였다. 다시 실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 부분으로 돌아가보자. 남편 외의 남자와 왜 만났는가라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대해 ‘원래부터 아 는 사이었다’가 52.9%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나를 주부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가 27.6%, ‘가정 생활이 원만한 편이지만 가끔 외롭다는 생각에서’가 22.2%, ‘남편에 대 한 불만’이 10.4%,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가끔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상대가 있으면 좋아서’가 7.4%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주부의 남자친구나 애인은 누구일까(복수응답 가능)? ‘학교동창’이 50.7%로 가장 많았고 ‘결혼 전에 우연히 만났던 사람’이 28.4%, ‘결혼 뒤에 우연히 만난 사 람’이 23.4%, ‘직장 동료’가 18.6%였다. 74.1%까 “그래도 결혼생활 만족” 한편 결혼 뒤 남자친구나 애인을 사귄 적이 없다고 응답한 주부(3백12명) 들을 대상으로 따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 앞으로 애인이나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절 반 이상인 53.5%가 ‘친구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응답했고 1명은 ‘애인도 무방하다’고 응답했다. ‘남자친구나 애인을 사귀고 싶은 생각 이 없다’는 응답은 46.3%였다. 남자친구나 애인을 사귀고 싶다는 응답은 20대가 54.2%, 30대는 56.1%, 40대는 49.1%로 연령별로 차이가 거의 나타 나지 않았다. 현재 가정생활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지금의 가정생활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74.1%인 반면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6.8%였다.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만족 한다’는 응답이 80.4%로 가장 많았고 30대와 20대는 각각 74.1%와 63.2%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남편과 대화 시간을 자주 갖느냐’는 질문과 ‘남편이 결혼 때만큼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각각 71.9%와 85.8%였다. 그러나 ‘결혼 전으로 돌아가 다시 배우자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현재의 남편과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가 33.2%, ‘전혀 그 렇지 않다’가 13.9%로 조사대상의 절반 가까이가 지금의 남편과 다시 결 혼하고 싶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남편과 다시 결혼하 지 않겠다는 응답 비중은 40대에서 54%로 가장 높았고 30대는 46.8%, 20 대는 39.5%였다. 안재승 기자 [한겨레21] ---------------------------------------------------------------------------- 4백명 주부 `솔직히 응답' 이번 조사는 한겨레신문사 여론조사팀이 지난 9월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서울에 살고 있는 주부 4백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의 선정 은 서울을 구별·연령별로 비례할당한 뒤 해당 지역의 문화강좌와 미장원 등 주부들과 접촉이 용이한 지점을 설정해 조사대상을 무작위로 추출했다 . 조사대상의 지역별 분포는 강남 31.6%, 강동 6.1%, 강북 39.7%, 강서 22. 6%였다. 연령은 20대가 25.3%, 30대가 45.2%, 40대가 29.5%이고 학력은 대졸 이상이 41.6%였고 고졸 이상이 51.7% 중졸 이하가 6.7%였다. 소득수 준은 월 평균 총가구 소득이 1백만원 미만이 3.6%, 1백만~1백50만원 미만 이 21.6%, 1백50만원~2백만원 미만이 30.1%, 2백만~2백50만원 미만이 24. 7%, 2백50만원 이상이 20.4%였다. 취업 여부는 전업주부가 59.9%, 직장여 성이 13.9%, 전에 직장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주부가 13.9%였다. 이번 조사는 사실을 외부에 밝히기 쉽지 않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조사 였다. 따라서 조사대상자들의 솔직한 응답을 끌어낼 수 있도록 면접조사 를 하는 등 조사방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럼에도 몇몇 질문에서 일부 응답자들의 기피 현상이 확인됐다. 그러나 각 질문들의 응답 결과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일관성이 확인돼 주부들이 주부들이 비교적 솔직히 설문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 ---------------------------------------------------------------------------- 바람과 맞바람의 변증법 “30년 내에 세 가지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국가, 대학, 가정입니다.” 아내의 외도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라는 막연하고 장황한 첫 질문에 정 신과 의사 김정일(39)씨는 동문서답식으로 운을 뗐다. 