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U ] in KIDS 글 쓴 이(By): gonagi (고낙's고낙) 날 짜 (Date): 1996년04월09일(화) 11시40분11초 KST 제 목(Title): 연필깎아주는 여자 누구나 어렸을때, 자신의 이상으로 여신처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을것이다. 그분은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을것이다. 나의 경우는 사촌 누나였었는데, 가끔 내가 쓰던 연필을 가져가면 예쁘게 깎아주곤 하였다. 어쩌면 연필을 깎아야하는 필요성보다, 누나의 연필깎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누나에게 갔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누나의 그 모습이 가끔가다 떠오르는데, 얼마전에 유방암에 걸렸었다. 지금은 완치가 되었지만,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가 중3때, 누나는 결혼을 했는데, 그때의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었다. 그리고 자형이 될 분에게 약간의 질투심 비슷한 것을 느꼈던것 같다. 연필깎아주는 여자... 요즘아이들에게도 이런 추억을 남기는 그런여자.. 그런여자 어디 없나?... 누나를 보러 한번 가야할 텐데...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노라 (황동규, "즐거운 편지" 중에서) --------------------------------------- gonagi@icomf.idis.or.kr ------------- |