그의 부연설명에 따르자면 결혼한 남녀의 외도바람은 가정의 붕괴를 앞둔 시점에서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5년 뒤, 아내의 갑작스런 고백 그는 모든 주부들이 ‘영혼의 병’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젊음과 인생을 끝마칠 수 없다는 자의식이 점점 커지는 데다 남편의 외도 와 무관심이 이러한 아내의 외도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기자의 요구에 한권의 원고를 내밀었다. 오는 10월 초 웅진 출판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한다>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사랑의 이데올로기를 담은 책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책에는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환자와의 상담내용, 소설, 희곡 등이 담겨 있다. 그는 서문에서 “나는 평생에 세 여자를 사랑했다. 첫사랑의 여자, 아내 그리고 영혼의 일치를 느끼게 해준 여인. 이 책은 내 사랑의 상처의 수술 기록이기도 하다”고 말해 이 책에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음 을 암시했다. 그의 서문은 “이 책을 고독한 내 영혼에게 바친다”로 끝 맺고 있다. 내용 중 ‘동수’가 화자로 나오는 부부간의 외도를 다룬 소설은 요즘 외 도세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동수’는 아내와 성격이 맞지 않아 부부싸움이 잦았고 아내와 정반대 성격의 여자를 만났다. 처녀였던 상대는 임신까지 했다. ‘동수’는 아내 와 이혼하고 새 삶을 살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 고 했고 결국 ‘동수’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가정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5년 뒤 ‘동수’는 아내로부터 갑작스런 고백을 듣는다. 남자가 있다고. 자신의 외도 사실이 남의 입을 통해 남편의 귀에 들어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아내가 그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동수가 바람피우던 당시 아내는 어린시절 함께 추억을 나눴던 초등학교 동창을 찾았다. 아내는 동수에게 “그때 내겐 당신이 그 여자와 함께 본 <사랑과 영혼>을 같이 볼 남자가 필요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나는 미치거나 죽어버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 아내는 그 남자와 영화관람뿐 아니라 함께 여행도 다녔다. 그러나 아내는 당당했다. “당신도 바람피워 놓고 내가 한번 핀 것 가지 고 뭘 그러우.” 동수도 처음 바람피운 사실이 드러났을 때 아내에게 ‘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며 당당했었지만 아내의 태도에는 당혹스러웠다. 아쉬움과 배신감이 교차했고, 술에 만취해 이혼을 요구하는 등 한동안의 방황을 거친 뒤 동수는 가정의 소중함에 생각이 미쳤다. “비록 가정이 완벽한 사랑으로 차 있진 못 하더라도 아내가 스스로 떠나가겠다고 선언 하지 않는 이상 가정은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아내와의 화해 섹스로 이야기는 끝난다. ‘동수’는 누구인가, 어디까지 진실인가 그는 원고에는 담지 않은 에필로그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동수와 아내는 그 뒤 경제권을 분리했으며 서로의 공간과 위치를 존중해준다. 그러나 이 미 서로가 서로에게 심한 상처를 남겨줬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 럼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동수 부부 사이엔 살얼음 같은 긴장감이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때론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기도 한다. ‘동수’가 누군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에 대해 그는 “그건 독자들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펴낼 결심을 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일상적 행불행과 관련된 감정을 소인배나 신경쓰는 것으로 치부해, 무시해 왔는 데 이젠 그 감정을 섬세하게 키워나가는 훈련을 해야 한다. 감정의 흐름 을 미리 알면 지금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 런 훈련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의 마지막 제언은 어떻게 보면 보수적이고, 또 한편으론 종교적이기도 했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삶의 연장, 즉 계속 사는 것이다. 생명의 유 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자기복제(자손)와 영혼 성숙을 꾀하게 된다 . 삶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생명에 대한 경 외가 있어야 한다. 미래사회에도 가정은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 간이 가장 행복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를 차단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 예외가 될 필요도 없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결혼 뒤에도 애인은 있다” “애인은 이제 미혼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TV드 라마가 있다. 지난 9월17일까지 모두 6회가 방영된 문화방송 미니시리즈 <애인>(극본 최연지, 연출 이창순)이 바로 그것이다. 이 드라마는 30대의 칙칙한 불륜 이야기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깨고 초반부터 벌써 20%를 훨씬 뛰어넘는 시청률을 보이면서 세간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30대 기혼남녀 의 연애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이 드라마의 인기가 치솟자 찬반양론 또한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드라마의 연애장소를 암시하는 은어까지 생겼다고 한다. “놀이공원 갔다 왔니?” “우리 모두 솔직해지자” <애인>의 인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화면이 아름답다. 강렬한 조명을 써 브라운톤이다. 촬영장소도 깔끔하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잘 드 러내주는 음악들도 돋보인다. 주제곡으로 쓰이는 스코트 매킨지의 <샌프 란시스코>는 백미다. 자유를 상징하는 기타음은 권태에 길들여진 가슴에 반란의 기운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주연급 배우 대부분이 30대라 연기가 완숙하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베스트극장>에서 쌓이고 해외유학으 로 정교해진 프로듀서의 꼼꼼한 연출력도 드라마의 기술적 완성도에 힘을 넣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파격적인 것은, 다른 무엇보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 랑이야기를 칙칙하지 않고 아름답게 그린다는 데 있다. 외도나 불륜을 소 재로 한 지금까지의 모든 드라마는 기혼자, 특히 주부의 외도를 부정적으 로 그려왔다. 이런 관계에빠지는 이들은 가정생활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 는 것으로 묘사됐다. 그래야 드라마가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 지만 <애인>에서 사랑을 나누는 이들은 각자의 배우자들에게서 결정적인 불만을 가지고 외도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즉, 배우자 이외에 다른 이에 게 연애의 감정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라는 관점을 보 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는 한발 더 나아가 유부녀인 여경(황신혜)이 어떻 게 남편 이외의 남자 운오(유동근)를 만나는지에 대해 세밀한 관심을 보 이고 있다. 유부녀의 사랑에 진지한 관심과 공정한 눈길을 돌리려고 애쓰 는 셈이다. “사회는 급속하게 변해가는데 드라마의 도덕률은 70년대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떤 일은 무조건 안 된다는 사회통념 으로는 사회의 빠른 변화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간 길 이라고 해서 그것이 곧 행복의 길이라고 하는 것도 잘못이다. 평생을 고 생한다고 해도 이혼은 절대로 안 된다는 식의 윤리규범도 더이상 우리 사 회에 맞지 않는 것이다. 기혼자들의 연애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연출을 맡은 이창순 프로 듀서가 밝히는 기획의도이다. 사실 이런 식의 접근법은 이전 시대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이전 드라마들에서는 철저히 남성 위주의 외도나 불륜뿐이었다. 60년대 말과 70년대 초를 휩쓴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은 그 전형을 보 여주는 것이라는 게 작가 최연지씨의 설명이다. “이전 시대의 외도는 중 년남자가 술집 여자나 직장의 부하직원들과 하는 것이었다. 대등한 인간 관계로서의 연애가 아니라 젊은 몸과 재미가 목적이었다. 상대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에 남자를 붙잡기 위해서 아이를 낳았다. 이른 바 ‘고정첩’이 어린 자식을 데리고 나타나면 본처는 고정첩의 집에 가 서 살림을 때려부수는 식이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중반의 <문화방송> 드 라마 <모래성> 같은 작품에서 변화를 보인다. 남편의 상대가 처녀라는 점 은 마찬가지지만 능력 있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 달라 진 것이다. <애인>에서처럼 남녀가 동등한 인간관계로 만나는 수준까지 오는 데 30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애인>은 사회와 가정의 구조변화, 여성의 지위향상 등에 따라 기혼자들의 혼외관계의 정의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려는 최초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포용력의 시험대 이에 대해 여론은 양분되어 서로의 목소리를 점점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쪽에서는 ‘불륜과 외도를 아름다운 것처럼 조장하는 마약 같은 드라마’로, 다른 쪽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솔직하게 드러낸 아름다운 드라마’로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드라마가 혼외관계를 다뤄 중도 하차했던 많은 드라마들의 전철을 밟 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인간관계의 가능성에 동정을 보내며 부부관계 를 되돌아보게 할 것인가. 어쨌든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다시 한번 시험 해볼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 ---------------------------------------------------------------------------- 커버스토리/인터뷰/<애인>의 작가 최연지 "기혼의 사랑을 양지로 -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 92년 트렌디 청춘드라마인 <질투>를 끝낸 뒤부터 작가로서 꼭 해보고 싶었던 주제였다. 20대가 결혼 전에 하는 사랑은 가정과 사회에 대한 의 무가 없다. 그런데 사랑을 제대로 모를 때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혼 은 참 모험이다. 결혼이란 것이 보통 일생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 하는 것이 아니고 결혼할 당시에 걸리게 되는 사람과 할 가능성이 높다. 그게 현실이다. 정말로 사랑을 알고 인생을 알고 사람이 제대로 보일 때 는 이미 선택은 끝난 뒤다. 가정과 사회의 책임은 많은데 무겁게 다가오 는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불륜이라는 딱지를 붙인다고 해 결될 문제인가. 이것은 인간의 내면 문제이다. 사회와 가정의 구조와 여 성의 지위 변화도 원인이다. 이런 현상은 무조건 매도한다고 해결되는 것 은 아니다. 오히려 음지화할 뿐이다. 애들을 야단치면 안 하는가. 그럴수 록 몰래 하게 된다. 기혼자의 연애의 정의가 달라진 다양한 현실을 제대 로 보여주고 싶다. -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이 문제를 다룬 것은 <애인>이 처음인 것 같은데. = 최근에 <이혼하지 않는 여자>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작품분석을 많이 했다. 또하나의 칙칙한 불륜드라마라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 했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랑을 진지하게 다룬 최초의 드라마라고 생각 한다. - 남자의 가정은 별로 문제가 없고 여자의 가정은 갈등이 심한데, 이것은 여자가 연인을 만드는 데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 아닌가. 현실과 타협한 느낌이 든다. = 정확히 본 것이다. 비겁했다. 인정한다. 사실 더 재미있게 그리려면 여 경(황신혜)의 남편이 더 다정다감하고 잘해주는 남자여야 한다. 소설 같 으면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 여경의 남편이 자상하면 여성이 부도덕하게 보이고 결국 입지가 줄어들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기 힘들다. 그래서 한국 남자들이 보이는 가부장적인 성격을 가지도록 했다. - 주위에서 소재를 찾았는가. = 물론이다. 널려 있다. 우리 세대는 여성들이 직장을 가진 1세대인데 이 혼한 경우도 많고 여경이 같은 상태에 있는 이들도 많다. 전에는 40대의 여성들은 몸은 뚱뚱하고 남편은 바람피워서 한만 남은 상태였는데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사랑스런 여성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아들을 쑥쑥 낳아준 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잘하는 것이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말이 통 해야 한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남자를 원한다. 전쟁을 겪은 우리 세대는 ‘밥’ 위주로 사고하지만 이제는 ‘삶의 질’ 위주이다. 사 회가 바뀌면서 의식도 변하는 것이다. 앞서가는 게 아니다. - 논쟁도 일고 주목을 받아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 구상했던 내용을 수정 해야 할지도 모를텐데. =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 드라마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물론 마지막으로 갈수록 비극적이 된다. 그러나 기존의 드라마처럼 처리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최종 판단은 시청자 몫이다. - 이런 현상이 사회적으로 늘어나면 가정이 위태로워지는 것 아닌가. = 오히려 더 튼튼해질 것이다. 통행금지가 없어지면 명동에 걸어다닐 것 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양성화되면 건강하게 변할 수도 있다. 남 녀관계는 은밀해지면 육체관계밖에 할 것이 없다. 결국 부부간에도 대등 한 사랑을 추구해야 한다. 대등한 인간관계로 모든 것을 대화할 수 있는 사이가 돼야 한다. 함께 성장하는 부부상을 사회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 다.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6년09월26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